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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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드러내거나, 혹은 감추거나. 다리가 하나의 액세서리로 각광받는 이번 시즌, 패션 선택에서 ‘길이’ 가 첨예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무릎 위 10cm만 올라가도 계단을 오르거나 허리를 숙이는 데 불편해하던 것은 온전히 옛말. 말 그대로 가릴 곳만 겨우 가린‘ 마이크로 미니’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익스트림 쇼트’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우치아 프라다에서 시작해 점점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스포츠웨어의 득세가 영향을 미친 탓이다. 흔히‘ 밑위길이’라고 표현하는 Y자 영역 아래로는 내려오지 않을 만큼 극도로 짧기 때문에 마치 소재만 달리한 언더웨어 같은 느낌을 줄 정도. 활동성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스커트보다는 팬츠 형태의 쇼츠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길이가 짧은 대신 허리선을 하이 웨이 스트로 표현하여 마치 스윔웨어가 처음 대중화된 50년대의 비키니팬티처럼 보이는 레트로적인 무드가 대세다. 광택 있는 새틴 소재를 사용한 스텔라 매카트니와 로샤스, 지암바티스타 발리, D&G 등에서 이런 쇼츠를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아예 로라이즈 커팅 방식으로 팬츠 자체가 차지하는 면적을 극도로 좁게 만든 궁극의‘ 익스트림 쇼츠’도 기온이 높아지면서 맹위를 떨칠 기세다‘. 팬티’에 가까운 가죽 쇼츠를 선보인 발맹을 비롯해 클로에와 코스튬 내셔널, 이자벨 마랑과 알렉산더 왕 등 스트리트에서 인기 높은 주요 컬렉션에서 이런 아이템을 찾아볼 수 있다. 하이웨이스트, 혹은 로라이즈, 어느 편이든 벨트와 함께 매치하되 쇼츠의 길이가 부담스럽다면 프라다나 이자벨 마랑 컬렉션에서처럼 쇼츠 아래로 내려오는 길이의 얇은 아우터를 함께 스타일링하는 방법을 참고할 만하다.

2006년 봄/여름 이후로, 꽤 오랜만에‘ 치렁치렁한 스커트’의 트렌드가 다시 돌아왔다. 짧게는 정강이 중간에서 복사뼈를 덮을 만큼 긴 헴라인도 있다. 시즌을 막론하고 컬렉션을 구성할 때 후반부에 배치하는 이브닝 라인에서가 아니라, 데이 웨어로 이런 맥시 스커트를 제안한 디자이너들이 많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맥시 스커트는 보헤미안이나 70년대가 트렌드로 급부상할 때 함께 따라 나오는 아이템이기 마련인데, 이번 시즌은 테일러링과 모던 스포츠웨어라는 테마 속에서도 맥시 스커트를 택했다는 점이 다른 시즌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캐미솔처럼 간결하게 커팅한 저지 드레스를 선보인 스텔라 매카트니를 비롯해 에르메스와 클로에, 막스마라와 필립 림 등의 컬렉션에서 모두 맥시 스커트나 드레스에 잘 테일러링된 헐렁한 재킷, 얇은 카디건 하나만을 덧입는 룩을 내놓았다. 한편, 디스퀘어드2나 D&G 컬렉션처럼 드레시한 맥시 스커트에 진 재킷이나 맨투맨 셔츠처럼 캐주얼한 상의를 매치하는 방식은 활동성과 여성적인 맵시를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위크엔드족에게 권할 만한 스타일링. 알베르타 페레티와 캘빈 클라인, 드리스 반 노튼이 제안한 미디 길이 펜슬 스커트는 낮과 밤을 넘나드는 타임리스 아이템으로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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