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인스타그램에서 산 것들

장진영

요즘 것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쇼핑한다.

최근 더블유의 어시스턴트들과 ‘요즘 쇼핑하는 곳’을 주제로 이야기하던 중 모두가 공감하는 포인트를 찾았다. ‘젠Z’들은 취향을 기가 막히게 파악해 시의적절한 아이템을 보여주는 인스타그램의 숍 기능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것을! 개인정보니 뭐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알고리즘이지만 무서움도 잠시, 자본주의의 노예인 우리는 이미 삶 깊숙한 곳에 자리한 구글 빅데이터 기반의 추천 제품들을 즐기고 있을 지도 모른다. 카톡 대신 DM, 짬 내어 쇼핑하는 대신 일상으로 흘러 들어오는 알고리즘을 애용하는 ‘요즘 것들’. 그렇다면 더블유의 젊음을 책임지고 있는 6인은 최근에 어떤 제품을 구매했을까?

@stinkyjewelz, #십자가목걸이

흰색 슬리브리스 위 큼지막한 십자가 목걸이, 헐렁한 루이 비통 바지를 입고 긴 생머리를 날리던 뉴진스의 해린. ‘y2k 그 잡채’인 그녀의 룩은 나의 취향을 사로잡았다. 올 여름은 이거다 싶어 화이트 톱부터 헐렁한 스포츠 바지까지 준비했건만, 마음에 드는 ‘볼드하면서도 심플한’ 십자가 목걸이는 찾을래야 찾을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간 국내 주얼리 브랜드와 편집숍 등을 전전하던 중, 급기야 인스타그램 광고로 해외 주얼리 브랜드 계정들이 뜨기 시작했고, 결국 텍사스 기반의 주얼리 브랜드 ‘Stinky Jewelz’에서 마음에 쏙 드는 십자가 목걸이를 찾았다. 매일 찾아 헤맨 목걸이인만큼 어느 정도 값이 나가도 구매할 각오가 되어 있었는데, 32달러로 가격까지 착했다. 발견 후 결제까지 2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게 당연할 수 밖에! -패션 어시스턴트, 김하은

@originalzippo, #체커보드라이터

체커보드 패턴이라면 뭐든 손에 넣어야 하는 체커보드 마니아다. 체커보드 타령도 어언 n년 째, 당연히 인스타그램에서는 꾸준하게 체커보드 아이템을 보여주는 중. 바둑판으로 도배된 피드에서 가장 눈을 끈 아이템은, 바로 체커 보드 패턴의 지포 라이터다. 애연가의 로망인 지포 라이터와 체커보드의 조합을 외면할 수 있을까? 각인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어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새겼다. 그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 원앤온리 라이터가 내 손에 있다는 게 행복할 뿐이다. -뷰티 에디터, 김가람

@justineclenquet, #체인목걸이 

Justine Lenquet은 올 여름 주얼리를 찾아 헤맨 노력 끝에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브랜드다. 이 브랜드의 아트워크에 한 번, 목걸이에 두 번 반했다. 체인 사이 사이에 보석과 링을 세팅한 디자인의 아이템 5개를 사정없이 담다가, 충동 구매인가 싶어 2개만 사기로. 세일 기간에 딱 맞춰 발견한 덕분에 한화 약 8~9만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심플한 티셔츠 위에 이 목걸이들을 걸칠 때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패션 어시스턴트, 신지연

@shop_cosymosy, #오리인형

인스타그램 숍을 구경하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나의 털복숭이를 소개한다. 애정해 마지않는 오리 모티프라니, 평소 오브제에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는 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2만원 남짓한 가격의 이 오리는 엄연히 말하자면 공급과 수요의 경제적 법칙 하에 내 소유가 된 제품이지만, 그 이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의 쓸쓸한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하늘이 내려준 선물같다. MZ세대의 소비 특징이 ‘나를 위한 사치’라고 했던가. 쓸데 없는 인형을 돈 주고 샀다고 핀잔 주는 이도 있었지만 지루한 일상에 소소한 기쁨이 되어주는 이 오리 덕분에 행복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패션 어시스턴트, 이유림

@b0y.ooo, #프린트티셔츠

울고 있는 여자 아이 프린트, 지퍼 달린 독특한 옆 트임, 오버사이즈 핏의 화이트 티셔츠. 크롭트 티셔츠에 싫증이 날 때 쯤 인스타그램 피드에 혜성같이 등장한 아이템이다. 내가 귀엽고 재미있는 디자인의 티셔츠를 찾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내게도 눈 밑에 점이 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작은 별로 표현한 프린트 속 여자 아이의 눈 밑 점을 보고  홀리듯 사이트로 향했고, 그 곳에서 마주친 쿨한 백발의 할머니 모델에 이 브랜드를 사랑하게 됐다. 목 뒤를 장식하고 있는 글자 ‘@fxxkb0y’가 다소 민망하게 느껴졌지만 크롭트 티가 지배하고 있는 요즘 시장에서 독특한 디자인의 오버사이즈 티셔츠를 찾기란 쉽지 않기에 이틀 간 고민하다 구매했다. 결과는 대성공. 튼튼한 소재에 핏도 예뻐 올 여름 간간이 아껴 입다가 가을부터는 긴 팔과 함께 레이어드해 자주 입었다. 곧 다음 시즌 컬렉션이 공개된다는데, 매우 기대된다. -디지털 어시스턴트, 이세영

@jeonsan, #책장

최근에 집을 리모델링 하며 방에 있던 낡은 책장을 버렸다. 텅 빈 벽을 다시 채워줄 크고 멋진 책장을 찾아 온갖 사이트를 전전했으나 다 영 시원찮아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는데 웬걸, 내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책장은 인스타그램 추천 알고리즘 속에 있었다. 피드까지 마음에 쏙 든 ‘전산시스템’이라는 브랜드를 당시로선 처음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가구 계에선 이미 꽤 유명한 브랜드라고. 그렇게 구매한 전산시스템의 검은색 책장은 내가 가장 아끼는 가구가 되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은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때론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이 훌륭한 족집게 퍼스널 쇼퍼를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뷰티 어시스턴트, 박예니

디지털 에디터
장진영
사진
instagram @stinkyjewelz, @justineclenquet, @shop_cosymosy, @b0y.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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