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님의 분위기는 바지 밑단이 좌우합니다

한정윤

실밥 좀 보이면 어때요. 마감하지 않은 듯한 컷 오프 밑단이 오히려 훨씬 요즘스럽습니다

지금 데님을 고를 땐, 허리나 실루엣 보다도 밑단을 먼저 보게 됩니다. 최근 데님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오히려 ‘마감’ 쪽이니까요. 너무 말끔한 밑단은 자칫 심심하게 보일 수 있고요. 약간의 컷팅이나 헐겁게 풀린 올이 전체적인 룩에 더 시크한 인상을 남깁니다. 꾸안꾸라는 말이 이제 식상해졌다면, 이런 디테일에서 쿨함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lunaisabellaa

특히 긴 바지를 신발 위로 툭 떨어뜨릴 때 이 밑단 디테일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실밥이 삐죽한 컷 오프 밑단은 발목에 답답하게 걸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접히거나 흐르거든요. 짙은 데님 셔츠와 함께 매치했을 땐, 소재의 단단함을 이 느슨함이 눌러줘서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iamginiee

직선적인 아우터나 도톰한 이너 위에, 바지마저 곧게 떨어졌다면 너무 단정하거나 꽤 답답했을 지 몰라요. 이처럼 올이 풀린 채로 퍼진 데님과 함께라면 걱정 없습니다. 딱딱한 톤에도 한 템포 여유를 끼얹어주는거죠. 심지어 카디건이나 아우터를 걸쳐도, 바지 덕에 숨통이 트일 거예요.

@tineandreaa

하지만 이런 바지들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죠. 이럴 때는 밑단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긴 바지를 준비하시고, 질질 끌리는 바지를 입고 며칠만 걸어보세요. 실밥은 저절로 생기고, 재단도 없이 가장 자연스러운 헤짐이 만들어질 테니까요. 어쩌면 그 편이 더 멋있을지도요!

@ta.shiya
@yuliiaryzhkova

그리고 이 컷오프 디테일은 긴 바지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닙니다. 반바지에도 충분히 유효해요. 무릎 위에서 딱 떨어지는 기장의 쇼츠일수록 밑단이 칼같이 정리돼 있으면 더 도톰해 보이고, 핏도 무거워집니다. 실밥이 풀린 듯한 밑단은 얇은 원단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에, 살짝 들뜬 느낌으로 허벅지에서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라인도 자연스럽게 정리해준답니다.

@rubiqigeon

반바지와 긴 바지를 레이어드 했을 때도 마찬가지. 밑단 처리에 따라 전체 룩의 인상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올 풀린 밑단 덕에 레이어드 자체가 시각적으로 가벼워졌고, 통 넓은 팬츠와 겹쳐 입었음에도 결코 무거워 보이지 않죠. 여러 겹을 입어도 답답해 보이지 않는 이유, 역시 마감되지 않은 헐거운 밑단 디테일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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