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뭐 잘못했어?
왜인지 위축되는 대화가 있습니다. 분위기를 깨기 싫어 꾹 참았지만, 마음 한 켠에 남는 서운함과 찝찝함. 내가 무시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되면서 말이죠. 그러나 우리 몸과 감정은 생각보다 예민하고 영리하게 상황을 읽어내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아래와 같은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면, 불편한 상황과 자리에서 당당히 벗어나기로 해요.
1. 내가 말을 꺼냈는데, 대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때

대화 도중 내 의견을 말했는데,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면? 함께하는 대화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만 흘러간다면, 내 의견이 존중받고 있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경우, 말을 꺼내기가 더 어려워지고, 감정 표현이 적어지는 패턴이 생길 수 있죠. 이럴 땐 ‘민망함’이나 ‘어색함’으로 넘기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세요. 말을 꺼내기 전 ‘이거 궁금한데, 한번 들어봐 줘’라고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거나, 본인이 느낀 불편한 감정에 대해 솔직하고 담담하게 꺼내 보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말이 끊긴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어색함은 그들이 만든 것이지, 나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2. 내 말이 웃음이나 농담으로 덮일 때

진지하게 꺼낸 말이 가벼운 웃음으로 넘겨질 때, 민망했던 기억이 있지 않나요? 특히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유난히 내 말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서운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간혹 ‘내가 너무 진지했나? 괜히 말했나?’ 하는 자기검열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이럴 땐 ‘나는 진짜 궁금해서 말한 거였어’라는 식으로 이야기의 주제를 다시 꼬집어, 주변 사람들이 본인의 실수를 인지하게 하세요. 그럼에도 계속 같은 반응이 반복된다면, 그 자리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 환경임을 인식하고 물리적, 정서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세요. 여러분의 자존감은 소중하니까요.
3. 나 없이도 대화가 잘 흘러갈 때

같은 공간에 있지만, 대화는 나를 빼고 전개되는 상황.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오가고, 도무지 발언할 틈을 주지 않을 땐, 마치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심정이죠. 이는 그 자리가 나를 구성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분위기를 정확히 캐치한 걸지도 모릅니다.
이럴 땐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세요. 관찰자의 시점으로 그 자리의 필요성과 가치를 판단해 보는 거죠. 나에게 필요한 자리가 맞다면,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무슨 상황이야?’처럼 정중한 개입을 시도하고, 나에게 가치 없는 자리라면 더 이상 스트레스 받는 자리에 머무르지 마세요.
4. 괜히 민망하거나, 이유 없이 위축된다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딱히 누가 나쁜 말을 한 것도 아닌데, 괜스레 민망하고 위축되는 느낌. 눈치를 보게 되고,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면 괜한 기분 탓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이미 그 공간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감정이 거기에 반응하는 것일 수 있거든요.
무시당하는 느낌은 대부분 미묘하고, 애매하고, 그래서 늘 남몰래 큰 상처가 됩니다. 하지만 감정은 대부분 거짓말을 하지 않죠. 불편함을 감지했다면, 그건 분명히 이유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럴 땐 몸이 주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감정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해보세요. 부당한 상황에선 담담히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해결되지 않는 상황은 다시 마주하지 않도록 거리를 멀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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