스타가 입으면 유행이 된다. 그건 이미 오래전부터 입증된 이야기. 그런데 패션을 좀 아는 아이돌 그룹이 입으면 그 옷은 바잉이 된다. 잘나가는 신진 디자이너를 가려내는 날 선 감각이 있기에, 그리고 그들에겐 ‘영 파워’가 있기에.

왼쪽부터|아디다스 오리지널스 by 오리지널스의 파티를 찾은 2NE1의 스타일리스트 양승호, 2NE1의 씨엘,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 2NE1의 산다라 박과 박봄.

왼쪽부터|아디다스 오리지널스 by 오리지널스의 파티를 찾은 2NE1의 스타일리스트 양승호, 2NE1의 씨엘,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 2NE1의 산다라 박과 박봄.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젊다는 건 해야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는 걸 동시에 의미한다는 말을 이렇게 신나고 구성진 멜로디로 읊어대던 서태지와 아이들. 그렇다. 때론‘ 서태지가 누구예요’라는 애기들 앞에서 1992년 등장한 아이돌의 원조를 생생히 떠올리는 나는 30대의 문턱을 넘은‘ 누나’. 어쨌든 지금 말하려는 것은 ‘패션’과‘ 아이돌’의 상관관계이다. 오랜만에 서태지에 대한 기억을 되돌리려‘ 서태지 패션’을 검색해보니‘ 서태지의 패션 코드에 따른 대중패션의 변화’라는 2천4백원짜리 리포트가 나온다. 그 당시 과감한 레게 머리와 힙합 바지, 벙거지 모자를 뒤집어쓴 스노보드 패션, 갱스터 룩 등 그 파격적인 패션 감각에는 지금도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1996년 겨울, 색색의 후드티와 추리닝, 털모자와 털장갑, 털가방에 이르는 풀 착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또 하나의 전설적인 아이돌 스타 H.O.T를기억하는지. 그들의룩이거리를‘ 핫’하게 달구던 당시, 아이돌 스타들에게 패션은‘ 무대복’과 동일시된 하나의 콘셉트이자 매번 신곡 발표에 따라 변화하는 이미지의 매개체였다.
한편 최근 몇 년 새에 밤하늘의 혜성처럼 나타나 유성처럼 쏟아진 아이돌 보이와 걸 그룹은 어떠한가. 그들은 아이돌 스타로서의 DNA를 보여주기 위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꾼다. 패션에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할애하며 케이블 TV의 각종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도 자신의 ‘레알(Real)’ 패션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 중 2NE1와 빅뱅의 스타일리스트는‘ 초’감각적인 스타일링으로 이미 아이돌 추종자 및 패션 피플들에게도 유명 인사가 됐다. 그럼 이쯤에서 슬며시‘ 영 파워 신진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되었다.

1|꽃무늬 튤 장식이 덧대어진 타이트한 스커트는 코콘 투 자이(Kokon to Zai) by KWIN 제품. 29만원. 2|별 프린트의 복싱화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by 오리지널스의 제레미 스콧 컬래버레이션 제품. 가격미정. 3|층층이 거칠게 해진 듯한 크롭트 데님 팬츠는 호레이스(Horace) by KWIN 제품. 21만원. 4|손을 모티프로 한 그래픽적인 패턴이 독특한 면 소재 집업 점퍼는 안드레아 크루(Andrea Crews) by KWIN 제품. 38만5천원. 5|골드와 실버 색상의 원뿔 장식 메탈 뱅글은 모두 에디 보르고(Eddie Borgo) by 데일리 프로젝트 제품. 각 90만원대. 6|우주 비행사가 프린트된 프린지 장식의 슬리브리스 톱은 문디(Mundi) by 데일리 프로젝트 제품. 40만원대. 7|호박석을 이용한 큼직한 반지는 마누엘라 코스타(Manuela Costa) by 10 꼬르소 꼬모 제품. 38만원. 8|스팽글과 프린지 장식의 하이톱 스니커즈는 메르시보꾸(Mercibeaucoup) by 톰그레이하운드 제품. 46만원. 9|금박으로 장식된 검정 티셔츠는 존 로런스 설리번(John Laurence Sullivan) by 10 꼬르소 꼬모 제품. 25만원.

1|꽃무늬 튤 장식이 덧대어진 타이트한 스커트는 코콘 투 자이(Kokon to Zai) by KWIN 제품. 29만원. 2|별 프린트의 복싱화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by 오리지널스의 제레미 스콧 컬래버레이션 제품. 가격미정. 3|층층이 거칠게 해진 듯한 크롭트 데님 팬츠는 호레이스(Horace) by KWIN 제품. 21만원. 4|손을 모티프로 한 그래픽적인 패턴이 독특한 면 소재 집업 점퍼는 안드레아 크루(Andrea Crews) by KWIN 제품. 38만5천원. 5|골드와 실버 색상의 원뿔 장식 메탈 뱅글은 모두 에디 보르고(Eddie Borgo) by 데일리 프로젝트 제품. 각 90만원대. 6|우주 비행사가 프린트된 프린지 장식의 슬리브리스 톱은 문디(Mundi) by 데일리 프로젝트 제품. 40만원대. 7|호박석을 이용한 큼직한 반지는 마누엘라 코스타(Manuela Costa) by 10 꼬르소 꼬모 제품. 38만원. 8|스팽글과 프린지 장식의 하이톱 스니커즈는 메르시보꾸(Mercibeaucoup) by 톰그레이하운드 제품. 46만원. 9|금박으로 장식된 검정 티셔츠는 존 로런스 설리번(John Laurence Sullivan) by 10 꼬르소 꼬모 제품. 25만원.

얼마 전, 빅뱅과 2NE1의‘ 롤리팝’을 좋아한다며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이 서울에 왔다. 바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by 오리지널스와의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전개하는 그가 아시아 투어 차 (혹은 그의 말마따나 2NE1을 진짜 만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서울을 찾았고, 그의 복장은 여느 아이돌 스타들의 룩과 흡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빅뱅, 2NE1을 비롯해 최근 신곡을 선보이며 좀 더 카리스마 있는 스트리트 캐주얼을 선보이는 소녀시대 역시 제레미 스콧이 디자인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의상을 입기 때문이다. 2NE1의 스타일리스트인 양승호 실장은 색감 위주의 화려한 느낌을 보여주기 위해 독특한 감성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주로 스타일링한다. 그가 선택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는 바로 코콘 투 자이 (KokontoZai),제레미 스콧(Jeremy Scott),겔란 진스(GerlanJeans), 페노메논(Phenomenon),헬즈 벨즈(HellzBellz) 등. 특히 눈여겨보는 것은 겔란 진스(Gerlan Jeans)와 페노메논(Phenomenon),액세서리 브랜드 기자(Giza) 등인데, 제레미 스콧과 후세인 샬라얀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맡은 겔란 마르셀이 론칭한 겔란 진스는 얼마 전 일본의 한 숍에서 처음 접한 뒤 멀티숍 데일리 프로젝트에 소개하기도 했다. 페노메논(Phenomenon)은 스와거(Swagger)라는 일본의 스트리트 브랜드의 디자이너 빅-오가 론칭한 것으로, 기존의 스트리트 패션을 다룬 브랜드들과는 달리 하이엔드 브랜드다운 디자인과 디테일이 매력 있다고. 그리고 기자(Giza)는 마드모아젤 율리아란 그와도 친분이 있는 한 DJ가 2년 전 론칭한 일본 액세서리 브랜드로 일본 현지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집트의 도시‘ 기자’에서 따온 이름처럼 투탕카맨이나 피라미드 등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독특하다. 나아가 아이돌 스타일리스트에게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는 코콘 투 자이(Kokon to Zai). 일명 K.T.Z로 불리는 코콘 투 자이는 레이디 가가와 리한나 등이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한데, 얼마 전 가요 프로그램에서 소녀시대의 효연과 수영이 입은 톱이나‘ 산소 같은’ 아이돌 샤이니의 멤버 Key가 입은 나일론 망토와 컬러풀한 장식의 백팩 역시 K.T.Z 제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대표적인 곳은 톰그레이하운드, 데일리 프로젝트, 10꼬르소 꼬모 같은 멀티숍들.소녀시대의 스타일리스트인 이은아 실장은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콘셉트 스토어 퀸(Kwin)에서 K.T.Z의 다양한 셀렉션을 만날 수 있다고 추천한다. 퀸(Kwin)의 김명림 대표는 감각과 끼가 넘치는 유럽의 신진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를 바잉해 소개하는데 오프라인과 온라인 숍(www.kwinconceptshop.com)에서는 K.T.Z를 비롯해 안드레아 크루(AndreaCrews), 헬즈벨즈(HellzBellz), 호레이스(Horace), 포토그래퍼 솔베 선즈보와 협업한 서페이스 투 에어(Surface toAir) 리미티드아이템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중 김명림 대표가 손꼽는 파리의 안드레아 크루는 마로우시아 레벡을 중심으로 한 크리에이티브 팀. 이번 시즌, 일러스트적인 감성의 프린트 아이템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1. 프린트가 돋보이는 안드레아 크루의 2010 S/S 컬렉션.2. 코콘 투 자이와 헬즈 벨즈(왼쪽에서 두번째 룩만) 룩에서 레이디 가가나 2NE1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3. 최근 신곡‘Run Devil Run’을 발표하며 기존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탈피해 록시크 무드가 깃든 스트리트 캐주얼을 선보이는 소녀시대.4. 오늘날 아이돌 패션을 변화시킨 8할의 힘을 가진 빅뱅. 최신 브랜드를 믹스 매치하는 그들의 스타일링 감각은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모은다.5. 최근 선보인 뮤직 비디오‘ 날 따라해봐요’에서 폭주족으로 분한 2NE1 멤버들이 입은 의상도 신진 브랜드가 대부분이다.6.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두루 소화하며 편안하면서도 감각적인 스트리트 캐주얼 룩을 선보이는 샤이니.

1. 프린트가 돋보이는 안드레아 크루의 2010 S/S 컬렉션.
2. 코콘 투 자이와 헬즈 벨즈(왼쪽에서 두번째 룩만) 룩에서 레이디 가가나 2NE1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3. 최근 신곡‘Run Devil Run’을 발표하며 기존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탈피해 록시크 무드가 깃든 스트리트 캐주얼을 선보이는 소녀시대.
4. 오늘날 아이돌 패션을 변화시킨 8할의 힘을 가진 빅뱅. 최신 브랜드를 믹스 매치하는 그들의 스타일링 감각은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5. 최근 선보인 뮤직 비디오‘ 날 따라해봐요’에서 폭주족으로 분한 2NE1 멤버들이 입은 의상도 신진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6.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두루 소화하며 편안하면서도 감각적인 스트리트 캐주얼 룩을 선보이는 샤이니.

데일리 프로젝트의 바이어 이희문 팀장은 빅뱅이 착용한 에디 보르고 (EddieBorgo)의 주얼리를 추천한다. 모던한 건축과 동상의 중간쯤을 지향하는 기하학적인 형태가 돋보이며, 3.1 필립 림과 마르케사, 알투자라와 같은 뉴욕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한 저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한편 톰그레이하운드에서 소개하는 신진 브랜드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메르시보꾸(Mercibeaucoup)와 K.T.Z, 그리고 헨릭 빕스코(HenrikVibskov) 등. 독점적으로 전개하는 메르시보꾸는 디자이너 우츠기 에리가 선보이는 키치하고 팝적인 분위기를 가진 일본 브랜드로 밝은 색상과 귀여운 패턴이 특징이다. 앞서 언급한 K.T.Z는 DJ 이자 음향 엔지니어, 그리고 페인터로 활약해온 사샤 베소브스키와 오랜 친구인 디자이너 마잔 페조스키가 함께 만든 브랜드로 현재 런던과 파리에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한다. 그리고 덴마크 출신으로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헨릭 빕스코브는 위트 있는 패턴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아방가르드하면서도 웨어러블한옷을 선보인다.
톰그레이하운드 바이어 이상권은 기존의 스타들과 달리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패션을 추구하는 아이돌 스타와 그들의 스타일리스트의 출현으로 국내 젊은이들의 패션이 다양화되었다고 본다. 젊고 개성 넘치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바이어로서 아이돌 스타들을 통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대중성’을 테스트할 수 있다는 것. 사실 톰그레이하운드가 론칭한 2년 전만 하더라도 제3세계 디자이너들과 지극히 스트리트 적인 감성의 캐주얼 브랜드를 소개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이렇듯 ‘흥미’를 자극하는 브랜드라 하더라도 단순히 구경하는 재미를 넘어 고객들이 일상에서‘ 시도’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까지, 아이돌 스타들의 역할이 한몫을 한건 분명하다.
결론은 당신이 특정 아이돌 스타의‘ 팬’을 자처하지 않더라도 이번 시즌 패션계를 강타한 스포티즘의 캐주얼한 감각과 차별화된 디자이너 감성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탐험가 정신을 가지고 섭렵해야 할 브랜드가 부지기수라는 사실이다. 물론 아이돌에게‘ 누나’ 소리를 듣는 나이이니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링하는 것은 무리일 듯. 대신 악센트를 주는 포인트 아이템으로 믹스 매치하는 것은 꽤 괜찮은 방법이다. 그러니 아이돌 스타의 뮤직 비디오나 공개 방송 동영상을 보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한편 그들의 스타일링을 꼼꼼히 살피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날 신선하고 감각 있는 영 파워 브랜드의 안내자이자 얼리어답터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스타일링 롤모델이 아이돌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