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INE 2026 봄 컬렉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맞이한 럭셔리 브랜드의 컬렉션이 공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셀린느의 마이클 라이더(Michael Rider)가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셀린느는 2026년 SS 시즌 남녀 통합 컬렉션을 전통적인 패션 위크 기간이 아닌, 파리 맨즈 패션 위크와 오트 쿠튀르 패션 위크 사이에 있는 7월 6일에 열었다. 장소는 셀린느 아틀리에가 있는 비비엔느 거리(Rue Vivienne) 16번지. 인비테이션으로 아이보리색과 검은색 실크 스카프로 ‘오리가타(Origata)’라 불리는 일본의 전통 포장 예술 전문가 에미코 오구리(Emiko Oguri)가 정성껏 매듭을 지어 보냈다. 이 스카프를 목에 두르거나, 벨트로 스타일링하거나, 핸드백에 단 게스트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촉촉하게 비가 내리는 아틀리에의 안뜰에는 거대한 실크 스카프 캐노피가 펄럭였다. 바로 아래에는 셀린느의 더블 C 트리옹프(Triomphe) 로고 모양의 대리석 벤치가 좌석으로 놓였다.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 라프 시몬스, 듀오 디자이너 루시와 루크 마이어 등 쟁쟁한 디자이너들과 마이클 라이더를 이어 폴로 랄프 로렌을 맡게 된 카렌 브라운(Karen Brown)과 디자인 팀이 참석해 새로운 시작에 힘을 보탰다.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기 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마이클 라이더는 미국 출신으로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발렌시아가를 거쳐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피비 파일로의 셀린느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8년부터 2024년까지 폴로 랄프 로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다. 이처럼 탄탄하고도 믿을만한 이력을 가진 마이클 라이더는 셀린느 하우스의 오랜 유산과 피비 파일로와 에디 슬리만이 써 내려간 하우스의 전성기 시절, 그리고 자신의 미국적 뿌리를 균형감 있게 조화시키며 아름다운 그림체를 만들어갔다. 쇼에 앞서 디자이너는 직접 쓴 레터를 통해 “셀린느는 품질,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 그리고 범접하기 어렵고 붙잡기는 더 힘들며 사람들이 계속해서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정의 내리기는 어려운 완벽함을 의미한다.(CELINE stands for quality, for timelessness and for style, ideals that are difficult to catch, and even harder to hold on to, to define, despite more and more talk about them out there.)”고 밝혔다.

모델들은 록 밴드 더 큐어(The Cure)의 백그라운드 음악에 맞춰 은은한 컬러의 석회암이 깔린 아틀리에 곳곳을 걸었다. 어깨가 넓고 허리는 잘록하며 소매가 넓고 때때로 비대칭의 묘미를 살린 블레이저와 어깨에 숄처럼 두른 카디건이 우아하고도 현대적이었다. 팬츠는 파리지엔느의 느낌을 듬뿍 담아 다채롭게 등장했다. 레깅스나 스키니 팬츠 등 슬림한 것부터 하렘팬츠, 퀼로트처럼 헐렁한 것까지 등장했고, 턱시도 팬츠처럼 커프스와 새틴 스트라이프 디테일이 있는 복고적 바지도 눈길을 끌었다. 한편, 오버사이즈 럭비 셔츠를 비롯해 스웨트 셔츠, 옥스퍼드 셔츠, 스트라이프 넥타이 등 미국적 프레피 웨어의 요소가 중간중간 가미되어 에너지를 더했다. 퍼넬-넥 트렌치코트(funnel-neck trench coats)나 슈퍼 스키니 진, 간결한 리틀 블랙 드레스 등의 아이템이 등장할 때에는 마이클 라이더가 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비 파일로의 우아함과 에디 슬리만의 캐주얼한 스트리트 무드의 장점을 무척이나 균형감 있게 극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이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수공예적인 접근이었다. 수천 개의 셀린느 라벨로 만든 검은색 드레스, 한쪽 소매에 열쇠 등의 참 장식을 촘촘히 단 바이커 재킷, 정교하게 꽃을 수놓은 데님 팬츠가 하우스의 장인 정신을 더욱 특별하게 했다.

관객으로 하여금 컬렉션을 좀 더 가깝게 느끼게 하는 경쾌한 스타일링도 돋보였다. 스카프는 목에 묶거나 칼라에 넣거나 재킷 위에 걸쳐 입는 등 스타일링 포인트로 다채롭게 레이어링 됐다. 두꺼운 뱅글과 골드 반지를 엄청나게 여러 겹으로 매치했고, 커다란 체인 링크 목걸이는 주사위부터 미니어처 에펠탑까지 온갖 모양의 참이 달려 짤랑거렸다. 이는 스타일리스트 브라이언 몰리(Brian Molloy)의 손끝에서 완성된 것이다. 셀린의 팬텀 백이 빅 사이즈로 부활하여 시선을 끌었고, 이 밖에도 셀린 로고를 새긴 위빙 바스켓과 미니 파우치, 브랜드의 창립자인 셀린 비피아나(Céline Vipiana)가 1971년에 처음 만든 트리옹프 모노그램이 새겨진 쇼퍼 백 등이 쇼핑 욕구를 자극했다.
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에디 슬리만은 2018년에 하우스에 온 이후로 연 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리며 루이 비통과 디올에 이어 셀린느를 LVMH에서 세 번째로 매출이 큰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이번 시즌 데뷔를 앞둔 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렇듯 마이클 라이더는 럭셔리 업계가 침체기에 접어든 지금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런 압박감 속에서 그는 브랜드의 전통과 전임자의 성공적 행보에 자신의 이력을 바탕으로 한 참신함을 한 스푼 더하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 사진
- Courtesy of Celi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