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Fashion2025.05.17
미니멀과 맥시멀을 아우르는 구찌 크루즈 컬렉션


GUCCI IS FLORENCE, FLORENCE IS GUCCI

지난 15일, 구찌 2025 크루즈 패션쇼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패션쇼는 구찌의 탄생지인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개최되었는데요. 구찌의 새로운 서막을 알리는 무대가 된 팔라초 세티마니(Palazzo Settimanni). 15세기에 지어진 역사적인 건축물이자 구찌 아카이브가 자리한 베뉴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하우스의 여정을 상징합니다.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구찌. 이번 컬렉션은 르네상스 시대 궁정 문화에서 비롯된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무심한 듯 완벽하게 계산된 세련미—의 미학을 바탕으로 펼쳐졌습니다. 하우스의 아카이브와 피렌체의 역사적 유산을 조화롭게 녹여낸 것이 특징으로 다양한 시대의 패션 요소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쇼였어요. 소재도 눈에 띕니다. 중세 시대 이래 직물 생산의 중심지였던 피렌체의 전통을 따라, 브로케이드, 자카드, 실크, 그리고 벨벳이 의상 전반에 걸쳐 정교하고 풍성하게 사용된 모습. 겹겹이 레이어드 된 레이스 위에 더해진 반짝이는 스트라스 장식과 섬세한 자수 등, 다층적으로 구성된 장식 기법으로 수 세기에 걸쳐 축적된 피렌체의 직물과 공예 전통을 반영하기도 했죠.
80년대의 맥시멀리즘부터 90년대의 모더니즘 스타일까지 아우르는 레디 투 웨어와 함께, 새로운 구찌 질리오 핸드백을 비롯한 다양한 레더 제품들을 엿볼 수 있어요. 특히 질리오는 이탈리아어로 백합을 뜻합니다. ‘꽃이 피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피렌체의 이름처럼, 완연하게 피어오른 구찌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백이죠.
장인정신과 헤리티지에 대한 하우스의 탐구는 주얼리로 이어집니다. 포멜라토와 협업한 새로운 하이주얼리 컬렉션 ‘모닐리’는 1984년 포멜라토 아카이브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레더, 골드, 파베 다이아몬드가 정교하게 어우러진 목걸이, 클러치 스타일의 이브닝 백으로 구성된다고.

이번 패션쇼의 피날레는 특별했습니다. 캣워크를 마치니 후 백스테이지로 돌아가는 일반적인 컬렉션과는 달랐죠. 모델들은 런웨이를 벗어나 외부 광장으로 향했죠. 거리를 향해 나아가는 장면은, 하우스가 다시 도시와 만났음을 상징하는데요. 언제나 그렇듯, 구찌는 피렌체이고, 피렌체는 곧 구찌입니다.
- 사진
- Courtesy of Gu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