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연인에게 바라는 게 많은 이유

최수

내 연애에 내가 지치는 순간

연인을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기대도 생깁니다. 연락의 빈도, 표현의 방식, 태도 하나까지도요. 하지만 기대가 많은 게 사랑의 크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지나친 기대는 애정의 깊이보다, 관계 안에서 느끼는 불안을 나타내는 신호일 수 있으니까요.

내 안정감을 상대에게서 찾을 때

연인에게 바라는 게 많아질 때,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그만큼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더 신경 쓰는 거야.” 물론 감정이 깊어질수록 기대가 생기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계속 늘어나고, 어긋날 때마다 불안이 커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심리학 애착 이론에 따르면, 관계 안에서 불안이 큰 사람일수록 상대의 행동을 통해 안정감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연락, 표현, 반응 하나하나가 사랑의 증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이때 기대는 마음속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sambolianatz

문제는 반복되는 기대가 곧 관계의 규칙처럼 굳어질 때입니다. 연락은 이 정도, 표현은 이 정도, 갈등이 생기면 이렇게 반응해야 한다는 식이죠. 이때 연인은 더 이상 독립적인 사람이 아니라, 나의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존재가 됩니다. “이렇게 해줘”가 아니라 “이렇게 해야 정상”이 되는 순간이죠. 이런 관계에서, 정작 상대는 편할 수 있을까요? 내가 상대에게 기대하는 게 나에 대한 사랑인지, 혹은 날 위한 통제인지 다시 한번 돌이켜봐야 합니다.

연인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여기기 시작할 때

@josefinevogt

사랑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연인을 점점 ‘가까운 타인’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존재’로 인식합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기준, 감정 방식이 상대에게도 자연스럽게 적용될 거라 기대하죠.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이 정도는 당연히 신경 쓰지 않나?” 같은 생각이 반복되는 이유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와 타자의 경계가 흐려진 상태’로 설명합니다. 연인을 나의 일부처럼 느끼는 건 친밀함의 한 형태지만, 이 경계가 지나치게 겹치면 문제가 생깁니다. 상대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의 기준을 보편적인 잣대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mattyxgabi

연인은 나의 연장선이 아닙니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처리하는 사람입니다. 그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기준을 강요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관계에서도 한 사람이 상대의 모든 감정을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연인은 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역할은 해줄 수 있지만, 나의 불안을 대신 처리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기대를 줄이기 전에, 자신을 먼저 살피세요.

@sasha.mei

중요한 건 기대를 없애는 게 아닙니다. 기대를 줄이자는 말은 현실적이지 않죠. 대신 그 기대가 어디서 나왔는지 정확히 알아 차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게 사랑인지, 통제인지 살펴봐야 하는 것처럼요. 연인은 안정감을 나누는 존재이지, 내 본질을 만들어주는 사람은 아닙니다. 내 감정, 불안, 모든 결핍은 나로부터 생기고 나로 인해 다시 채워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불안을 먼저 다루지 않으면, 기대는 형태를 바꿔서 계속 반복될 뿐입니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여유를 찾아가 보세요.

사진
각 Instagram,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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