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습과 제모, 태닝까지. 난생처음 핫팬츠를 입기 전에 치러야 할 몇가지 일들.

왼쪽 뒤부터 시계 방향으로|

DIPTYQUE 레 프레헤.
상큼한 오렌지꽃 향이 오래 지속되는 가벼운 보디 로션으로 피부에 즉각적인 수분감을 선사한다. 200ml, 8만8천원.

ORIGINS 진저 글로스.
보디를 매끄럽게 유지해주는 호호바 오일과 톡 쏘는 진저와 시트러스 계열의 아로마가 활기를 준다. 100ml, 2만5천원.

SISLEY 쏠레이으 상 쏠레이으.
약 2시간 내에 태닝한 효과를 연출할 수 있는 셀프 태닝 스프레이. 식물성 에센스 오일이 첨가되어 피부를 이상적인 상태로 지켜준다. 150ml, 10만2천원.

CLINIQUE 썬 SPF 25 바디 스프레이.
스프레이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로 어느 각도에서나 원하는 부위에 분사할 수 있도록 개발해 외출 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150ml, 4만원.

GUERLAIN 테라코타 수딩 앤 모이스처라이징 미스트.
태닝을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며, 수분을 조절해주는 식물성 단백질이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열기로부터 보호한다. 100ml, 7만5천원.

LA PRAIRIE 실버레인 쉬머 미스트.
실버레인 향수의 신선한 향과 더불어 미세한 펄이 피부에 닿아 아른거리는 빛을 연출해준다. 50ml, 13만5천원.

BOBBI BROWN 바디 쉬머브릭.
여름철을 맞아 한정 판매되는 쉬머브릭 딜럭스 사이즈. 보디 브러시를 이용해 피부에 은은한 펄을 연출할 수 있다. 15g, 13만원. (올 오버 바디 브러시는 12만원)

AROMATHERAPY ASSOCIATES 서포트 라벤더 앤 페퍼민트 마쓰 앤 샤워 오일.
여름철 가벼운 선번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며, 숙면을 위해 베개 위에 소량을 뿌려 사용할 수도 있다. 55ml, 8만9천원.

 

젓가락같이 가녀린 팔다리가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너무 일찍 깨달은 탓에 꽃다운(?) 대학 시절조차 스커트를 멀리했던 나는 매년 찾아오는‘노출’의 계절도 담담하게 맞이해왔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은 한두 해 전부터.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너나할것없이거리를오가는 쇼트(short) 행렬에 ‘나도한번?’하는 열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내 몸을 슬슬 훑어보다가 이내 한숨이 터졌다. 돌이켜보면 좌절하며 몸에 대한 투자를 접은게 한두 해 일은 아니지만. 올여름에는 반드시 무릎 위로 껑충 올라오는 쇼트팬츠를 입고야 말겠다는 결의로 벼락치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D-15 샤워 후에는 반드시 모이스처라이저를 챙겨 바를 것. 우선 기본기부터 갖춰야 했다. 특히 다리는 건조하다 못해 갈라진 논바닥처럼 피부 표면 여기저기 미세한 선들이 생겨 눈에 거슬렸다. 번들거릴 줄만 알았던 보디 오일이 쏙쏙 스며들어 그 위에 가벼운 보디 로션을 덧발라도 무거운 느낌이 없었다. 참, 그전에 팔과 다리를 중심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 스크럽을 사용했다. 꼭꼭 감춰두어 두툼해진 각질층을 정돈한 후에야 보습 관리도가능할 테니까. 개선의 여지는 의외로 빠르게 나타났다.

D-10 왁싱, 전기 제 모기, 제모 크림, 족집게 등 제모를 위해 별별 방법을 다 시도해봤지만, 결국 매일 샤워와 함께 면도기를 사용하는 일이 습관화된 내 다리에는 상처와 반복된 면도로 거뭇해진 흔적이 또 다른 골칫거리로 자리 잡고 있었다. 미끈한 각선미의 여배우조차 ‘털을 몇 번 태웠다’고 웃으며 말하는 레이저 제모의 필요성을 이제야 절감한 것이다.“일반적으로 모근은 생장기, 휴지기, 퇴행의 주기를 따릅니다. 레이저 제모는 생장기에 있는 모근을 파괴시키는 것이죠. 따라서 4 ~6주 간격으로 평균 5회 정도 시술을 해야 영구적인 효과를 볼 수 있어요.”키스 유 성형외과 황인혜원장의 설명. 음, 여름을 자신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난겨울부터부지런을 떨었어야 했다는 말이다. 늦었다는 핑계로 이미 몇 번의 여름을 넘겨온 터라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다. 우선 노출 빈도가 높은 종아리 부위까지만. 몹쓸 도전 정신이 발동해 한쪽은 멜라닌에 흡수된 열에너지가 모근을 파괴하는‘아포지’를, 다른 한쪽은 파장이 더 길어 검은 피부에도 효과적이라는 다이오드 레이저‘메디오스타’를 이용한 제 모 시술을 동시에 체험했다. 강도를 조절하기 위한 테스트샷을 몇번 쏘인 후이내족집게로 살짝살짝 잡아당기는 것 같은 조금은 짜증스러운(?) 통증과 함께 기계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마취 없이 쿨링 장비만 사용하는데도 못 견딜 정도의 아픔은 아니었다. 두 기계의 통증 정도는 비슷했지만 아포지가 연속해서 꼬집는 따끔한 느낌이라면, 메디오스타는 은근한 통증의 지속 시간이 더 길었다. 20여 분의 시술이 끝난 후 드러나는 결과에는 차이가 있었다. 아포지를 사용한 쪽은 붉은 기가 많이 남는 대신 표면에 남아 있던 까끌한 털이제거되어 매끈해진 반면, 메디오스타 시술을 받은 쪽은 화이트닝과 모공 수축 효과 덕분인지 피부가 훨씬 맑아지고 열감도 덜해 편안했지만 눈에 보이는 털의 잔재는 더 많았다. 모근 깊은 곳을 공략하기 때문에 서서히 뽑혀 나간다고. 황인혜 원장은 이미 반복된 면도로 모낭염의 흔적과 상처가 남아 있으니 제모 후 2~3일은 과도한 운동이나 사우나를 절대 피하고 보습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 2주 동안은 태양 광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면도는 일주일 후부터 하는 것이 좋다.

D-5 내친김에 욕심을 부려 이번에는 인공 태닝에 도전! 태닝 숍 ‘탠 캘리포니아’에 들어서자 박은희 원장은 UV 태닝(기계 태닝)과 스프레이 태닝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특징을 간단히 설명했다. UVA를이용한 기계 태닝은 화상의 위험이 있는 UVB를 제외하므로 야외에서 태닝을 하는 것보다 안전하며, 시술 시간도 10여 분으로 예전에 비해 훨씬 짧아졌다. 보통5회 정도 시술하여 원하는 색상을 얻을 수 있으며 한 달 이상 지속된다. 반면 스프레이 태닝은 1회만으로도 원하는 색상을 얻을 수 있지만 지속 기간이 일주일 남짓으로 짧은 만큼 일시적인 효과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하다. 제모 레이저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태닝 초보인 나는 스프레이 쪽을 선택했다. 나의 요구는‘피 .를태 . 느.보.는 그 . 건.하. 날.해보 .는’ 피부 톤이었다. 박은희 원장은 적당한 컬러의 스프레이를 선택해 태닝룸으로 안내했다.“골고루 피부에 분사되도록 팔을 벌리고 서고 네 번에 나눠 방향을 바꾸는 것도 잊지 마세요.”그곳에서 옷을 벗은 다음 손과 발에 로션을 꼼꼼하게 바르고 머리와 얼굴에 헤어캡을 쓴채기계 안으로 들어간다. 센서에 손을 갖다 대면 스프레이가 분사되기 시작하는데 약간 매캐하게 안개가 낀 듯하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DHA가 피부의 단백질과 반응하여 컬러를 내는 것. 미스트 입자의 (+)전하가 피부 표면의 (-)전하에 자석같이 붙게 함으로써 태닝 효과가 고르게 나게 해준다. 스프레이가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를 2회씩 반복, 시간은 1분 정도. 정말 허무하리만큼 금세 끝났다. 각질층이 두꺼운 손발은 상대적으로 색소가 더 많이 스며들기 때문에 기계에서 나오자마자 손발을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 무엇보다 혼자 들어가 후딱 끝낼 수 있어서 간편했다. 5시간 후부터 컬러가 나타난다더니 저녁때가 되자 피부 톤이 달라져 있었다. 이렇게 짙어진 피부는 3 ~ 4일 가장 만족스럽게 유지되며 일주일을 넘어서면서 각질의 탈락과 함께 옅어진다. 걱정했던 얼룩이나 부자연스러운 느낌은 전혀 없었다.

D-Day 여전히 나는 무쇠팔 무쇠 다리에 더 가깝지만, 이제는 다리를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색이 약간 옅어진 피부에 셀프 태닝 스프레이를 살짝 덧발라 피부 톤을 보정하고, 미세한 펄이 함유된 향긋한 미스트까지 뿌리니 사기 충전 완료. 데콜테 부위에는 브론징 파우더를 터치해 일시적인 태닝 효과를 주었다.“얼굴 윤곽선과 뺨 부분을 브론즈톤의 블러셔로 마무리하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보디와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어요.” 바비 브라운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윤미의 브론즈 룩 표현법까지. 때마침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기온 덕분에 드디어 옷장 구석에 숨죽이고 있던 핫팬츠를 꺼내 입고 집을 나섰다. 마트를 둘러본 게 전부지만 난생처음 쇼트팬츠 차림으로 도심을 활보한 2시간이었다. 그 난리 굿에 겨우 동네 한 바퀴냐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신나는 외출이었다. 한번 맛을 들였으니 좀 더 극성을 부리면 서서히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