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자무쉬의 6년 만의 신작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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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어페어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의 주인공은 미국 출신의 영화감독 짐 자무쉬(Jim Jarmusch)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다. 12월 31일이면 그가 6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 한국 관객을 만난다.

준 리프의 작품 ‘Second Skeleton’(2009-2010)과 짐 자무쉬. 선글라스는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제품, 옷과 시계는 감독 소장품.

<W Korea> 당신은 1980년대부터 미국 독립영화의 거장이라 불렸죠.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신작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성인이 된 형제자매와 부모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애덤 드라이버, 케이트 블란쳇, 톰 웨이츠, 비키 크립스, 인디아 무어가 앙상블 캐스트로 출연했죠.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랑과 이해, 그리고 오해를 탐구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짐 자무쉬 글쎄요, 처음에 ‘와, 톰 웨이츠가 애덤 드라이버의 아버지면 멋지겠다’ 싶었어요. 부모는 여러 이유로 자녀에게 솔직하지 않죠. 자기만의 영역을 지키고 싶거나, 길잡이가 되고 싶거나, 자신에 대해 감추고 싶은 것들이 있으니까요. 영화의 첫 번째 챕터에서는 아들(애덤 드라이버)이 아버지(톰 웨이츠)의 사랑이 너무 필요한 나머지 기꺼이 속아 넘어가요. 그런데 그게 나쁜 건가요? 이 영화의 핵심은 누구도 판단하지 않는 거예요. 저는 열일곱 살에 집을 나왔어요.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지 않았죠. 어머니와는 가까웠지만, 부모님과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고요.

당신은 아티스트인 남동생, 작가이자 편집자인 여동생과 함께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죠. 어머니께서 영화에 대해 글을 쓰셨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어머니인 베티 자무쉬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 <애크런 비컨 저널>에서 영화 평론가로 일하셨어요.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이 오하이오에서 결혼할 때 취재하셨죠. 기차표를 직접 사서 뉴욕까지 가셔서는 무대에 선 말론 브란도를 리뷰하셨는데, 그때 브란도를 두고 ‘애니멀 마그네티즘(Animal Magnetism)’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내셨어요. 어머니, 여동생, 아버지와 플로리다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땐 우리를 드라이브인 극장에 데려가서 로버트 미첨 주연의 <썬더 로드>를 보여주셨어요. 일곱 살 때였을 거예요. 그때 완전히 빠져버렸죠. 기묘하게 개조한 엄청난 차를 몰고 밀주를 나르는 시골뜨기 범죄자들, 그리고 그들을 쫓는 경찰들. 정말 대단했어요.

1984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 <천국보다 낯선>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뉴욕 독립영화의 고전이 되었죠. 그로부터 약 10년 전, 열일곱 살에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뉴욕으로 왔고요.
뉴욕에 온 건 오하이오에서 제일 친했던 친구이자 작곡가 필 클라인이 컬럼비아 대학교로 진학했기 때문이기도 해요. 뉴욕에 오자마자 작가 뤽 상트를 알게 됐는데, 지금은 루시 상트로 불리고 저와 가장 가까운 친구들 가운데 하나죠. 당시 떠오르던 펑크록 신, 뉴욕파 시인들, 비트 세대 시인들, 온갖 추상표현주의, 아방가르드 음악, 재즈, 실험적인 것들에 빠졌죠. 한때 마담 로자스라는 작은 바가 있었는데, 1년 정도만 운영되고 문을 닫았어요. 거기서 팹 파이브 프레디, 리 퀴뇨네스, 퓨투라 2000, 더 클래시의 믹 존스, 바버라 크루거 같은 멋진 아티스트들과 어울렸어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서 애덤 드라이버는 은근히 힙한 아버지를 둔 고지식한 아들을, 또 다른 이 야기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자유분방한 자매를 둔 뻣뻣한 여자를 연기하죠. 파격적인 캐스팅을 즐기는 편이에요.
원래 케이트 블란쳇은 장난꾸러기 자매로, 비키 크립스를 범생이 역으로 대본을 썼어요. 케이트한테 먼저 대본을 줬는데, “제가 다른 역할을 하면 안 될까요?”라고 하더라고요. 비키는 신이 났죠, 본인이 악동 같은 역할을 맡고 싶었거든요!

72세가 된 지금까지 장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합쳐 16편을 연출했습니다. 일할 때 안 된다면서 거절하 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그냥 다음으로 넘어가요. 저도 거절하고요. 저작권은 제 거니까요. 누구와 협업할지는 제가 선택해요. 최종 편집권도 제 거예요. 대본도 제가 써요. 의견은 받겠지만, 반영할 의무는 없어요. 동의하면 같이 가는 거고, 아니면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는 거죠. 이기 팝이 ‘브랫 이론’이 라는 걸 알려줬어요. 쉽게 말하면 ‘건방지게 굴어라’이론이죠.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있잖아, 넌 브랫이 돼야 해. ‘아니, 난 그렇게 안 해’라고 말해야 한다고. 그러면 상대가 돌아와서 ‘좋아요, 얘기해봅시다’라고 하거든. 항상 오케이하면 완전히 무시당한다고.” 브랫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찰리 XCX 정말 좋아해요. 그녀의 스타일과 태도가 좋아요. 정말로요. 자기만의 방식대로 하잖아요.

선글라스와 슈트가 시그너처 룩이죠. 어디 건가요?
전 이제 생 로랑만 입어요. 생 로랑 제품을 좋아하고, 안토니 바카렐로도 좋아해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제작비의 대부분, 아니 상당 부분을 생 로랑 프로덕션에서 지원받았어요. 아티스트에게서 돈을 받은 건 그때가 유일해요. 저는 패셔니스타는 아니지만, 스타일은 있는 사람이에요. 슈트 몇 벌과 선글라스까지 받았죠. 직접 사야 했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을 거예요.

NICOLAS RAPOLD
사진
SELF-PORTRAIT BY JIM JARMUSCH
아크웍
JUNE LEAF: COURTESY OF ESTATE OF JUNE 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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