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강인함에서 르네상스의 우아함까지, 26 FW 랄프 로렌 컬렉션

명수진

RALPH LAUREN 2026 FW 컬렉션

랄프 로렌 26 FW 컬렉션은 뉴욕 패션위크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2월 10일에 열렸다. 장소는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뉴욕 트라이베카(TriBeCa)에 위치한 잭 셰인먼 갤러리(Jack Shainman Gallery). 갤러리 내부는 랄프 로렌 특유의 ‘프라이빗 럭셔리’ 감성을 극대화했다. 벽면에는 랄프 로렌 디자이너 자신의 베드포드(Bedford) 저택에서 영감을 받아 안개가 자욱한 숲을 핸드 페인팅으로 그려넣었고, 이국적인 카페트와 랄프 로렌 하우스의 홈 컬렉션 가구들을 장식해 마치 숲속 은신처로 초대된 듯한, 몰입감 있는 무대를 완성했다. 약 100여 명의 초대 손님들만이 경험할 수 있었던 랄프 로렌식 궁극의 사적 경험이었다.

이번 시즌의 테마는 ‘모험을 향한 열정'(A Passion for Adventure). 시대를 초월하는 우아함과 대담한 자유로움을 함께 갖춘 여성,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모험가에게 바치는 찬사다. ‘나는 패션이 지닌 모험적인 정신을 사랑한다’는 디자이너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은 반항적 기개와 섬세한 여성미가 공존하는 ‘르네상스의 여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오프닝을 연 모델 지지 하디드(Gigi Hadid)는 브라운 컬러의 울 코르셋 탑과 맥시 스커트를 매치해 부드러움과 강인함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보여줬다. 컬러 팔레트는 흙빛 브라운, 바위빛 그레이, 숲속의 그린 같은 자연에서 길어온 얼시 톤을 중심으로, 화이트와 메탈릭 실버 포인트가 강렬한 대비를 이루었다. 이와 함께 벨벳, 실크, 트위드, 자카드, 스웨이드 등 다채로운 소재의 믹스 매치를 통해 풍부한 감각적 긴장을 형성했다. 레이어링은 더욱 실험적이었다. 테일러드 재킷 위에 코르셋을 더하고, 얇은 시폰 드레스 위에 시어링 코트를 걸치며, 셔츠와 조끼를 겹쳐 입는 등 마치 시공간을 오가는 듯한 ‘여행자의 룩’을 완성했다. 중세의 갑옷에서 영감을 받은 메탈릭 체인 브로치, 실버 벨트, 메쉬 드레스 등은 ‘보호와 장식’이 공존하는 랄프 로렌식 모험가의 상징으로 작동했다. 대담한 애니멀 프린트와 클래식한 롱 코트의 조화 역시,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시도다.

이브닝 라인에서는 더욱 극적인 무드가 이어졌다. 로열 블루 벨벳 드레스에 스터드 장식의 서클릿을 더해 중세 기사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실버 시퀸 드레스는 블랙 벨벳 플로킹(flocking) 처리로 별빛처럼 미묘한 광채를 연출했다. 스트랩리스 블랙 벨벳 드레스는 바이어스 컷으로 유려하게 떨어지며 황홀한 실루엣을 그렸다. 여기에 자유로운 보헤미안 감성의 티어드 드레스가 자연스런 여운을 남겼다.

랄프 로렌은 이번 시즌을 통해 진정한 럭셔리는 화려함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세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중세의 그림자와 르네상스의 빛을 넘나든 2026 FW 컬렉션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에게 바치는 가장 시적인 찬가였다.

영상
Courtesy of Ralph R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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