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랫빛 기억
한갓진 해안가, 달큼한 바쿠르 향기, 모랫빛 망토…. 카타르에 자리한 ‘로즈우드 도하’에서 보낸 며칠은 이런 기억의 파편들로 남는다. 지난해 문을 연 이곳은 카타르에서 새로운 럭셔리의 기준으로 조용히 부상하고 있다.

카타르의 하마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건 아직 해가 뜨기 전, 이른 새벽 무렵이었다. 매끈하게 정돈된 도로 위를 차로 30분 남짓 달려, 시시각각 색을 바꾸는 잎사귀 모양의 LED 가로등을 지나면 루사일(Lusail) 지역에 닿는다. 카타르의 ‘미래’를 상징한다는 이 신도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됐다. 2022년 FIFA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루사일 스타디움이 자리하고,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럭셔리 호텔 체인이 마리나 산책로를 따라 촘촘히 들어선 곳이다.
루사일 마리나 지구 남동쪽에 자리한 로즈우드 도하(Rosewood Doha)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6시쯤이었나.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건 도어맨의 어깨 위에서 바람에 부드럽게 흩날리던 모랫빛 망토 자락이었다. 단정한 슈트에 더해진 이 한 조각의 디테일은, 호텔에서 멀지 않은 사막의 풍경을 자연스레 상상하게 했다. 그의 안내에 따라 들어선 로비에서는 아라비아 커피 향, 전통 향료 ‘바쿠르’의 향기가 겹겹이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지역의 유산과 미래의 리듬을 동시에 담아내기 위해 모든 디테일에 세심하게 접근했습니다.” 지난해 7월, 로즈우드 도하가 마침내 문을 열며 매니징 디렉터 후안 삼소(Juan Samso)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장소성’을 깊이 탐구하는 로즈우드의 철학은 이곳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선 디자인의 큰 줄기는 아라비아만을 따라 형성된 산호초를 비롯한 해양 생태계에서 가져왔다. 카타르를 대표하는 건축가 이브라힘 자이다(Ibrahim Jaidah)는 산호의 유기적 형태에 착안해 건물을 감싸는 백색 격자 파사드를 설계했고, 호텔 곳곳에서도 해양적 모티프가 반복된다. 카피즈 조개껍데기를 한 조각씩 손으로 재단하고 채색해 완성한 벽지부터 전통 도우 보트를 축소 재현한 오브제, 수중 사진작가 아잠 알 만나이(Azzam Al-Mannai)의 작품까지, 이 모든 장치는 호텔이 둥지를 튼 장소와 감각적으로 연결되기 위해 고안된 것들이다.

호텔은 155개의 객실과 스위트, 그리고 8개의 레스토랑을 갖췄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각기 다른 세계관을 밀어붙인 다이닝 공간들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전역의 요리를 선보이는 미쉐린 1스타의 ‘쿠 마담(Koo Madame)’은 1920년대 상하이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투숙 첫날 저녁, 이곳에서 갓 뽑은 수타면으로 완성한 탄탄면을 앞에 두고 앉았다. 시선을 옮기니 맞은편 테이블의 커플은 이곳의 시그너처라 통하는 화덕에서 막 꺼낸 베이징덕을 즐기는 중이었다. 식사의 여운을 남긴 채, 다음 장소를 찾아 움직였다. 마담 쿠에서 불과 몇 걸음을 옮기면, 바 ‘스토크 & 스토커(Stoke & Stoker)’가 나타난다. 대항해 시대를 모티프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크래프트 칵테일을 선보이는 바다. 마침 아트바젤 카타르의 개최를 기념해 현대미술에서 영감을 얻은 창작 칵테일이 준비되어 있었다. 진과 엘더플라워, 카모마일을 조합한 ‘폴리곤 하이볼’을 주문하니, 무색의 액체 위로 기포가 부드럽게 올라오고, 몬드리안의 작품 속 추상적인 도상을 닮은 삼각과 사각 형태의 젤리가 가니시로 얹혀 나왔다. 그 밤의 루사일은, 칵테일 한 잔에서도 충분히 현재적이었다.

여행의 경험치가 쌓이면서 좋은 호텔을 가늠하는 기준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중 하나는 호텔이 얼마나 ‘설계된 경험’을 제공하느냐다. 로즈우드 도하에서는 굳이 컨시어지에 문의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여럿 마련되어 있다. 우선 호텔 2층에 자리한 웰니스 소셜 클럽 ‘아사야(Asaya)’에서는 하맘 세리머니부터 사운드 힐링, 개인 맞춤형 테라피까지 폭넓게 경험할 수 있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리추얼처럼 작동한다. 카타르를 조금 더 깊이 체감하고 싶다면 선택지는 더 넓어진다. 컨시어지를 통해 전통 도우 보트를 타고 루사일의 고요한 수로를 따라 런치를 즐길 수도 있고, 알 사플리야 섬으로 향해 다채로운 수상 레저를 체험할 수도 있다. 카타르 부호들이 오랫동안 즐겨온 전통 스포츠, 매사냥 역시 가능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사막 한가운데서 별빛 아래 프라이빗 디너를 여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도시가 가진 또 다른 얼굴을 가장 로맨틱하게 마주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곳에서 보낸 사흘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로즈우드 도하는 단순히 하룻밤을 묵는 목적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건축과 인테리어, 향과 음식, 그리고 맞춤형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카타르라는 장소에 깊이 뿌리를 두고 설계되어 있다. 산호에서 출발한 파사드, 도우 보트의 곡선을 닮은 실루엣, 바쿠르의 향과 아라비아 커피 한 잔까지. 이곳에서의 투숙은 곧 지역의 유산과 문화를 마주하는 경험에 가깝다. “당신이 두른 그 망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기다리던 때, 도어맨과 잠시 말을 나눴다. 바람에 흩날리는 모랫빛 자락이 다시 한번 시야를 스쳤다. 그 장면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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