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S 2026 SS 컬렉션
시작은 토즈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쇼가 시작하기 전, 토즈의 시그니처 디테일을 만드는 장인들이 직접 가죽을 다루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객석이 가득 찬 뒤 런웨이 입구에 조명이 켜지자 고미노 펀칭을 형상화한 세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2026 SS 토즈 컬렉션은 ‘당신의 흔적을 남기다(Leave Your Mark)’를 테마로 했다. 모던한 브라운 레더 원피스로 포문을 열고, 이어 카 코트, 케이블 니트, 미디 스커트 같은 클래식 아이템을 아이보리와 블랙 컬러로 부드럽게 풀어냈다. 은은한 체크 프린트를 더한 가죽 코트와 셔츠는 타임리스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뒤이어 테라코타 컬러 니트웨어, 스웨이드 아우터, 그리고 활동적인 화이트 아노락까지 이어지며 늦여름의 여유로운 공기를 전했다.
2023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마테오 탐부리니는 이번 시즌에도 ‘느슨한 정밀함(relaxed precision)’을 탐구했다. 그는 ‘늦여름의 여유(languid, slightly nonchalant spirit of late summer)’를 불러내고 싶었다고 밝혔고, 이는 가죽이라는 토즈의 DNA 위에서 무리없이 구현됐다. 블레이저, 코트, 미디 스커트 같은 클래식 아이템은 한층 가벼워진 나파 레더로 제작되어 날아갈 듯 유연했다. 트렌치코트와 맥킨토시는 안쪽 가죽 라이닝을 드러내거나 인사이드 아웃 구조로 변주돼 은은한 반전을 주었다. 포플린 셔츠 드레스에 가죽 스트라이프를 덧댄 룩은 구조감과 장식성을 동시에 살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손자수로 더한 멀티컬러 스티치는 재킷은 물론 로퍼와 플립플롭까지 이어지며 기능적 디테일을 장식으로 탈바꿈시켰다.
한편, 와이드 스트라이프의 비대칭 드레스는 1970년대를 연상시켰고, 20세기 후반 미니멀리즘 작가인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그래픽에서 영감을 받은 프린트는 실크 탑과 스카프, 스커트 위에 적용되어 리드미컬한 흐름을 만들었다. 액세서리에서도 토즈만의 해석이 드러났다. 박시한 레더 재킷과 함께 제안된 느슨한 호보백, 그리고 아이코닉한 고미노 카슈즈를 발가락이 드러나는 샌들로 재치 있게 변주한 모습이 대표적이었다. 앰버 발레타(Amber Valletta), 마리아칼라 보스코노(Mariacarla Boscono), 셀리나 포레스트(Selina Forrest) 등 슈퍼모델들이 런웨이에 올라 무게감을 더했다.
토즈 2026 SS 컬렉션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전통과 현대를 유연하게 연결하는 무대였다. 가죽 중심이라는 브랜드의 코드가 변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펀칭, 자수, 구조적 절개 같은 작은 디테일들이 매 순간 시선을 붙잡았다. 드라마틱한 장면이 조금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클래식한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신선한 여유를 담아낸 이번 쇼는 토즈의 매력을 다시금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
- 영상, 사진
- Courtesy of Tod's, Instagram @tod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