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시대에 아프리카 소울을 얹다, 26 SS 페라가모 컬렉션

명수진

FERRAGAMO 2026 SS 컬렉션

9월 27일 토요일, 비 예보로 촉촉해진 오후에 페라가모의 2026 SS 쇼가 막을 올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막시밀리안 데이비스는 3년 전인 2022년에 페라가모 데뷔 무대를 열었던 포트레이트 호텔(Portrait Hotel)로 돌아왔다. 세 해 전만 해도 페라가모 가문이 호텔로 재개발 중이던 공간이 이제는 ‘포트레이트 밀라노(Portrait Milano)’라는 이름으로, 밀라노의 핫 플레이스가 된 곳이다. 데이비스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탐험가처럼 고풍스러운 16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둘러싸인 런웨이에 1920년대 자유분방한 플래퍼를 불러냈다.

영감의 출발점은 페라가모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한 장의 사진, 바로 레오파드 코트를 입은 무성 영화 배우 롤라 토드(Lola Todd)였다. 막시밀리안 데이비스는 이 이미지에서 상상력을 확장하여 재즈 시대 패션을 그린 미국의 존 헬드 주니어(John Held Jr.) 일러스트까지 탐구하게 되었다. 막시밀리안 데이비스는 자칫 흔해질 수 있는 1920년대 테마에 당시 할리우드에서 유행했던 ‘아프리카나(Africana, 아프리카 및 아프리카계 사람들과 관련된 예술, 역사, 문학, 유물 등)’를 첨가했다. ‘아프리카와 카리브해에서 들어온 소재와 프린트, 직물이 어떻게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지위의 상징이 되었는지에 관심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오프닝은 남성용 턱시도를 응용한 여성용 오버사이즈 슈트였다. 단정한 커머밴드 대신 테슬을 길게 늘어뜨린 실크 스카프로 허리를 묶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냈다. 유려하게 흐르는 새틴 슬립 드레스, 태슬 디테일이 장식된 시스 미디 드레스가 연이어 선보였고, 반짝이는 실크 소재로 만든 파자마와 트렌치코트가 20년대 특유의 로우 웨이스트라인으로 시선을 끌었다. 레오파드 프린트, 선명한 옐로 컬러, 과감한 컷아웃 디테일로 20년대 특유의 자유로움과 이국적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자유분방했던 만큼 느슨한 젠더 코드는 남성복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여성복과 동일한 디자인의 턱시도 슈트가 선보였고, 또 다른 남성용 슈트에는 레이스와 새틴 장식을 더하거나 넥타이와 스카프를 함께 스타일링하기도 했다.

한편, 피렌체 본사 철문 장식에서 영감을 받은 시그니처 간치니(Gancini)는 피케 셔츠, 재킷, 코트의 잠금 장치로 변주되어 브랜드의 유산을 모던하게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페라가모의 또 다른 상징인 액세서리 라인 역시 풍성했다. 간치니 로고를 넣은 허그(Hug) 파우치부터 화려한 깃털 핸드백, 새틴 뮬까지 다채롭게 룩마다 개성을 더했다. 특히 조각처럼 뒤로 휘어진 키튼 힐과 스트랩으로 완성한 ‘에스(S) 힐’은 페라가모 슈즈의 공예적 매력을 잘 드러냈다.

영상, 사진
Courtesy of Ferraga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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