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R MEN 2026 FW 컬렉션
조나단 앤더슨은 두 번째 디올 남성복 컬렉션을 통해 디올이라는 대형 하우스를 젊음과 자발성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하도록 했다. 키워드는 ‘현대의 플라뇌르(modern-day flâneur)’. 이는 19세기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저서 <현대 생활의 화가(The Painter of Modern Life)>에서 정의한 개념으로 한가로이 도시를 배회하며 풍경을 관찰하는 인물을 뜻한다. 조나단 앤더슨은 이 플라뇌르가 20세기 초 오트 쿠튀르 혁명가 폴 푸아레를 만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폴 푸아레였을까? 우연히 조나단 앤더슨은 몽테뉴 거리의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 근처에 있는, 폴 푸아레를 기리를 명판을 발견했고, 다음 날에는 1922년에 제작된 폴 푸아레의 드레스를 봤다. 디올이 구조를 부여하는 하우스라면 폴 푸아레는 코르셋을 해체하고 화려하고 다채로운 텍스타일과 과감한 기모노풍 드레스를 통해 장식을 해방시킨 디자이너다. 둘의 충돌은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운 실루엣으로 귀결됐다.
이 설정에는 또 하나의 동시대적 참조가 겹친다. 바로 인디 싱어송라이터 맥기(Mk.gee)의 슬림하고 퇴폐적인 이미지다. 조나단 앤더슨은 그의 미학에서 영감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을 쇼 사운드트랙으로 직접 끌어오며 ‘공식보다 본능, 규칙보다 재미’라는 자신의 지향을 분명히 드러냈다.
26 FW 디올 맨 컬렉션은 로댕 미술관에서 열렸다. 사진작가이자 무대 연출가인 아드리앙 디랑(Adrien Dirand)이 설계한 세트는 베이지 톤 벨벳 커튼으로 실내와 외부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다. 이는 폴 푸아레가 1908년에 발표한 카탈로그 ‘폴 푸아레의 드레스’ 속, 당시 ‘현대적 주거 공간’에서 드레스를 연출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런웨이는 반짝이는 스팽글 톱에 스키니 데님 팬츠를 매치한 룩으로 시작했다. 모델들이 착용한 노란색 멀릿 헤어 가발과 슬림한 스키니 라인을 더 돋보이게 하는 파이톤 가죽 소재의 큐반 힐 부츠(Cuban Heel Boots)가 조나단 앤더슨 특유의 도발을 드러냈다. 그리고 어깨 견장이 달린 폴로 셔츠, 시어링 소재로 만든 나폴레옹 재킷, 원피스처럼 보이는 롱 스웨터, 누에고치처럼 몸을 감싸는 쿠튀르 파카와 보머 재킷, 테일코트처럼 변형한 밀리터리 코트, 벨벳 카고 팬츠, 퍼 안감을 넣은 스키 재킷 등 상상을 뛰어넘는 대담한 믹스 매치가 이어졌다. 폴 푸아레 특유의 대담한 색채 대비 – 바이올렛과 블랙, 라임과 코발트 블루 – 가 컬렉션의 연극적 밀도를 높였다.
현란한 색채와 과감한 믹스 매치 속에서도 디올의 테일러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구조적인 바 재킷과 허리의 곡선 라인이 아름답게 드러나는 테일러드 코트가 시선을 끌었다. 조나단 앤더슨은 1940년대의 둥글고 길쭉한 실루엣과 1960년대의 짧고 슬림한 재킷 비율을 병치하며, 전환기의 남성복 미학을 현재형으로 재구성했다. 블레이저의 길이를 의도적으로 끊어 크롭에 가깝게 보이게 한 점은 특히 상징적이다.
액세서리 역시 하우스 코드를 현대적으로 번역했다. 지난 시즌 화제가 된 북 백(Book Bag)에 이어, 이번에는 트위드 메신저 백이 시선을 끌었다. 캐시미어 니트 사첼 백은 카나주 패턴을 변주하여 손으로 스케치한 듯 불규칙한 다이아몬드 퀼팅 패턴이 돋보였다. 큐반 힐 부츠는 물론, 지난 시즌 선보였던 디올 보틴 스니커즈를 새롭게 해석한 버전도 매력적이었다.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맨 26 FW 컬렉션은 도시를 관찰하는 귀족 청년이라는 허구의 캐릭터 설정을 통해 하이패션과 서브컬처, 구조와 해체, 유산과 현재를 교차시킨 실험적 시도를 보여줬다. 디올이라는 거대한 이름을 짊어진 채 옷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오히려 더 멀리 나아가는 조나단 앤더슨의 태도는 여전히 쿨하고 동시에 영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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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Di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