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환상으로만 여겨질 일이 물리적 실체로 눈앞에 펼쳐질 때, 그 놀라움은 경험한 자만이 누릴 수 있다.
루이 비통이 패션, 문화, 미식, 예술을 아우르는 테마파크 같은 공간을 서울에 차렸다. LV 더 플레이스 서울, 신세계 더 리저브 내에 자리한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 이야기다.


루이 비통은 그간 서울에 여러 차례 인상적인 순간을 새겼다. 여행을 향한 꿈을 한껏 돋아준 2017년 전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Volez, Voguez, Voyagez)>나 잠수교 위에서 펼친 2023 프리폴 컬렉션 쇼는 기억 속에 선명하게 각인될 스펙터클한 스토리였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걸작으로 2019년 완공된 루이 비통 메종 서울, 2025년 9월 그곳에 새롭게 문을 연 ‘르 카페 루이 비통’, 그리고 하우스의 출판 시리즈로 기념된 서울편은 영원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서울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풍부한 문화적 매력이 루이 비통과 어떤 식으로 교감하며 더 진화할 수 있을까? 그 호기심에 대한 응답이 서울 중구 소공로에 실현되었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물리적 실체로. 12월, LV 더 플레이스 서울, 신세계 더 리저브 내에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Louis Vuitton Visionary Journeys Seoul)’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매장, 문화 체험형 공간, 미식의 세계를 한곳에 아우르는 놀라운 장소. 이곳은 루이 비통의 새로운 서사가 펼쳐지는 무대이자 기획과 규모 면에 있어 흔히 볼 수 없는 대담한 시도의 장이다.
서사는 총 6개 층에 걸쳐 전개된다. 큰 이야기의 개요를 먼저 숙지하고 세부 여정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건물에 들어서서 먼저 층별 안내도를 보자. 1층부터 6층까지 층층이 자리한 세계의 윤곽을 파악한 후 탐험을 시작하는 것도 좋으니까. 1층은 여성 레더 굿즈, 뷰티 & 액세서리, 워치 & 주얼리 공간, 2층은 여성 레더 굿즈, 레디투웨어, 슈즈를 위한 공간, 남성 라인이 자리한 3층은 레더 굿즈, 액세서리, 레디투웨어, 트래블 컬렉션을 선보인다. 주위에 가득한 패션 아이템 속에서 뷰티 섹션을 만날 때의 반가움도 신선하다. 모노그램 패턴이 장식된 섀도 팔레트들, 하늘 아래 같은 색이 없다는 레드와 핑크 계열 립스틱이 도열한 모습은 그 자체로 황홀하다. 이 세 개 층에 걸친 드넓은 매장을 살펴보는 동안 전통 색동 컬러에서 영감 받은 정제된 인테리어 디자인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4층은 기프트 & 홈 라인, 르 카페 루이 비통, 그리고 특별한 초콜릿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인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으로 구성된다. 이 층의 특징이라면 볼거리와 휴식을 위한 공간이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 예술’이라는 루이 비통의 브랜드 철학이 깃든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가구와 오브제가 곳곳에 자리한 풍경은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방문한 듯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루이 비통이 선사하는 달콤한 맛은 어떨까? 르 카페 루이 비통이 제공하는 페이스트리는 2025년 세계 최고의 페이스트리 셰프로 선정된 막심 프레데릭(Maxime Frédéric)의 디렉팅으로 만들어진다. 카페 바로 옆,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에는 소중한 누군가를 만날 때 선물로 주고픈, 혹은 나 자신을 위해 챙기고픈 초콜릿과 디저트가 기다린다.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다다르면 모노그램 한지로 구성된 거대한 트렁크 기둥을 마주하게 된다. 내부 조명으로 빛나는 기둥들은 천장에 매달린 기다란 랜턴처럼 공간을 환하게 채우고 있다. 5층과 4층으로 이어지는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은 미니 뮤지엄이라 불러도 무방한 문화 체험형 공간이다. 쇼핑이나 휴식을 위한 공간과는 또 다르게 루이 비통의 문화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펼쳐놓아, 트렁크 메이커에서 글로벌 컬처 하우스로 진화해온 여정을 체감하게 만든다. 루이 비통의 트렁크는 기차, 증기선, 자동차 여행 등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동이 가속화한 시대에 처음 고안된 제품이다.
동굴처럼 루이 비통의 지난 역사를 품고 있는 ‘기원 룸’에 입장하면 19세기 유럽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하다. 많은 짐을 넣고 적재할 수 있도록 사각 형태로 디자인된 트렁크, 또 포터블 옷장에 준하는 공간감을 갖춘 대형 트렁크 등 다양한 옛 트렁크가 루이 비통의 시작점을 보여준다. 여행에 관한 루이 비통의 탐구와 진심은 휴대용 트렁크와 더불어 야외 여가의 우아함을 누릴 수 있게 해준 테이블웨어, 소유주의 이니셜과 다종다양한 디테일을 통해 개성을 반영할 수 있게끔 한 맞춤 제작 트렁크, 시간에 시적 아름다움을 녹인 시계 등으로 깊어지고 확장되었다. 기원 룸에 이어 일련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공간들에서는 바로 그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곳곳에 놓인 장인들의 도구마저 한 점의 작품처럼 다가오는 ‘공방 룸’, 거대한 기계들이 가방을 밀고 당기며 테스트 중인 모습을 통해 장인 정신은 곧 공학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테스트 룸’, 아이코닉한 가죽 제품의 진화를 엿볼 수 있는 ‘아이콘 룸’ 등, 여러 공간을 거치는 동안 기술과 예술이 맞물리는 루이 비통의 역사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버질 아블로가 지휘했던 최근부터 수십 년 전까지, 그 방대한 루이 비통 컬렉션에는 가죽 소재의 붐박스, 모노그램 캔버스 소재의 카세트테이프 케이스 및 LP 박스와 DJ 박스, 깁슨과 협업한 LV 기타도 있다. 정교함과 위트가 느껴지는 ‘음악 룸’은 5층의 여느 공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렇게 루이 비통이 여행이라는 테마를 넘어 ‘삶의 예술’로 확장된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협업 룸’, ‘패션 룸’이라는 세계를 만난다. 여기엔 최근의 퍼렐 윌리엄스에 이르기까지 루이 비통을 거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창작물이 오색창연한 스펙트럼으로 전시되어 있다. 역사와 전통을 들여다본 시간 여행 끝에 지금에 이른, 컨템퍼러리의 루이 비통을 일깨워주는 풍경이다.

언제 어디서든 길고 특별한 여정의 마지막에 찾게 되는 건 ‘미식’이다. LV 더 플레이스 서울, 신세계 더 리저브 6층에는 연초부터 예약 경쟁을 낳을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1월 오픈 예정인 ‘제이피 앳 루이 비통(JP at Louis Vuitton)’. 뉴욕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아토믹스(Atomix)’로 잘 알려진 박정현 셰프의 다이닝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박정현 셰프의 첫 한국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이렇게 1층부터 6층에 이르기까지, 각 층마다 확실한 테마가 펼쳐진다. 쇼핑을 위한 매장, 눈이 즐거워지는 요소를 갖춘 것은 물론 하우스를 이해하는 지적 즐거움도 충족시키는 공간, 탁월한 디저트와 미식 등을 이토록 광활하게 아우를 수 있다는 놀라움을 안겨주면서. 한 백화점 안에서, 한 하우스의 유산과 현재를 만나고 이를 동력 삼아 가능한 미래까지 상상하게 되는 일이 얼마나 벌어질까?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풍경은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새로운 세상을 선사한다. 루이 비통이라는 세계가 지금껏 그 어느 때보다 넓고 깊게 서울이라는 도시와 맞닿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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