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뻐

겨울의 흔적이 채 가시지도 않은 어느 날. 일찌감치 2012 F/W 파리 맨즈 컬렉션을 앞두고 후끈 달아오른 디자이너들의 아틀리에 현장 중계.

1. 1g의 미소도 흘리지 않는, 차가운 벨기에 남자, 드리스 반 노튼. 디지털 프린트 아이템과 클래식 홈스펀 소재 코트의 매무새를 살피느라 카메라는 안중에도 없다.
2. 무시무시한 외모의 고딕 가이를 한참이나 마주하고 있는 모델의 얼굴에 곤욕스러움과 웃음이 교차한다. 이런 모델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마천루처럼 치솟은 칼라로 모델을 동여매는 릭 오웬스.
3. 사람은 겉만 보고 모른다고 했던가. 킴 존스를 보면 실감한다. 스니커 신고 장 보러 나온 옆집 노총각 같은 외모지만 차분한 채로 화려한 루이 비통 남성 컬렉션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이보다 더 진지할 수 없다.
4. 배다른 쌍둥이, 빅터&롤프 듀오의 2012 F/W 남성복 컬렉션 피팅 현장. 마치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두 디자이너의 손놀림이 바쁘다.
5. 톰 브라운의 클론처럼 똑같이 생긴 스태프들이 바지 핏을 살피는 사이, 톰 브라운은 장승처럼 꼿꼿하게 서 있는 모델의 넥타이 위치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6. 모델보다 더 멋진 디자이너. 2012 F/W YSL 남성복 컬렉션의 피팅을 마치고 스테파노 필라티가 특유의 오만한(?) 포즈로 모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리고 잘생긴 모델보다 디자이너에게 시선이 가는 건 나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