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을 대신해 새롭게 대세로 자리잡은 라이프스타일

박은아

밸런스 < 블렌드

한때 모두가 외쳤던 ‘워라밸’. 일은 일, 삶은 삶.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이 이상적인 삶의 방식처럼 여겨졌습니다. 퇴근 후에는 업무 메신저를 끄고, 주말에는 회사 생각을 하지 않고 여가에 집중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려 애썼습니다. 분명 깨어 있고 건강한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일과 삶을 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말 일과 삶이 분리되어야만 하는 지 되묻는 거죠.

@sina.anjulie

그래서 떠오른 개념이 ‘워라블’입니다. 일과 삶을 칼같이 나누기보다, 서로를 유연하게 섞으며 살아가는 방식. 완벽한 균형 대신, 나에게 맞는 리듬을 찾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워라블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주로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명확하지 않은 프리랜서, 재택과 출근을 오가는 하이브리드 워커, 자기 브랜드를 운영하는 1인 사업자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일과 삶은 애초에 분리된 적이 없습니다. 하루를 일에 온전히 투자해도 그 일상에 대해 괴로워하기 보다는 투자로 접근하는 시각이 큽니다.

@josefinevogt

아침에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어 메일을 확인하고, 점심시간에 운동을 다녀오고, 오후에는 다시 일을 하다 저녁 약속을 나가는 하루. 자기 전에 다시 일을 하다 잠들기도 합니다. 이 흐름은 누군가에겐 불균형이고 일에 파묻혀사는 듯 보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오히려 가장 자연스러운 루틴일 수 있습니다. 워라블은 이런 삶을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인정하는 개념입니다.

지금 워라블이 빠르게 확산된 이유

@josefinevogt

워라블이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콘텐츠 환경의 변화가 큽니다. 요즘 우리는 ‘일하는 모습’과 ‘사는 모습’을 굳이 구분하지 않습니다. 브이로그, 릴스, 쇼츠 속에는 업무 회의와 점심 식사, 운동과 휴식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죠.

본업과 사이드 잡을 함께 하는 N잡러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습니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일을 하는 데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는 거죠. 돈이 되는 사이드 잡이 아니더라도 주말에 유튜브 영상 편집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많고요.

@josefinevogt

이 흐름 속에서 일은 더 이상 삶을 침범하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일부로 드러나는 장면이 됩니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여는 모습이 더 이상 과로의 상징이 아닌 이유입니다.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 순간을 어떻게 통제하고 있는가입니다.

일과 삶을 완벽하게 나누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대신 어느 한쪽에도 잠식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죠. 워라블은 그 균형을 ‘선’이 아니라 ‘흐름’으로 바라봅니다.

@sina.anjulie

중요한 건 워라블이 ‘더 좋은 삶’이라는 선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죠. 워라밸이 잘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워라블이 더 자연스러운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단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받아 왔다는 데 있습니다. 워라블은 결국, 다르게 살아도 된다는 자유 옵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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