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EK LAM 2026 FW 컬렉션
데렉 램이 뉴욕 패션위크로 돌아왔다. 2월 13일 뉴욕 패션위크 셋째 날, 첼시 인더스트리얼에서 열린 이번 복귀 컬렉션은 데렉 램의 이름을 단 하우스가 어떤 방식으로 다음 챕터를 이어갈 것인지를 드러낸 무대였다. 설립자 데렉 램이 브랜드를 매각하고 일선에서 물러난 뒤 지휘봉을 이어받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의 런웨이 데뷔이자, 약 6년 만의 공식 캘린더 복귀 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미니멀하고 중성적인 인상이 강했던 데렉 램은 보다 실용적인 동시에 우아한 궤도를 향해 갔다.
컬렉션 테마는 ‘물려받은 옷(Inherited pieces)’. 뉴욕의 패션스쿨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를 다녔던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뉴욕 소호에서 살며 이곳의 여성들을 관찰해왔다. 이번 시즌 그는 소호의 여자들이 세대, 성별을 뛰어넘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코트와 빈티지를 자유롭게 믹스 매치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런웨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다재다능함(Versatility)’이었다. 일상적인 스타일에서부터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나 이브닝까지 아우를 수 있는 범용적 스타일이 펼쳐졌다. 콘크리트를 연상케 하는 그레이를 필두로 블랙, 화이트, 브라운, 카키로 구성된 모던한 팔레트는 뉴욕 도심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차분하고 세련된 인상을 남겼다. 소재는 울, 캐시미어, 레더, 스웨이드, 퍼 같은 럭셔리 텍스처에서 가벼운 포플린, 데님, 나일론까지 폭넓게 사용되었는데, 현대적인 기능성 소재와 부드럽게 길들여진 가죽과 스웨이드의 질감이 섞이면서 ‘새것과 헌것의 공존’이라는 테마가 자연스럽게 구현되었다. 동시에 부드러운 테일러링이 힘을 발휘했다. 과장된 퍼널(funnel) 네크라인을 더한 버튼다운셔츠는 클래식 셔츠에 과감한 트위스트를 더했고, 허리를 조여 실루엣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트렌치코트 스타일 블레이저는 실용성과 감각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편안한 움직임을 담보하는 편안한 테일러링의 그레이 컬러의 슈트 역시 활동적이고 이동이 잦은 현대 여성을 위한 에센셜 아이템이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체제의 데렉 램 26 FW 시즌은 품격 있는 데일리 웨어로 초점을 맞췄다. 낮부터 밤까지 무리 없이 이어 입을 수 있는 룩, 옷장 안의 다른 아이템들과 자연스럽게 섞이는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런웨이를 채우며 브랜드 고유의 절제된 미학을 유지하면서도 한층 더 접근 가능한 럭셔리로 업데이트하려는 의지가 선명하게 읽히는 새로운 출발이었다.
- 사진, 영
- Courtesy of Derek L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