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켓 스니커즈, 요즘 식으로 신는 법
한동안 아디다스 삼바, 오니츠카 타이거 같이 날렵하고 납작한 셰입의 운동화가 오랫동안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는 뉴페이스가 존재하는 법! 이 유행에 반기를 든 주인공은 이자벨 마랑의 베켓 스니커즈입니다. 이미 오래전 한차례 전성기를 누렸던 바로 그 운동화가 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걸까요?


2010년대 헐리우드 셀럽들의 파파라치 컷을 들여다보면 유독 이자벨 마랑의 베킷 스니커즈가 자주 등장합니다. 당시 옷 좀 입는다고 소문난 패셔니스타들은 하나같이 이 아이코닉한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죠. 그 시절엔 이 슈즈를 신는 절대적인 공식이 존재하기도 했습니다. 타이트한 스키니진이나 레깅스와 함께 매치하는 것이었죠. 이는 안쪽에 숨겨진 웨지 힐의 특성을 적극 활용해 자연스럽게 더 길고 가는 각선미를 연출하는데 더할 나위 없는 장치가 되기도 했습니다.


유행의 정점에서 한참 멀어졌던 베켓 스니커즈가 다시금 트렌드로 떠오른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는 빈티지 아이템을 디깅하는데 푹 빠져 있는 젠지들에게 신선하고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날렵한 실루엣의 스니커즈에 익숙해진 그들에게 베켓 스니커즈가 가진 고유의 투박한 모양은 오히려 낯설어서 더욱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 거죠. 아빠 제이지와 함께 농구장을 찾은 블루 아이비 역시 이 트렌드에 탑승했는데요. 크고 여유로운 사이즈의 레이싱 재킷에 데님 카고를 매치해 베켓 스니커즈를 험블하면서도 힙한 무드로 재해석했죠.

베켓 스니커즈로 길고 가녀린 실루엣을 연출하던 공식은 더 이상 쿨해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식대로 배기한 실루엣의 팬츠들과 매치해 특유의 통통한 셰잎을 적극적으로 살리는 것이 정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조던 그란츠 역시 블루 아이비와 마찬가지로 오버사이즈 레더 재킷에 데님 팬츠를 매치한 차림에 베켓을 더했는데요. 확실히 실루엣 하나로 예전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죠.


매년 겨울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맥시 코트는 베켓 스니커즈와 특히 궁합이 좋습니다. 발목을 덮는 긴 기장의 코트와 볼륨감 있는 베켓의 실루엣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죠. 작은 키를 보완해 주는 높은 굽의 장점은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스니커즈 특유의 캐주얼한 무드 덕분에 훨씬 담백하게 스타일링 할 수 있는데요. 베켓 스니커즈가 겨울 아우터 룩의 매칭 아이템으로 다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출신 패션 인플루언서 마리 가오슈는 로맨틱한 슬립 드레스에 다소 터프한 무드의 블루종을 매치해 감각적인 대비를 연출했는데요. 그녀의 아웃핏이 더욱 트렌디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빈티지 아이템을 능숙하게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손에 든 르 시티 백과 발끝의 베켓은 슬립 드레스가 가진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덜어내며 스트릿한 감성으로 룩 전체를 한층 더 쿨하게 반전시켰죠. 이렇게 요즘 감각에 맞춘 베켓 스타일링 레퍼런스는 이미 충분합니다. 한동안 옷장 깊숙이 넣어 두었던 그 스니커즈를 다시 꺼내 들기에 지금이 가장 적절한 타이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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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인스타그램, gettyimageskorea, splash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