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터의 1차적 본질은 찬바람을 막는 데 있고, 2차적 본질은 덧입어도 여전히 아름다워야 한다는 데 있다. 이번 겨울, 그 본질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세 가지 아우터들.

OVER SIZED

많은 사람들이 겨울 아우터를 고르는 수많은 조건 중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날씬하게 보일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그런 강박관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도 된다. 커다란 담요를 발끝까지 걸친 듯한 분위기의 오버사이즈 코트가 대거 트렌드 반열에 올라섰기 때문. 70년대 중• 후반에 걸쳐 유행한 맥시코트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템들인데,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재단은 좀더 입체적으로, 소재는 훨씬 두툼해졌으며(그렇기에 무게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길이보다는 어깨선과 품이 넉넉하게 디자인됐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번 시즌 오버사이즈 코트 유행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코트의 명가, 막스마라. 후드와 테일러드 칼라, 벨 슬리브 등 다양한 장식으로 변주한 느슨한 캐멀색 코트는 그야말로 오버사이즈 코트의 교과서적 모습을 보여준다. 타미힐 피거와 클로에, 마이클 코어스와 마르니도 어깨선이 팔뚝까지 느슨하게 떨어지는 근사한 오버사이즈 코트를 선보였다. 한편 부피감이 풍성한 코트의 중간에 같은 소재의 벨트를 매치해 마치 욕실에서 입는 로브 같은 느낌을 연출하는 스타일링은 오버사이즈 코트를 부담스럽지 않게 입는 최적의 방법이다. 코트를 오픈해이너웨어를 보이게 한 채로 벨트를 묶는 방식이다. 이런 스타일링법을 대거 무대 위로 올려보낸 버버리프로섬과 보테가 베네타, 에르메스 컬렉션이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PADDING

천과 천사이에 솜이나 털 등을 넣어 도톰하게 만든 패딩 아우터는 보온성과 실용성만 따진다면 따라갈 대안이 없을 정도이지만 특유의 둥실둥실한 느낌이나 주로 합성 섬유를 사용해야 한다는 소재의 제한 때문에 하이패션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패딩이 명확하게 하이패션과 영합한 원년으로 보아도 될 정도다. 패딩의 부피감을 이용해 최근 패션의 키워드로 대두된 실루엣과 볼륨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한 디자인이 특히 돋보인다. 건축물처럼 절개선을 넣어 누빈 점퍼를 선보인 후세인샬라얀, 다각평면체의 전개도를 연상시키는 빅터 & 롤프의 코트, 패딩의 볼륨으로 파워 숄더를 표현한 지암바티스타 발리가 대표적이다. 알렉산더 매퀸과 샤넬 컬렉션에서는 퀼팅 장식을 이용한 쿠튀르적인 패딩 아우터를 내놓았고, 드리스 반 노튼은 패딩 자체의 부피감을 그대로 실루엣에 적용시킨 코트로 시선을 모았다. 패딩 아우터에는 주로 광택감이 있는 합성 소재가 쓰이곤 했는데, 드리스 반 노튼의 노랑집업벨트점퍼처럼 면이나 실크소재가 등장했다는 점도 패딩의 하이패션 합류에 힘을 불어넣었다. 한편 매튜 윌리엄슨, 니나 리치, 아크리스 컬렉션에서 볼 수 있듯, 몽클레어감마루즈로 대표되는 스포티한 패딩 아우터도 많다. 특히 스텔라 매카트니가 선보인 7부 소매의 집업 패딩 재킷은 활동성과 보온성, 그리고 도시적인 감각을 과시하는데 최고의 선택이 될 듯하다.

TAILORED

트렌드와 상관없이 몇 년을 두고 꺼내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추천할 만한 이번 시즌의 아우터는 단연 테일러드 스타일이다. 파워드레싱의 영향으로 지난 몇 시즌간테일러드 재킷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한겨울의 두툼한 아우터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과한 장식을 배제한 전형적인 테일러드코트의 진수를 선보인 브랜드는 질샌더와 랑방, 구찌. 특히 질샌더 컬렉션에서는 하우스의 클래식 아이템이라 할 만한테 일러드코트가 유선형의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장식, 그리고 라프 시몬스의 맛깔 나는 실력을 보여주는 입체재단과 함께 다양한 회색톤으로 풀어졌다. 테일러드 재킷을 포근한 질감의 알파카나 캐시미어, 혹은 두툼한 트위드 소재에 적용하여 풀어낸 샤넬, 랄프 로렌, 지방시, 프라다컬렉션도 흥미롭다. 길이가 짧은 재킷에 모피스톨이나 스누드, 청키한 니트를 스타일링하여 한겨울의 계절감을 더한 스타일링도 많다. 이밖에 미우 미우와 마르니에서는 과감하게도 소매를 떼어낸 테일러드베스트를 선보였는데, 역시 니트나 모피로 장식을 더해 한겨울의 아우터로 손색이 없음을 증명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과도하게 강조된 파워 피크 드숄더(Power Picked Shoulder)는 테일러드 스타일을 해치는 요소임을 명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