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BERRY 2026 FW 컬렉션
2월 23일 저녁, 런던 패션위크의 대미를 장식한 버버리 26 FW 컬렉션은 ‘밤의 런던(London after dark)’을 테마로 도시의 역동적인 야경과 영국적 헤리티지를 결합했다. 2022년부터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다니엘 리는 세련되면서도 실용적인 ‘도시적 긴장감’을 구현했다.
매 시즌 영국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쇼 베뉴로 선택해온 버버리는 이번 시즌, 런던의 랜드마크인 올드 빌링스게이트(Old Billingsgate)로 자리를 옮겼다. 19세기 템스 강변에 건설되어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수산시장이었던 곳으로, 런던의 활발한 상업 역사와 에너지를 상징한다. 런웨이에는 레진으로 구현한 물웅덩이와 비계로 둘러싼 타워 브리지 구조물이 설치돼, 비 내리는 런던 거리의 밤 풍경을 재현했다. 다니엘 리는 비계로 ‘공사 중’ 상태를 강조한 이 세트가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하는 도시의 에너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니엘 리 합류 이후 지속적으로 협업해온 DJ 벤지 B(Benji B)가 음악감독을 맡았고, 런던 출신 아티스트 FKA 트위그스(FKA twigs)의 사운드트랙이 더해지며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화려한 프런트 로 역시 ‘런던의 밤’ 서사를 완성했다. 케이트 모스와 딸 릴라 모스를 비롯해 로지 헌팅턴 휘틀리, 제이슨 스타뎀 부부 등 배우들이 대거 자리했고, 한국에서는 소녀시대 윤아와 스트레이 키즈 승민이 참석했다. 이처럼 버버리 컬렉션은 도시의 문화 아이콘들을 한 공간에 호출한 거대한 이벤트였으며, 런던 패션위크 전체 브랜드 중 소셜 미디어 점유율 91% 이상을 차지하며 블록버스터급 화제성을 입증했다.
런던의 밤하늘처럼 깊은 컬러 팔레트가 펼쳐졌다. 버터처럼 부드러운 플롱제 가죽(Plongé Leather)의 우아한 광택과 잉크 블루, 버건디, 플럼 등 짙은 주얼 톤이 비에 젖은 아스팔트를 연상시켰다. 트렌치코트는 지난 시즌의 오버사이즈 흐름에서 벗어나 보다 슬림하고 정교한 테일러링을 통해 이브닝 스타일로 진화했다. 트렌치코트에 화려한 러플 칼라를 더하거나 시어링이나 가죽 소재로 변주하며 하우스 코드에 대한 경의를 보내는 동시에 신선한 트위스트를 제안했다. 벨티드 커프(Belted Cuffs, 소매 끝단에 달린 조절 가능한 스트랩), 스로트 래치(Throat Latch, 비바람을 막는 칼라의 작은 천 조각), 에폴렛(Epaulettes, 양쪽 어깨 위에 달린 단추형 스트랩) 등 트렌치코트의 기능적 디테일은 새롭게 변형하거나 생략되었고, 때로는 시어링 코트나 레더 재킷 위에 옮겨 달리기도 했다. 1920년대 런던 지도를 직조한 트렌치코트와, 빗물을 흘려 보내던 스톰 플랩 밑단에 비즈와 시퀸 프린지를 장식한 트렌치코트는 브랜드의 역사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아이템이었다. 한편, 아우터와 매치된 이브닝 드레스에는 런던 특유의 낭만이 담겼다. 플루이드한 새틴 랩 드레스에 스카프, 프린지, 태슬을 더해 밤의 런던 거리를 걷는 듯한 자유로운 움직임을 강조했으며, 수만 개의 비즈와 시퀸을 촘촘히 장식한 니트 드레스는 조명이 스칠 때마다 몸 위에 빗방울이 맺힌 듯한 착시를 만들었다.
버버리는 빗물 위로 헤드라이트가 스치고 택시가 지나가며, 누군가는 펍으로, 누군가는 멤버스 클럽으로 흘러 들어가는 런던의 복잡한 밤의 동선을 트렌치코트라는 언어로 번역해냈다. 다니엘 리는 버버리 초기의 실험적 단계를 지나, 보테가 베네타에서 입증한 자신의 수공예적 강점을 버버리의 헤리티지와 영국적 정서 안에 안정적이고 고급스럽게 안착시킨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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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Burber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