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FW 시즌, 아레아 컬렉션은 ‘실내. 뉴욕 시티 스테이지. 저녁(INT. NEW YORK CITY STAGE. EVENING)’이라는 시나리오 형식의 테마처럼,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연극 무대로 설정하고 여성의 욕망과 시선을 런웨이로 옮겨 놓았다.
이번 쇼는 뉴욕 패션위크 셋째 날인 2월 13일 저녁 6시, 더 셰드(The Shed)에서 열렸다. 브랜드의 공동 창립자 피오트레크 판슈치크가 10년 만에 하우스를 떠난 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스 애번을 영입하고 선보인 두 번째 런웨이. 지난 시즌 아레아 특유의 이브닝웨어에 데이웨어를 접목해 ‘데이 투 나이트’의 스펙트럼을 넓혔던 니콜라스 애번은 이번에도 계속해서 그 흐름을 이어갔다. 이미 비욘세, 리한나, 블랙핑크 등 글로벌 팝스타들의 퍼포먼스 룩으로 확실하게 각인된 아레아는 이번 시즌,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옷’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방향성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컬렉션 쇼노트에 쓰인 ‘나는 주목받고 싶어!(I long to be seen!)’라는 외침과 같은 문장은 이번 26 FW 시즌 아레아 컬렉션의 분위기를 요약하는 대사 같았다. 어둠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찾아 나서는 한 여성의 서사에서 출발, 패션이라는 ‘마법’을 통해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되는 대담한 여성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미드 블루 컬러의 데님과 맥시 코트 등 데이웨어로 문을 연 컬렉션은 도트 프린트 홀터넥과 라인스톤과 러플과 레이스가 장식된 드레스 등으로 글래머러스한 느낌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건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 미술가 마릴린 민터(Marilyn Minter)를 향한 오마주 룩. 마릴린 민터 특유의 과장된 클로즈업 입술 이미지를 차용한 시퀸 스커트 셋업은 여성의 욕망과 에너지를 상징했다. 한편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위트가 넘쳤던 것은 ‘백워드(Backward)’ 시리즈였다. 급하게 옷을 챙겨 입고 파티장으로 뛰어나가다 앞뒤를 뒤집어 입은 듯한 셔츠와 재킷들은 클래식을 쿨하게 비틀어낸 아레아식 농담이었다. 이는 오버사이즈 후디나 클래식 팬츠 등 일상적인 ‘다운타운 쿨 걸’ 아이템과 함께 브랜드가 데이웨어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영리한 전략이었다.
니콜라스 애번은 이번 컬렉션을 구상하며 사적인 기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빈티지 실크 스카프를 수십 장 이어 붙인 패치워크 톱과 스커트 셋업은 그가 어린 시절 누나를 위해 스카프 드레스를 만들어 주던 기억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업사이클링 테마는 카세트테이프 소재 룩으로 이어졌다. 갈색 마그네틱테이프를 수만 번 겹치고 주름을 잡아 만든 드레스는 멀리서 보면 다크 브라운 컬러의 이브닝드레스 같지만, 가까이에서 볼 때 드러나는 얇고 매끄러운 질감과 광택이 이색적이었다. 피날레 직전에 등장한 40, 41번째 룩 또한 언뜻 화려한 타조 깃털 드레스처럼 보였는데, 이는 사실 빈티지 티셔츠를 잘게 잘라내 붙여 만든 것이었다. 티셔츠에 있던 로고, 텍스트, 컬러 조각이 겹쳐져 팝아트적인 표면을 만들며, 뉴욕 스트리트 문화의 잔상이 이브닝 스타일로 흡수되는 극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일부 룩은 실험적 시도와 완성도 사이에서 살짝 흔들리는 듯한 인상을 남겼지만, 적어도 니콜라스 애번이 이번 시즌에서 목표했던 것 – 시선을 끌고 데이웨어로 확장하고자 한 시도 – 은 분명하게 이뤘다. 뉴욕의 밤을 배경으로 펼친 이번 26 FW 아레아 컬렉션은 화려함을 소비하는 여성에서 화려함을 연출하는 여성으로 시선을 전환하며, 어느덧 뉴욕 패션위크를 지탱하는 중견이 된 아레아의 다음 챕터를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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