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서면 생각 날 평양냉면 맛집 7

이채민

군사분계선을 건너 배달된 최초의 음식이자 남북정상회담 최고의 수혜자. 스타일과 맛이 조금씩 다른 평양냉면의 전통 강자부터 신흥 강자까지, 그 오묘하고 중독적인 세계를 비교했다.

1. 필동면옥

필동면옥

의정부 계열 중 하나인 필동면옥. ‘의정부파’ 냉면의 하이라이트는 심심한 색감의 냉면 위로 빨갛게 뿌린 고춧가루와 송송 썰어 넣은 고추다. 육수는 장충동파 냉면보다 조금 더 진하고 기름진 맛이 있는데, 고춧가루와 고추가 뒷맛을 개운하게 한다. 조금 더 도정한 메밀을 사용해 비교적 부드럽고, 메밀 함량이 높아 뚝뚝 끊어지는 식감이 특징. 무 절임이나 백김치, 오이 등의 고명이 없어서인지 조금 투박한 감은 있지만, 그게 또 매력이다. 필동면옥에선 쫄깃한 수육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시 중구 서애로 26

2. 능라도

능라도

2011년 판교에 문을 연 능라도는 입소문을 타고 평양냉면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2015년 11월 역삼점을 냈고, 지점을 확장하는 중이다. 몽골산 메밀을 하루 두 번 식당 내부의 방앗간에서 제분해 사용한다. 계절에 따라 달리 반죽하는데, 메밀과 고구마 전분은 8:2 비율로 사용해 익반죽한다. 젓가락을 들기 전 깊은 메밀 향을 음미해볼 것. 최상급 한우와 돼지고기를 푹 고아낸 맑은 육수는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현대적이고 깔끔한 인테리어도 매력적.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07길 7

3. 을밀대

을밀대

평양냉면계의 이단아이자 엔터테이너. 저마다 다른 평양냉면 중에서도 유일무이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곳. 특히 면발은 곤약 같은 꼬들꼬들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품는다. 여태껏 경험한 적이 없는 식감과 비주얼로 보는 재미, 씹는 재미가 있다. 살얼음 육수가 나오는 것도 을밀대만의 특징. 냉장 시설을 제대로 갖출 수 없었던 시절 밀도 높은 지방 성분의 변질을 막기 위해 육수를 뽑은 즉시 얼린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혹여 살얼음이 육수 본연의 맛을 해치는 것 같다면, ‘거냉’ 메뉴로 시키면 된다. 을밀대 역삼점에 있는 테이크아웃 컵냉면의 발상도 재밌다. 서울시 마포구 숭문길 24

4. 우래옥

우래옥

우리나라 평양냉면 역사의 산증인이자 성지.1946년 ‘서북관’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우래옥은 역사만 오래된 곳이 아니다. 많은 평양냉면 마니아가 이곳의 맛을 1등으로 꼽는다. 면은 메밀과 감자 전분을 반반씩 섞어 뽑아낸다. 묵직한 육수의 풍미는 간이 적절하게 밴 면발에서도 느껴진다. 고명으로 올린 배와 무, 백김치의 어우러짐이 훌륭하다. 평양의 고급 식당이 이런 느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전적인 인테리어도 그 맛에 한몫을 더한다. 서울시 중구 창경궁로 62-29

5. 피양옥

피양옥

작년 5월 청담동에 문을 연 뉴페이스 평양냉면. 얼마 전 이병헌과 탑이 평양냉면 회동을 한 곳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구수한 메밀의 맛과 향이 살아 있다. 이곳에는 피양면과 물냉면 두 가지 옵션이 있다. 피양면은 육수에 간장을 조금 더 섞은 것. 피양옥만의 평양냉면 스타일이다. 가끔 “피양옥 냉면 맛은 짜다”라는 평을 듣는데, 아무래도 피양면을 맛본 사람들의 평이 아닐까 싶다. 본디 육수의 맛을 간장 맛이 세게 누르지만, 기존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을 지우고 새롭게 접하면 또 다른 신선함을 맛볼 수 있다. 변형된 맛이 싫다면, 물냉면을 시키면 된다. 이 또한 수준급이다.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133길 13

6. 진미평양냉면

진미 평양냉면

의정부 평양면옥에 3년, 논현동 평양면옥에 15년 동안 몸을 담았던 이가 2016년 봄에 차린 곳. 논현동 평양면옥처럼 ‘장충동파’ 냉면 스타일이다. 육수, 면, 고명 모두가 깔끔하다. 소고기 양지와 사태, 차돌박이와 돼지 삼겹살, 대파를 사용해 5시간 이상 끓여 육수를 낸다고. 소고기 편육과 돼지고기 제육, 무김치와 오이 절임, 파, 달걀 반쪽이 올라간다.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냉면과 잘 어우러진다.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 305-3

7. 배꼽집

배꼽집

워낙 질 좋고 맛있는 한우가 주인공인 곳이라 평양냉면은 조연에 불과하지만, 그 맛은 ‘고깃집 냉면’을 거뜬히 넘어선다. 미각을 강탈하는 명품 조연이다. ‘봉피양’ 출신이 독립해서 만든 곳. 육수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로 만든다. 무엇보다 고명으로 올라간 얼갈이 절임의 새콤함이 전체적인 맛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감칠맛을 내는 공신이다. 더러 육수의 순수함을 해친다는 보수적인 평도 있지만, 그 자체로 입맛을 돌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고소한 메밀면도 일품. 상암동, 일산, 여의도, 발산역에도 있다.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128길 22

프리랜스 에디터
김수정
포토그래퍼
박종원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