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초상, 랄프 로렌

김현지

맨해튼 트라이베카에 아름다운 긴장감을 불어넣은 랄프 로렌 2025 폴 여성 컬렉션.

랄프 로렌은 특별한 순간을 만드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지난해 9월 햄튼에서 열린 스프링 패션쇼에 이어, 맨해튼으로 돌아온 미스터 로렌이 2025 폴 여성 컬렉션을 공개했다. 장소는 트라이베카(Tribeca) 지역에 새로 문을 연 ‘잭 샤인먼 갤러리(Jack Shainman Gallery)’로 햇빛이 쏟아지는 옛 은행 건물이다. 웅장한 계단과 대리석 기둥, 금박 천장은 패션쇼에 장엄한 느낌을 더했다. 초대를 받은 인물들도 그에 못지않게 화려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고현정을 비롯해 앤 해서웨이, 미셸 윌리엄스, 나오미 왓츠, 줄리아 루이드라이퍼스, 에이사 곤살레스가 프런트로를 장식했다.

‘더 모던 로맨틱스(The Modern Romantics)’라 명명한 이번 컬렉션은 랄프 로렌 특유의 문법을 따르고 있지만, 조금 더 깊이 있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웨스턴 스타일의 감성은 그대로지만 이번에는 보다 시적이고 낭만적인 방식으로 아메리카나를 표현했다. 플로럴 모티프가 곳곳에 등장했고, 색조는 더 풍부했으며, 실루엣은 절제된 긴장감을 담고 있었다. 가죽 재킷과 실크 러플 드레스를 자유롭게 오가는 강인한 듯 기품 넘치는 여성이 그려졌다.

패션쇼가 열린 맨해튼 트라이베카에 위치한 잭 샤인먼 갤러리(Jack Shainman Gallery). 한때 은행으로 사용된 이탈리아 르네상스 스타일의 역사적 건축물이다.

이 긴장감이 바로 핵심이었다. 랄프 로렌의 세계에서 낭만주의자란 확고한 신념과 자신감을 가진 이들이다. 쇼 노트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균형’, ‘거칠고 정제된 것의 조화’가 언급되었고, 랄프 로렌은 이를 멋지게 실현해냈다. 프릴 장식의 화이트 셔츠와 팬츠, 캐시미어 랩 코트는 클래식한 댄디 룩을 연상시켰고, 빈티지한 분위기의 파일럿 재킷과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가죽 뷔스티에와 캐멀색 스커트가 연이어 등장했다.

앤 해서웨이, 미셸 윌리엄스, 나오미 왓츠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프런트로를 가득 채웠다.
랄프 로렌 패션쇼에 참석한 배우 고현정. 랄프 로렌 컬렉션 2025 스프링 시즌의 사피아 재킷과 아드리안 셔츠에 프린지 디테일이 돋보이는 스웨이드 엠벨리시 아나베스 팬츠를 매치했다. 웨스턴 벨트와 메탈릭 카프 스웨이드 소재의 RL 888 박스 카프스킨 미니 크로스보디 체인 백으로 우아한 분위기를 더한 모습이다.

텍스처 역시 주목할 만하다. 랄프 로렌의 장인들은 가죽에서 스웨이드로 자연스럽게 그러데이션되는 놀라운 재킷을 선보였는데, 이는 오직 장인의 수작업으로만 구현할 수 있다. 블랙 레더 보일러슈트는 실크 안감과 가죽으로 덧댄 스냅 단추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수작업 프린트와 에어브러시 기법으로 화가의 붓질 같은 꽃무늬를 더하거나, 레이스와 자수를 활용해 부드러운 마감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브닝 룩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광고에서 클로틸드 홀비(Clotilde Holby)가 착용한 스웨터에서 영감을 받은 메달리온 장식의 샘플러 스웨터와 가볍게 흘러내리는 홀터넥 드레스, 그리고 쇼의 마지막을 장식한 두 벌의 드라마틱한 셔츠 드레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강렬한 액세서리들도 룩 전반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주로 밤을 배경으로 삼은 그간의 패션쇼 방식에서 벗어나 도심의 낮을 배경으로 패션쇼를 펼친 것도 좋은 변화구였다. 대조의 미학을 활용한 하나의 예랄까. 85세가 된 지금도 자신의 미적 비전을 단단히 유지하고 있는 이 시대의 거장 랄프 로렌. 로맨틱하지만, 결코 향수에 젖지 않는 랄프 로렌의 여성들은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바로 지금, 우아함의 새로운 규칙을 다시 쓰고 있으니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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