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S/S 떠오르는 남자의 각선미

김민지

이제, 다리로 향하는 시선

재즈 로퍼는 1백77만원, 플라워 필드 반지는 82만원, 플라워 XL 반지는 1백10만원, 셔츠, 재킷, 쇼츠는 가격 미정으로 루이 비통 제품.
티셔츠는 98만원, 쇼츠는 1백59만원, 가죽 벨트는 2백12만원, 가죽 부츠는 2백69만원으로 베르사체 제품.

2026년 봄/여름 남성 패션은 우리의 예상보다 대담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번 시즌 런웨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순하다. 바로 아주 짧아진 쇼츠와 남자의 매끈한 다리다. 오랫동안 남성복은 넓은 어깨와 구조적인 재킷, 길게 떨어지는 팬 츠를 통해 남성의 스타일 미학을 표현해왔다. 그런데 최근 컬렉션에서는 이러한 암묵적 균형이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다. 패션의 시선이 상체에서 하체로 서서히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현재성을 가장 강렬하게 보여준 브랜드는 프라다다. 프라다는 허벅지 위까지 올라오는 짧은 쇼츠를 런웨이에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며 남성 패션의 실루엣을 새롭게 정의했다. 러닝 쇼츠를 연상시키는 이 짧은 팬츠는 단순한 스포츠웨어가 아니라 럭셔리 남성복 안에서 재해석된 스타일이었다. 셔츠와 니트, 가벼운 테일러링과 함께 연출된 쇼츠는 자연스럽게 다리 라인을 강조하며 남성복 스타일의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냈다.

프라다가 제시한 이 변화는 다른 럭셔리 하우스의 컬렉션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출현했다. 생 로랑은 정중한 상의와 짧은 쇼츠라는 신선한 조합으로 남성의 보디라인을 더욱 관능적으로 드러냈고, 디올은 클래식한 남성복 구조 속에서도 다리 라인을 강조하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드리스 반 노튼 역시 사이클 레깅스의 다양한 스타일링 변주를 통해 하체 실루엣을 스타일의 중심으로 끌어올렸으며, 루이 비통은 리조트 감성을 담은 쇼츠 스타일링을 제안했다.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이지만, 이 컬렉션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준 것은 남성 패션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넥 밴드는 1백30만원, 쇼츠는 1백65만원, 로디 레이스업 부츠는 1백60만원으로 디올 제품, 남성 양말은 33만원으로 프라다 제품.
탱크톱은 96만원, 쇼츠는 54만원, 양말은 17만원, 슈즈는 가격 미정으로 드리스 반 노튼 제품.
울 보트넥 스웨터는 3백55만원, 포플린 쇼츠는 1백37만원, 코튼 양말은 33만원, 가죽 로퍼는 1백97만원으로 프라다 제품.

이 흐름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라기보다 돌고 도는 패션의 순환과도 연결된다. 1970년대 테니스와 육상 선수들이 입던 짧은 스포츠 쇼츠는 젊음과 활력을 상징하는 스타일이었고, 1980년대 유행한 피트니스 문화 역시 허벅지를 드러내는 러닝 쇼츠를 대중적인 패션으로 만들었다. 이후 힙합 문화와 스트리트 패션의 영향으로 쇼츠 길이는 점점 길어지고 실루엣 역시 루즈해졌지만, 패션은 늘 과거를 불러오며 새로운 터치를 더하기 마련이다.

남성 패션에서 다리는 더 이상 숨기는 부분이 아니라 스타일의 중심이라는 사실이 핵심. 짧은 쇼츠는 남성의 몸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허벅지 라인과 움직임 속에서 드러나는 근육의 형태를 스타일의 일부로 만든다. 이는 남성 패션이 점점 더 자유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몸의 실루엣을 감추기보다 드러내고, 구조적인 형태보다 자연스러운 균형을 강조하는 것이다. 결국 이번 시즌의 남성 패션은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몸 전체의 균형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중심에 놓인 다리의 실루엣. 그것은 스타일을 완성하는 새로운 언어가 되고 있다.

포토그래퍼
이소정
모델
오권호
헤어
장혜연
메이크업
정수연
어시스턴트
박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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