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쿠리의 자연에 대한 음악

권은경, 김현지, 신지연

한국 음악 신에 좋은 신예 밴드는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지소쿠리, 홍비, 빈, 신제로, 문산수 그리고 매니저이자 제6의 멤버 김하진으로 구성된 지소쿠리클럽의 음악은 그중에서도 눈에 띄게 반짝인다. 캠핑과 낚시라는 공통의 취미를 바탕으로 함께하는 이들에게는 ‘밴드 멤버’보다 ‘가족 혹은 친구’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왼쪽부터 | 신제로가 입은 가죽 재킷과 데님 팬츠는 렉토 제품. 빈이 입은 티셔츠는 마지셔우드, 보머 재킷과 데님 팬츠는 구찌 제품. 지소쿠리가 입은 트롱프뢰유 톱과 팬츠는 아크네 스튜디오 제품. 산수가 입은 셔츠와 팬츠는 꼼데가르송 제품. 홍비가 입은 프린팅 톱은 푸시버튼 제품.

<W Korea> 지소쿠리클럽은 2022년 <오리엔테이션>부터 올 초 <클라이머스>까지 세 개의 EP와 일곱 개의 싱글을 발표한 밴드죠. 음악의 특징을 뭐라고 소개하면 좋을까요? 여러분은 ‘캠핑록’, ‘피싱팝’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지소쿠리 어떤 장르를 생각하면서 음악을 만들진 않아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거나 저희가 만드는 스타일이 서프록과 흡사한 점이 있더라고요. 서프록의 개념을 찾아보니, 결론적으로 서핑하면서 듣는 어떤 ‘칠’한, 자연스러운 음악인 거예요. 근데 저희가 서핑을 즐기는 팀은 아니란 말이죠(웃음). 그래서 저희의 취미인 캠핑과 낚시에 그냥 록, 팝을 덧붙여봤어요. 캠핑이나 낚시를 좋아하는 분들이 그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들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만든 거죠.
홍비 멤버 모두가 캠핑과 낚시를 좋아한 건 아닌데, 지소쿠리가 전파했어요. ‘잠깐 나와봐’ 한 다음에 바로 납치해서 어딘가로 가고. 빈 처음에는 굳이 왜 그렇게까지 추천하나 싶었어요. 전 집에서 편하게 있는 걸 좋아하고, 또 캠핑이나 낚시에 따라오는 벌레를 너무 싫어하거든요. 화장실도 불편하고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자연을 느끼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신제로 저는 글램핑으로 시작해서 ‘화장실 시설이 좋은 캠핑장’ 등, 초심자가 빠져들기 좋은 공간부터 노지까지의 과정을 거쳤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적응이 됐더라고요(웃음).

서핑이나 캠핑, 낚시에는 나름 비수기와 성수기가 있죠. 그게 혹시 음악적으로도 적용이 될까요?
지소쿠리 네. 실제로 시즌 따라 좀 다른 이미지의 음악이 나와요. 올해 2월에 발표한 EP <클라이머스>도 그래요.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닌데, 두세 곡 정도 잔잔한 음악이 나왔거든요. 겨울에 캠핑을 몇 개월간 못 다니는 시기가 있으면 곡이 잘 안 써지는 걸 보니 작업에 영향을 주긴 주나 봐요.

어떤 장르를 전면에 내세우면 한계로 작용하기도 하잖아요. 그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제로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에 장르를 붙인 식이어서 그다지 스트레스는 없어요.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건데 그게 자연스럽게 캠핑록, 피싱팝이 되는 거죠. 직접 만든 개념이니까 사실 뭘 시도해도 상관없고요. 지 소 쿠 리 <클라이머스>도 비슷해요. 앨범 아트워크를 보고 음악을 들으면 클라이밍에 대한 그림이 떠오르죠. 캠핑록, 피싱팝이라는 개념에 너무 얽매이고 파고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자연’이라는 주제를 활용한 거예요. 산도 자연에 포함되니까요. 그리고 지소쿠리클럽 매니저이자 제6의 멤버인 김하진의 말이,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연결해주는 로프를 이용해 다 함께 움직인다고 해요. 그러니까 떨어지면 다 같이 떨어지고, 올라가면 다 같이 올라가는 거예요. 그게 한 밴드의 숙명 같았어요.

자연스럽게, 자연에 대한 음악을 하는 거네요.
지소쿠리 바다를 보거나 카페에 갔을 때처럼, 어떤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음악을 제가 좋아하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이든 풍경이든 그에 대한 배경음악이 바로 지소쿠리클럽의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그걸 추구하면서 음악도 자연스럽게 만드는 거죠.

빈이 입은 러플 장식 톱은 MSGM 제품. 홍비가 입은 그래픽 프린트 티셔츠는 디젤 제품.

멤버들이 지소쿠리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홍비 저는 원래 재즈를 공부했어요. 지소쿠리와 같이 입시 생활을 할 때도 재즈만 팠죠. 그땐 지소쿠리가 듣는 음악을 두고 ‘신기하다, 되게 너드 같은 음악 좋아하네’ 정도의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대학에 가서 음악을 전공으로 하니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 지소쿠리와 다시 연락을 나눴더니 ‘같이 음악 할 수 있겠냐’고 하더라고요. 한번 해본다고 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그때 알았죠. ‘재즈 말고도 다른 음악의 세계가 있구나.’
저도 재즈 피아노를 배웠어요. 제 연주에 자신이 없었지만, 배운 게 재즈밖에 없으니 밀고 나갔죠. 그러다 지소쿠리를 만나 새로운 음악을 접하면서, 제가 플레이 자체보다 신기한 사운드를 쌓는 걸 좋아한다고 깨닫게 됐어요. 외형적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고요. 얼마 전 단독 콘서트를 하면서 느꼈는데, 지소쿠리 클럽이 아니었다면 제가 지금 같은 헤어나 스타일을 하고
있을까 싶더라고요.
문산수 저도 혼자 학교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라이프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땐 연습실 아니면 PC방의 반복이었거든요. 요즘은 주말마다 낚시도 다니고, 옷도 많이 사고 그래요.
신제로 저는 멤버중 가장 실용 음악적인 관념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처음 지소쿠리를 만났을 때, 저한테 기타를 쳐달라고 하는 방식을 듣고 “그렇게 치면 안 돼”라고 말할 정도였죠. 지금은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지소쿠리 제가 남의 인생을 쥐고 흔들고 있네요(웃음). 다들 한 번씩 말해준 내용인데, 듣고 나면 무섭기도 해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음악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느낄 거라는 확신은 항상 있습니다.

재즈를 공부한 만큼 홍비와 빈은 서재페에 초청받았을 때 기분이 남달랐겠어요.
홍비 정말 좋았죠! 모든 페스티벌에 나가는 일이 좋았지만, 2025년 서재페 섭외 연락은 제 인생에서 가장 멋지고 근사한 일이에요.

이번 서재페를 위한 특별한 무대도 준비 중일까요?
홍비 저희가 공연마다 편곡을 다양하게 하는 편이에요. 이번에는 모든 곡이 끊기지 않고 한 편의 영화,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처럼 이어지는 식으로 편곡하고 있어요.
지소쿠리 저는 재즈라는 장르를 잘 몰라서 나누기 어렵지만, 제가 관객으로 갔을 때의 경험을 토대로 지소쿠리클럽이 잘 스며들 장치가 많을 거예요. 말씀드린 것처럼 재즈를 공부한 멤버들이 있으니 그런 부분을 이것저것 시도해보려고 해요. 단독 콘서트에서도 보여드린 새로운 인트로 트랙과 퍼커션 세션도 준비 중입니다.

산수가 입은 남색 재킷과 메시 톱, 팬츠, 슈즈는 발리 제품. 지소쿠리가 입은 톱은 오니츠카 타이거, 데님 셋업은 디젤 제품. 신제로가 입은 톱과 팬츠는 지용킴, 슈즈는 로에베 제품.

지소쿠리클럽의 공연에 대한 호평이 워낙 많죠. 가끔 ‘공연에 비하면 음원이 심심하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예요.
지소쿠리 저희도 그 부분에 고민이 많아요. 단순히 들으면 칭찬이지만, 그 안에 어떤 뼈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저희는 다이내믹한 무대를 추구하는데, 음악에선 배경음악 같은 요소를 많이 넣거든요.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게 오히려 재밌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 낼 앨범에도 한두 곡 정도는 다이내믹한 스타일을 실을 예정이에요. 자연스러운 음악이라는 방향성은 변치 않겠지만요. 정규 앨범 계획은 아직 없지만, EP는 올해 안에 나올 거예요.

지소쿠리클럽을 두고 ‘무해하다’라고 말하는 팬이 많더라고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홍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주민들 같다’는 이야기를 진짜 자주 해주셔요. 부담스럽지 않은 모습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보통 밴드 하는 친구들을 보면 멋있게, 이를테면 화보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그렇게 하면 좀 ‘멋있는 척’으로 보이는 것 같았어요. 저희끼리도 ‘척’을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런 방향은 정말 아니다 싶었죠. 제가 관객이면 토마토를 던지고 싶을 정도로(웃음).
지소쿠리 그래서 프로필 사진 촬영 때도 미국 너드처럼 빈티지 숍에서 산 옷을 입었어요.

사실 그게 멋이기도 하잖아요.
지소쿠리 그걸 노린 거예요. 저희가 진짜 멋이 없다면 아무도 안 좋아하겠죠. 저희의 멋을 알아봐주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신제로 멤버들이 다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보이는 멋이 그렇다면 음악적으로는 ‘연주력이 너무 강조되는 음악’은 피하고자 해요. 지소쿠리클럽이 생각하는 음악적인 멋은 ‘언더 더 씨’처럼, 리듬이 4분의 4박자가 아니라 4분의 6으로 갔다가 다시 4로 돌아가기도 하는 그런 미묘한 디테일이에요. 그런 부분을 듣는 사람들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그렇게 이스터에그를 음악 속에 넣는게 저희의 멋이라고 생각해요.
홍비 ‘피넛 버터 샌드위치’라는 곡도 그래요. 저희가 멋 안 부리는 척하면서 엄청나게 부린 곡이거든요.빈 앞서 한 말들과 결이 같은데요, 지소쿠리클럽의 멋은 스스로를 과하게 뽐내지 않는, 힘을 많이 주지 않은 솔직함 아닐까요? 저희 곡들은 멤버 하나하나가 힘을 주기보다는 서로 잘 어우러지고 솔직하게 드러나는 무언가가 있어요.

지소쿠리클럽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시기인 여름이 곧 다가옵니다. 올해 여름은 어떨 것 같나요?
신제로 6월에 새로운 싱글이 하나 나와요. 빈 그리고 다 같이 열심히 또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을까요? 공연, 페스티벌을 열심히 하고, 남은 인생은 늘 그렇듯 낚시와 캠핑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 싶어요.

포토그래퍼
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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