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를 통해 미리 엿본 2013 F/W 시즌의 메이크업 트렌드, 그리고 놓쳐서는 안 될 뷰티 아이템을 모았다.
시폰처럼 가볍고 모던한 스모키 아이
‘스모키’라는 단어의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다. ‘연기가 자욱한’, ‘연기가 많이 나는’, ‘연기 색깔[모양]의’라고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 몇 시즌 동안 메이크업에서 정의한 스모키 룩은 연기라기보다 구조적인 라인이 주는 힘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다르다. 2013 F/W 시즌의 스모키 아이는 날카롭다기보다 아스라이 피어나는 연기처럼 자연스러운 블렌딩이 중요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발 갈란드는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한 색상은 블랙과 그레이지요. 블랙은 진짜 검은 블랙, 차콜 블랙, 매트한 블랙이고, 그레이는 차갑고 연기 같은 그런 느낌이랍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번 시즌의 블랙 아이는 진한 수묵화처럼 다양한 농담을 보여 준다. 여기서 기억할 것 하나. 또렷한 아이라인을 잊어라. 아이라인과 쌍꺼풀, 눈두덩과 눈초리까지 자연스럽게 블렌딩되어야 한다. 로베르토 카발리, 도나 카란, 마이클 코어스의 그것처럼. 좀 더 에지를 주고 싶다면 겐조와 미쏘니를 교본으로 삼자. 언더라인에만 블랙 스머지 효과를 주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은 여전히 모던한 반면 그레이는 차갑고 신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관능적이고 파워풀하다기보다 밤의 감성이 충만한 기분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색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웜톤과 쿨톤의 그레이 섀도는 기본, 토프와 캐러멜, 레드 브라운이 정교하게 블렌딩되어 있다. 그레이 컬러 역시 농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눈두덩 전체와 언더라인까지 넓게 번진 듯 블렌딩하면 자일스나 가레스 퓨처럼 조각상 같은 서늘함이 연출되고, 눈두덩에만 톡톡 찍어준 듯 바르면 프라다나 피토 필로토처럼 우아해진다. 그런가하면 다양한 컬러의 배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막스마라나 로다테, 알투자라가 그렇다. 그러니 다가오는 F/W에는 블랙과 그레이 컬러의 아이섀도 두세 가지, 그리고 이와 어울릴 만한 브라운 톤의 섀도를 구비한 뒤 블렌딩의 묘미를 즐기면 된다.
차갑고도 창백한 빛으로 완성된 피부
완벽한 컨투어링을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에 공을 들이는 기류가 크게 약화됐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치아 피에로니는 “무심한 듯 쿨한 프렌치 소녀에게서 영감을 받았죠. 90년대의 그런지 스타일을 프렌치 스타일로 재해석한 거예요. 어떻게 보면 미완성의 메이크업처럼 보이죠”라고 말했으며, 발 갈란드는 “뉴욕의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쿨한 여자들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시즌에는 경계선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완성된 조각 같은 컨투어링은 잊자. 대신 입체적인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텍스처를 사용했음을 잊지 말자. 다양한 색감과 질감의 하이라이터와 매트한 파우더, 촉촉한 파운데이션을 경우에 따라 변형시켜가며 자유롭게 활용하는 거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샬롯 틸버리의 “컨실러와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경계선 없이 바르세요. 파우더는 T존에만 바르고요. 그러면 광대 윗부분에 자연스럽게 윤기가 흐르죠”라는 조언을 새겨 듣자. 또한 실버나 펄 색상의 컬러 베이스를 활용해 창백한 빛이 감도는 피붓결을 만드는 테크닉도 필요하다. 컬렉션을 들여다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이세이 미야케나 바네사 브루노, 마리 카트란주, 드리스 반 노튼의 뮤즈들은 하나같이 따스하기보다 차갑거나 창백한 광을 얼굴에 드러내고 있다. 그러니 파운데이션과 파우더, 하이라이터를 수학 공식처럼 차곡차곡 바를 생각은 버리시길.
레드, 그 이상의 레드 립
이제 레드 립은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등극했다지만, 이번 시즌 레드 립은 쿨하다. 2012 F/W 시즌의 레드 립이 뱀파이어에 가까울 정도의 으스스한 고스 룩으로 이어졌다면, 2013 F/W 시즌의 레드 립은 살짝 번진 듯 자유롭다. 추워지는 계절이니만큼 컬러는 마젠타와 버건디, 와인을 넘나들며, 투 톤의 레드 립이 대세다. 폴 스미스, 마르니처럼 입술 중앙 부분은 진하면서 입술 라인으로 갈수록 번진 듯 미완성된 듯한 립 라인이 세련돼 보인다는 사실. 또 하나, 립 컬러의 질감은 매트할수록 돋보인다. 마르니 쇼를 책임진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는 이를 두고 “흐릿해 보이는 게 매력이에요. 소프트 포커스를 맞춘 것처럼요”라고 정리했다. 덕분에 이번 시즌 레드 립은 소녀처럼 순수해 보이다가도 팜므파탈처럼 위험해 보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여준다. 자극적이고 도발적인데 순수한! 이게 바로 이번 시즌 레드 립을 정의하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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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송시은
- 포토그래퍼
- KIM WESTON ARNOLD, KIM KI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