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야성을 조련하다, 26 SS 스키아파렐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

명수진

SCHIAPARELLI 26 SS 컬렉션

1월 26일 오전 10시, 파리 오트 쿠튀르 위크의 막을 올린 스키아파렐리 쇼는 프티 팔레(Petit Palais)를 또 한 번 초현실주의의 무대로 바꾸어 놓았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로즈베리는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출발점으로,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흐리는 트롱프뢰유 세계를 펼쳐 보였다. 이는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 하우스 창립자인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급진적인 상상력에 대한 동시대적 재해석에 가까웠다. 다니엘 로즈베리는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첫 번째는 ‘우리는 분노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그가 바라본 오늘의 세계는 분노로 과포화된 상태다. 이 감정은 전갈의 꼬리, 뿔, 가시처럼 날 선 실루엣과 장식으로 옷 위에 구현됐다. 두 번째 질문은 ‘창작의 고통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는 이 두 질문을 하나의 축으로 엮어, ‘고뇌와 황홀경(The Agony and The Ecstasy)’이라는 테마로 컬렉션을 완성했다.

무대 위에 등장한 쇼피스들은 제목 그대로 고통과 쾌락의 경계에 서 있었다. 전갈, 복어, 새를 연상시키는 드레스들은 거의 조각에 가까운 존재감을 발산했다. 다니엘 로즈베리는 ‘얼마나 실제와 닮았는가’보다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감각을 경험했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한다.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구조물을 손으로 구축해가는 동안, 창작팀이 공유했을 희열과 긴장은 옷 너머로 생생히 전해졌다. 레이스와 튤은 더 이상 연약한 소재가 아니었다. 점토처럼 빚어낸 조각적 실루엣으로 다시 태어났다. 블랙 시스루 톱과 뷔스티에에 연결된 풍성한 레이스 스커트는 전면부에만 구조적으로 부착되어 기묘한 불균형을 만들었고, 블랙 크로커다일 드레스에는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 화이트 튤 테일이 더해졌다. 풍부한 상상력 위에 스키아파렐리 아틀리에의 기술이 덧입혀지며 하우스 특유의 에지는 정점에 도달했다.

이날의 상징적 장면은 단연 ‘스콜피온 시스터’였다. 3D로 제작한 전갈 꼬리를 장착한 두 벌의 룩은 분노가 어떻게 아름다움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블랙 샹틸리 레이스 재킷을 입은 모델 니키(Niki)와 베이지 뷔스티에를 착용한 밀라(Mila)를 가리켜 로즈베리는 ‘스콜피온 시스터’라는 애정 어린 별명을 붙였다. 그는 이 룩의 출발점으로 시인 데이비드 화이트(David White)의 문장, ‘분노는 자기 자신을 돌보는 가장 깊은 형태이다’를 인용했다. 금속으로 뼈대를 제작한 뒤 레이스를 덮고, 수백 개의 아플리케를 손으로 부착하는 제작 과정은 오트 쿠튀르의 숭고한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모델 로잘리케(Rosalieke)가 입은 복어 드레스 역시 강렬한 시선을 끌었다. 이는 전설적인 패션 에디터 이사벨라 블로우(Isabella Blow)에게 헌정된 작품으로 ‘이사벨라 블로피쉬(Isabella Blowfish)’라 명명했다. 겹겹이 쌓은 튤 위에 비즈와 그러데이션을 더해 복어 껍질의 질감을 구현했고, 레진 코팅한 오간자 장식이 어깨 위에서 뾰족하게 솟아 공격적인 리듬을 만들어냈다. 컬러 팔레트는 드라마 그 자체였다. 블랙, 화이트, 레드라는 절제된 기본 톤 위에 에메랄드, 사프란, 진홍색이 깃털과 자수로 폭발하듯 얹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즐겨 사용한 스푸마토(Sfumato) 기법을 차용해, 레이스와 튤, 벨벳 위로 원색들이 안개처럼 번지며 환각적인 효과를 완성했다.

쇼 후반부로 갈수록 스키아파렐리 특유의 트롱프뢰유는 밀도를 더해갔다. 인체의 윤곽을 해체하고 동물의 형상을 덧입힌 ‘변형의 미학’이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부스티에에 악어 꼬리를 형상화한 드레스, 하이힐 앞코에 독수리 등 조류의 머리를 장식한 슈즈, 그리고 6만5천 개의 킹피셔 블루와 블랙 깃털을 8천 시간에 걸쳐 수작업으로 완성한 드레스까지. 모델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실제 새의 날갯짓처럼 깃털이 흔들리며, 오트 쿠튀르의 집요한 장인정신을 시각화했다. 오색 깃털로 덮인 재킷과 뿔 장식, 극단적인 하이 네크라인과 각진 숄더 라인은 마치 신화적 존재들이 무대를 장악한 듯한 인상을 남겼다. 라인스톤 태양 왕관을 쓴 모델 룰루(Lulu)는 이 세계관의 정점을 장식했다.

쇼가 끝난 뒤 다니엘 로즈베리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쿠튀르의 목적을 묻습니다. 물론 일상복을 위한 옷은 아닙니다. 하지만 쿠튀르는 한때 희망으로 가득했던 청소년이, 의학이나 금융, 법률이 아닌 패션이라는 영역에서만 가능한 환상을 계속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드는 통로입니다.” 스키아파렐리의 26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그 환상이 여전히 유효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음을 과감하게 증명했다.

사진
Courtesy of SCHIAPAR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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