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Y LIANG 2026 FW 컬렉션
뉴욕 의학 아카데미(New York Academy of Medicine) 도서관에서 열린 샌디 리앙의 26 FW 컬렉션은 마치 ‘궁전에서 열린 파자마 파티’ 같았다. 고요한 서가와 고전적 분위기의 책들이 둘러싼 공간은 이번 시즌 테마인 ‘가장 아끼는 것들(Favorite Things)’과 ‘침실의 사적인 무드’를 극대화하는 무대로 완벽했다. 이번 컬렉션은 디자이너가 아이와 함께 본 지브리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와 18세기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 서로 다른 두 세계관이 만나는 지점에서 출발했다. 어린 시절의 향수, 침대 위 티타임과 애니메이션의 따스한 기억 위에 성인이 된 지금의 루틴과 피로가 겹쳐지며, ‘소녀다움의 결정체’라는 브랜드 특유의 감성이 한층 또렷해졌다.
샌디 리앙의 상상은 퀼트 침대보에서 잘라낸 듯한 재킷과 스커트, 슬리핑백을 닮은 푸퍼, 실크 새틴 파자마 드레스, 그리고 새틴 리본이 흩뿌려진 카디건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레이 트레이닝 셋업 위에 새틴과 레이스를 덧입혀 만든 ‘드레스업 조거’는 실내와 실외,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부드럽게 흐렸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코드인 리본은 드레스와 수트는 물론 커다란 리본 실루엣의 레더 백까지 충실하게 점령했다. 모델들이 리본 힐 대신 토끼 귀 슬리퍼를 신고 등장하자 ‘궁극의 집콕 패션(Home Comforts)’이 비로소 완성됐고, 팬덤이 기대하던 샌디 리앙식 위트가 실현됐다.
이번 시즌의 화룡점정은 단연 뷰티 룩이었다.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가 설립한 레어 뷰티(Rare Beauty)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메이크업은, 막 잠에서 깨어난 듯 자연스럽고 은은한 혈색을 살렸다. 다크서클을 감추기보다 강조한 이른바 ‘졸린 소녀’ 메이크업은 몽환적인 눈매를 만들어냈고, 패션위크 막바지의 피로감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아이디어로 빠르게 바이럴됐다. 또 디디에 드로그바(Didier Drogba)의 딸 이만 드로그바(Iman Drogba)가 런웨이에 서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딸 엘라 엠호프(Ella Emhoff)는 샌디 리앙 FW26 컬렉션의 깅엄 브라톱을 티셔츠 위에 레이어드한 채 재킷과 스커트 세트를 매치해, 쇼장 밖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BGM 역시 향수와 판타지가 교차하는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잔잔한 사운드트랙과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상케하는 로코코 클래식 선율이 현대적 비트와 만나 재해석되는 동안, 중간중간 카세트테이프 특유의 음색이 뒤섞여 아날로그적 향수를 자극했다. 그 속에서 관객들은 잠시 현실을 잊고, 샌디 리앙이 빚어낸 침실 속 꿈같은 판타지에 잠겨들었다. 샌디 리앙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미학이 다시 한 번 선명하게 증명된 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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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Sandy Li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