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류층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26 SS 랄프 로렌 컬렉션

명수진

RALPH LAUREN 2026 SS 컬렉션

데뷔 60주년을 맞는 랄프 로렌 2026 SS 컬렉션은 맨해튼 매디슨 애비뉴 650번지에 있는 본사에서 열렸다. 도심 외곽의 햄튼이나 트라이베카 갤러리 등에서 열린 이전 컬렉션과 비교하면, 한층 모던하고 절제된 공간이다. 로라 던(Laura Dern), 나오미 와츠(Naomi Watts), 게일 킹(Gayle King),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안나 윈투어(Anna Wintour), 그리고 지난 7월 랄프 로렌 향수 광고 모델이 된 어셔(Usher) 등 명사들이 프론트로를 가득 채운 가운데 컬렉션이 시작되었다.

비지스(Bee Gees)의 ‘모어 댄 우먼(More Than a Woman)’이 흘러나오고, 모던한 하얀 나선형 계단을 따라 모델들이 런웨이로 걸어 나왔다. 랄프 로렌의 DNA인 남성복의 유산에서 영감을 받은 절제된 스타일이 선보였다. 블랙, 화이트, 그리고 레드 컬러 포인트로, 여유 있는 사이즈의 더블 버튼 재킷, 핀 스트라이프 슈트, 클래식한 화이트 폴로 코트가 뉴욕 특유의 시크한 취향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도회적인 분위기에 반전의 묘미를 더하는 균형감도 랄프 로렌 다웠다. 매니시한 팬츠에는 사롱처럼 허리를 감싸는 디테일을 더했고, 쇼트 팬츠는 소박한 분위기의 핸드메이드 니트 소재로 완성했으며, 화이트 셔츠는 가슴에 플리츠 디테일이 있는 남성 디너 셔츠를 재해석하여 선보였다. 랄프 로렌 브랜드의 시작이었던 넥타이를 활용한 핀스트라이프 벨트 또한 흥미로웠다. 유틸리티 스타일의 벨트 재킷을 비롯해 디스트로이드 디테일을 더한 오버올, 화이트 데님 스커트, 카고 팬츠 등 뉴욕 업타운 스타일로 우아하게 잘 포장된 워크웨어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휴양지에서 활용할 만한 아이템은 상류층의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듯했다. 과감한 반두 톱, 굵은 스트라이프 풀오버, 카프리 팬츠, 프린트 로브, 코르셋 장식을 더한 선드레스에 피시넷 가방, 에스파드류, 플로핏 햇 등 액세서리를 더했다. 조개, 소라, 산호초, 조약돌 등을 형상화한 유기적 형태의 금속 펜던트 액세서리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재는 은은하게 비치는 리넨, 시원하고 정갈한 느낌의 시어서커, 여름용 니트, 그리고 화이트 레더까지 다채롭게 사용됐다.

컬렉션은 시어한 블랙 와이드 팬츠와 카네이션 프린트 드레스로 이국적인 취향을 드러내며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갔다. 풍성한 트레인이 달린 원숄더 화이트 실크 드레스, 비즈를 촘촘히 장식한 시스루 블랙 재킷 등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우아한 이브닝 룩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랄프 로렌은 데뷔 60주년을 기념해 브랜드의 DNA를 차곡차곡 되짚어 나갔다. 쇼 노트에 적힌 그의 설명 – ‘미니멀한 색상과 대담한 디자인으로 구성된 이번 컬렉션은 영감을 주는 여성의 내면, 즉 강인함과 관능미에 초점을 맞췄다’ – 그대로, 미국 상류층의 TPO에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컬렉션이었다. 또한 랄프 로렌이 어떻게 성공을 일구어 왔는지 보여주는 12분간의 스토리텔링이자 여정의 기록이었다. 나선형 계단으로 걸어 내려와 피날레 인사를 건너는 85세의 디자이너를 향해 객석의 모두가 기립하여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사진
Courtesy of Ralph L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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