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과 발레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언어

윤다희

샤넬이 후원하는 호페쉬 섹터의 <레드 카펫>

샤넬은 예술과 오랜 인연을 자랑합니다. 발레를 향한 하우스의 우아한 열정은 파리국립오페라를 후원하는 것에서 드러나는데요. 샤넬은 2018년부터 파리국립오페라의 주요 후원사로 함께합니다. 최근엔 호페쉬 섹터(Hofesh Shechter)의 발레 <레드 카펫>의 의상을 제작하는 형태로 이를 지원한 모습. 레드 카펫은 2025년 6월 7일 진행된 프리뷰를 시작으로 10일,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습니다.

이번 공연을 위해 호페쉬 섹터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을 위한 전막 안무를 고안했는데요. 최고의 무용단을 위한 안무인만큼 작품에 맞는 신선한 연출을 선보입니다. 이브닝웨어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천천히 벗으며 가장 기본적인 룩으로 돌아가는 무용수들. 그 속에서 느껴진느 화려하면서도 은근히 절제된 느낌이 인상적이었어요. (의상, 안무, 음악의 삼박자가 연결되었을 때, 그는 벅차오른다고 하는데요. 이 작품의 어두운 카바레 같은 분위기에서 무용수가 라이브 밴드의 선율과 어우러질 때, 그 때 호페쉬는 전율을 느끼는 거죠.)

세계적인 안무가 호페쉬 섹터는 음악과 영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지닌 인물입니다. <스킨스>의 오프닝 퍼포먼스를 제작하며 관객들의 뇌리에 남은 그. 작품의 음악을 직접 작곡해 퍼포먼스를 더욱 빛내기도 합니다. 음악과 안무의 공생 관계가 작품의 주제를 더욱 강력하게 전한다고 말하죠. 지난 3월엔 <꿈의 극장>이라는 작품으로 국내 팬들과 만나기도 했는데요. 그 당시에도 직접 작곡한 라이브 음악이 퍼포먼스를 역동적으로 이끌었죠. 레드 카펫에선 음악에 맞춘 그의 고민이 돋보입니다. 커튼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변화되는 장면과 고조되는 분위기, 그리고 원초적인 바디 랭귀지. 호페쉬 섹터만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우스는 레드 카펫에 출연하는 무용수 13명의 의상을 제작하며 작품에 미장셴을 더했죠. 샤넬이 제작한 우아한 의상은 하우스의 코드를 담아 클래식한 매력을 뽐냅니다. 이브닝웨어에서 영감을 받은 이 룩은 턱시도와 칵테일 재킷, 롱드레스 등의 구성으로 파티의 화려함을 조명했고요. 이어링, 롱 글러브는 물론,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까멜리아 등의 액세서리는 각 캐리터를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의상이라도, 작품을 수행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죠. 입고 무용을 해야하는 의상은 외관만큼이나 편안한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하우스는 무용수들이 민첩한 움직임을 그려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무용수들은 ‘걱정하지 마세요. 플리에도 되고, 리프트도 되고, 뭐든지 할 수 있어요.’라는 확신을 전하며 움직임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사진
Courtesy of Cha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