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싫어진걸까?
퇴근 후 약속이 예전만큼 반갑지 않게 느껴지는 때가 있습니다. 분명 좋아하는 사람이고, 보고 싶었던 만남이지만, 어쩐지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죠. 이런 변화는 실제 많은 30대가 겪는 현상입니다.
당신은 ‘결정 피로’에 지쳐있다

우리는 하루 동안 수많은 결정을 내리며 살아갑니다. 어떤 일을 먼저 처리할지, 메일에 어떤 톤으로 답할지, 회의에서 어디까지 보고하고, 말아야 하는지도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선택이 하나둘 모이면, 우리 뇌가 피로를 느끼는 시점이 찾아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결정 피로’라고 부릅니다. 하루 종일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다 보면, 뇌의 인지 자원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설명하는 단어죠. 그리고 이러한 결정 피로가 절정에 달하는 시점이 바로 퇴근쯤입니다. 이 상태에서 또 다른 과제를 부여하는 건, 스스로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외향형도 사람이 힘들어 진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입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사교적인 행동 직후에는 기분이 좋고 활력이 올라가지만 2~3시간 뒤에는 피로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합니다. 이는 외향적인 사람도 마찬가지였죠(Leikas & Ilmarinen, Heliyon, 2020). 기쁘면서, 동시에 지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하루 종일 직장에서 감정 노동을 하고 난 뒤라면, 새로운 만남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새로운 감정 에너지를 쓰는 일이니까요. 예전보다 공감 능력이 떨어졌다기보다, 오늘 쓸 수 있는 공감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해서 피로하다 느끼는 것입니다. 실제 업무 모두에서 사교 모드로 넘어가는 것은 일종의 ‘전환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고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30대, 관계가 정리되는 시기니까

30대에 약속이 줄어드는 건 ‘피곤해서’이기도 하지만, 관계의 구조 자체가 바뀌는 시기라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의 수가 만 25세를 기점으로 줄어든다고 하죠 (Bhattacharya et al.,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16).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찾아가면서, 동시에 나머지를 자연스럽게 놓게 되는 과정입니다. 이는 건강한 변화입니다. 20대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세상을 탐색하는 시기를 가졌다면, 30대엔 그중에서 진짜 내 사람을 골라낼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우리는 시간과 에너지가 유한하다는 것을 자각할수록, 정서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에 집중하게 됩니다. 비록 사회관계망이 작아지더라도, 남아있는 관계에서 느끼는 긍정적 감정과 안정감이 높아진다면 그로써 훌륭한 변화입니다. 잦지 않더라도 가끔, 소수의 사람과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에 자연스러워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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