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석들 사이로 어둠이 짙게 깔린 바닷가가 모습을 드러내고, 새벽녘 언덕에는 여러 색을 입은 식물들이 무성히 자라난다. 몽환적인 그림들 사이 주목해야 할 단 한 작품은 무엇일까.

“헤롤드 앤카트의 작품 ‘Sleeping Tree’(2025)는 달빛 없는 어두운 밤 속에서 모호한 형태를 드러내는 무성한 나무를 묘사한다. 자신이 그리는 주제들이 회화적 실험을 위한 일종의 ‘알리바이’로 기능한다고 언급한 바 있는 앤카트에게 밤의 풍경은 장소에 대한 인식과 기억이 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는 기회다. 나무와 수평선은 작가가 즐겨 그리는 주제로, 이번 작품 역시 직관적인 화면구성을 통해 형태보다 색채가 두드러지는 색면회화를 연상시킨다. 짙은 남색의 유화 물감층 사이로 선홍빛이 스며들며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오가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어둠 속에서 사물을 더듬어보듯, 우리의 시선이 디테일을 인식하고자 하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듯하다. “
– 푸트리 탠(가고시안 디렉터)
지금 가고시안은 헤롤드 앤카트의 한국 첫 개인전 <좋은 밤>을 선보인다. 자연과 인간에 의해 조성된 환경을 캔버스에 담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어스름한 밤의 풍경을 중심으로 한 신작들을 공개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바닷가가 암석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새벽녘 언덕에는 다채로운 색감의 식물들이 무성히 자라나는 풍경들. 그의 그림은 색채를 활용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물고 몽환적인 기분을 선사한다. 그 중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에 대해 가고시안 디렉터 푸트리 탠이 말했다. 전시는 5/16일까지.
- 글
- 홍수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가고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