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드스톤이 조명한 동시대 도예 작가 이헌정, 김주리, 김대운의 작품들.

“김주리의 ’휘경’ 연작은 작가가 한때 살던 휘경동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2008년, 휘경동은 재개발 과정을 거치며 오래된 집들은 철거한 뒤 새로운 구조물로 대체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작가는 소성하지 않은 점토로 작은 건축 풍경을 빚고, 그 위에 물을 부어 천천히 해체되는 과정을 연출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장소의 기억이 어떻게 깎이고 사라지며 다시 만들어지는지를 몸으로 체감하게 하는 제스처다. 또한 흙의 질감과 해체의 리듬을 통해 쇠퇴와 재생이라는 도시의 순환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급속한 개발과 재정비로 ‘사라지는 동네’가 일상이 된 오늘, 흙의 물질성을 탐구하는 동시에 도시와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지워지고 다시 쓰이는지에 대해 사유하게 만드는 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정지웅(글래드스톤 서울 어소시에이트 디렉터)
지금 글래드스톤에서는 한국의 동시대 도예 작가들을 조명하는 그룹전 <Irreverent Forms>가 펼쳐지고 있다. 전통 도예는 불 속에서 단단히 굳어졌다는 점에서 완전함과 기능성을 상징하는 매체로 인식되어왔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이헌정, 김주리, 김대운은 이를 전복해 도예에 잠재된 새로운 의미를 탐구한다. 가장 원초적인 재료인 점토를 통해 도자 본연의 예측 불가함, 균열 같은 성질에 주목한 작업을 선보이며,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포용성’이라는 주제를 다채롭게 표현한다. 세 작가의 작업들 사이, 주목해야 할 작품에 대해 글래드스톤 서울 어소시에이트 디렉터 정지웅이 말했다. 전시는 1/3까지.
- 글
- 홍수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글래드스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