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닝 바에서 만난 지적인 보헤미안, 26 FW 셀린느 컬렉션

명수진

CELINE 2026 FW 컬렉션

셀린느 26 FW 컬렉션은 3월 7일, 파리 인스티튜트 드 프랑스(l’Institut de France)에서 열렸다. 에디 슬리먼이 사랑했던 화려한 앵발리드(Les Invalides)나 콩코르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 대신, 프랑스 지성의 상징인 학술 기관을 택한 선택에서 마이클 라이더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셀린느는 밤거리를 방황하는 깡마른 록스타의 손을 놓고, 서점의 고요한 공기와 LP 판의 먼지 냄새를 사랑하는 지적 보헤미안으로 거듭나는 듯하다.

쇼장 안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런웨이를 따라 늘어선 대형 스피커였다. 마테오 가르시아 오디오(Matéo Garcia Audio)가 제작한 육중한 스피커들은 마치 리스닝 바에 들어온 듯한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프린스(Prince)와 패스터 T.L. 배럿(Pastor T.L. Barrett)의 라이브 음반은 70년대 록앤롤의 반항심과 비트닉 감성을 더했고, 관객들은 마이클 라이더가 말한 ‘옷으로 쌓아가는 삶(Building out a life in clothes)’의 서사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오프닝 룩의 블랙 블레이저 어깨에는 ‘BIENVENUE CHEZ CELINE(셀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작은 배지가 달려 있었다. 이는 ‘마이클 라이더가 이끄는 새로운 셀린느의 세계로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는 공식적인 환영 인사와 같았다. 런웨이에 펼쳐진 룩들은 더없이 현실적인 옷이었지만, 그 안에는 묘한 드라마가 숨어 있었다. 블랙 페도라와 날렵한 재킷, 슬림한 팬츠, 울 코트, 더비 슈즈는 다이앤 키튼(Diane Keaton)의 매니시한 스타일을 떠오르게 했다.

익숙한 옷을 예상치 못한 비율로 미묘하게 비틀어 개성을 더하기도 했다. 특히 라이더는 브랜드의 유산인 실크 스카프를 다루는 방식에서 인상적인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스카프는 단순한 액세서리에 머물지 않고 드레스의 컷아웃을 연결하거나 탑의 구조를 형성하는 등 옷의 구조적 일부가 되었고, 모델의 목과 턱 아래를 감싸는 ‘스티픈드 실크 스카프(Stiffened Silk Scarf)’라는 새로운 실루엣도 등장했다. 바이올렛 벨티드 코트, 강렬한 레드 수트, 그래픽 프린트 니트 드레스 같은 아이템이 간간이 등장하며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클래식에 날카로운 개성을 더했다. 레오파드 프린트 재킷에 선명한 립스틱 레드 플레어 팬츠를 매치한 룩은 이번 쇼에서 가장 과감한 복고풍 스타일이었다. 가슴 아래 높게 조여진 벨트와 주렁주렁 달린 참 장식 액세서리는 프렌치 시크에 아메리칸 스타일 특유의 여유를 더했다.

액세서리 매치 역시 마이클 라이더의 영민함을 느끼게 했다. 셀린느의 상징적인 트리옹프(Triomphe) 라인은 유지하면서도 기존 이스트-웨스트(East-West) 백보다 길어진 새로운 실루엣이 등장해 또 하나의 잇백 탄생을 예감케 했다. 하프문(Halfmoon) 백과 베사체 소프트 트리옹프(Besace Soft Triomphe) 백이 룩의 중심을 잡았고, 화이트 키튼 힐 부츠, 스쿼시 플림솔(Plimsolls) 슈즈, 버킷 햇, 오버사이즈 선글라스 같은 액세서리가 경쾌한 리듬을 더했다. 남성 모델의 머리카락에 꽂힌 깃털 장식은 라이더의 실험적인 태도를 넌지시 드러낸 작은 디테일이었다.

마이클 라이더는 슬리먼 시대의 극단적인 스키니 실루엣에서 한 걸음 물러나, 현대 여성들이 실제로 원하는 현실적인 옷장을 다시 구축했다. 과한 콘셉트에 매몰되기보다 옷을 입는 사람의 자신감을 우선하는 태도다. 쇼가 끝난 뒤에도 귓가에 남는 리스닝 바의 음악처럼, 이번 셀린 컬렉션은 오래 여운을 남긴다. 아메리칸 코드의 부드러움과 프렌치 시크를 결합해 마이클 라이더만의 셀린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킨 시즌이었다.

영상
Courtesy of C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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