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가 이끄는 두 번째 보테가 베네타 쇼가 공개됐다.
밀라노의 라이프스타일과 브루탈리즘, 관능성이 교차하는 2026 F/W 컬렉션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디자인 언어를 선명하게 펼쳐 보였다.


“향수를 머금은 플로럴 한 조각, 할머니의 이브닝 퍼스와 아버지가 오래 신어온 구두. 오페라와 극장, 그리고 광장이라는 공적 무대 위에서 밀라노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이자 서로를 위해 차려입는다.” 쇼 직후 뉴 보테가(@newbottega) 계정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가 남긴 말이다. 패션이 더없이 개인적인 표현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행위라는 점, 기억과 세대를 품은 옷차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동시에 서로를 향한 예를 표한다는 의미를 이번 시즌에 담고자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두 번째 컬렉션을 앞둔 그녀는 보테가 베네타의 본사가 자리한 팔라초 산 페델레(Palazzo San Fedele)로 우리를 초대했다. 붉은 카펫과 붉은 기둥, 새하얀 스툴이 원형 구조의 건축적 공간과 어우러지며 웅장한 느낌을 주는 곳으로. 쇼 노트에서 ‘브루탈리즘과 관능성의 대화’라고 밝힌 것처럼 이번 2026 F/W컬렉션은 밀라노라는 도시의 고유한 라이프스타일과 드레싱 문화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단단하고 건축적인 형태와 인간적인 관능성이 교차하며, 서로 상반된 감각 사이의 긴장과 균형을 탐구하는 것. 겉으로는 절제된 실루엣과 간결한 구조를 유지하지만 그 안에 섬세한 곡선과 유연한 볼륨을 더해 데이웨어의 전형적 형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트로터는 의복이 단순히 몸을 보호하는 대상이 아니라 착용자의 움직임과 감각에 긴밀하게 조응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컬렉션 전반에는 장식적인 요소와 정교한 테일러링이 공존한다. 패디드 숄더가 돋보이는 건축적 실루엣의 테일러드 코트
로 시작해 팬츠 슈트, 미니멀한 드레스로 이어지는 흐름만 보더라도 하우스 고유의 코드가 선명하게 읽힌다. 특히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플로럴 장식과 할머니의 이브닝 퍼스, 아버지의 구두를 연상시키는 아이템들은 컬렉션에 서사적 깊이를 더했다.
하우스의 장인 정신 역시 다양한 소재와 질감을 통해 드러난다. 실크와 필 쿠페(Fil Coupé) 기법으로 완성한 직물, 니트와 테크니컬 섬유를 활용해 퍼를 연상시키는 촉각적인 질감을 구현했다. 부클레 니트와 퍼를 닮은 테크니컬 패브릭, 마치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을 이어 붙인 듯한 헤어리 드레스 등 독창적인 텍스처는 의류뿐 아니라 주얼리와 슈즈에도 적용해 컬렉션에 유쾌한 감각을 드러냈다. 특히 거의 모든 룩에 스타일링된 니트 비니와 헤드피스,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는 룩에 강렬한 존재감을 부여했다. 아이코닉한 트렌치코트와 인트레치아토 장식은 견고한 구조감으로 재해석됐고, 지난 시즌 등장한 파이버글라스 프린지는 역동적인 장인 정신을 반영한다. 보테가베네타 특유의 그린 컬러를 입힌 비닐봉지 형태의 특수 코팅 가죽 백, 책 모양의 클러치, 수공예적 기법이 돋보이는 그물 백과 클래식한 인트레치아토 백, 필 쿠페 기법을 적용한 베네타 백 역시 쇼에 활기를 더했다.
쇼는 후반부로 갈수록 오페라적인 장엄함으로 고조됐다.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와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가 보여준 급진적인 예술 정신과 비전, 사랑의 서사가 쇼 전체의 분위기를 감싸며 쇼에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이는 단순한 패션 컬렉션을 넘어 예술과 문화, 감정의 층위가 겹겹이 쌓인 하나의 무대를 연상시켰다. 공예와 장인 정신, 과감한 장식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버무린 루이스 트로터의 두 번째 막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녀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다시 한번 선명하게 각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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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TTEGA VENETA
- 사진
- JAMES KING, CHRIS RHODES, COURTESY OF BOTTEGA VENET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