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AITE 2026 FW 컬렉션
케이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캐서린 홀스타인은 오손 웰즈(Orson Welles) 감독의 1973년 다큐멘터리 <거짓의 F(F for Fake)>에서 영감을 받아 26 FW 시즌 컬렉션을 완성했다. 이는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등 거장의 작품을 모사한 전설의 위조 화가 엘미르 드 호리(Elmyr de Hory), 그리고 사기꾼 전기 작가 클리포드 어빙(Clifford Irving)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캐서린 홀스타인은 이를 통해 ‘위조와 진정성(Forgeries and Authenticity)’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관객에게 전했다. 쇼가 열린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의 약 1500평 규모의 공간에 거대한 LED 벽을 설치하고, ‘단어의 짓눌리는 무게(The crushing weight of words)’ 등의 문구들이 쏟아지는 런웨이는 한층 높아진 케이트 컬렉션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관객은 황동색 벤치에 앉아 거대한 LED 스크린을 정면으로 지켜보며 컬렉션을 감상했다.
케이트의 무게감을 느끼게 한 또 하나의 요소는 오랜만에 컴백한 슈퍼모델 군단들. 2000년대를 풍미한 브라질 출신의 슈퍼모델 라켈 짐머만(Raquel Zimmermann)이 블랙 벨벳 더블 브레스트 코트를 입고 오프닝을 연 것에 이어 나타샤 폴리(Natasha Poly), 다우첸 크로스(Doutzen Kroes), 엘리제 크롬베즈(Elise Crombez) 등 한동안 런웨이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레전드 모델들이 무대에 올라 존재감을 뽐냈다. 컬렉션 전반부에 등장한 더블 브레스트 재킷과 코트는 다큐멘터리에서 시종일관 검은색 벨벳 케이프를 입고 등장하는 오손 웰즈 감독, 그리고 가짜 자서전을 통해 전쟁영웅으로 묘사된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의 밀리터리 재킷을 떠오르게 했다. 캐서린 홀스타인은 밀리터리풍 프러그(Frog) 장식을 더한 재킷, 원피스, 블라우스를 통해 유니폼이 지닌 권위를 비틀어 표현했다. 이와 함께 고딕 스타일의 블랙 레이스 블라우스, 80년대 스타일의 러플 스커트 등을 믹스 매치했다. 한편, 미국 출신의 화가 밀턴 에이버리(Milton Avery)의 회화를 새틴 스커트에 프린트로 사용하며 ‘유일성을 담보로 하는 예술과 복제와 유통을 전제로 하는 패션의 경계’에 대한 질문도 다시 한번 던졌다. 블라우스 위에 놓인 원숭이 자수와 과장된 보타이는 사소한 유머처럼 보였지만, 〈거짓의 F〉의 한 장면을 직접 인용한 위트였다(클리포드 어빙이 어깨에 원숭이를 올리고 등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밖에도 댄디한 남성복에서 영감을 받은 디테일은 케이트 특유의 강인한 분위기를 더욱 도드라지게 했고, 악어가죽 재킷과 벨벳 팬츠, 그레이 후드톱과 크록 팬츠의 조합처럼 정교하게 재단된 클래식 아이템을 스트리트 스타일과 믹스 매치한 유연함도 돋보였다.
쇼가 발렌타인데이에 열린 만큼, 핑크 부토니와 꽃자수를 더한 아가일 니트, 벨벳 위 압화 같은 프린트까지, 총성 뒤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쇼 초반의 밀리터리 룩이 강인함을 상징한다면, 찬란하게 만개한 순간을 박제한 플로럴 프린트는 멜랑콜리하면서도 관능적인 여운을 남겼다. 피날레에 등장한 슬립 드레스 시리즈는 레이스 아플리케와 페티코트 디테일로 화려함의 절정을 꽃피웠다.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사이하이 부츠와 오페라 글러브, 그리고 블레이크 클러치(The Blake Clutch) 등 액세서리 매치가 이 모든 룩에 에지를 더했다.
완벽하게 재단 솜씨를 발휘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단추를 비켜 채운 셔츠, 약간 흐트러진 어깨선, 코트와 대조되는 연약한 슬립 드레스 등 긴장감을 살짝 늦춘 순간들이 존재했다. 이를 통해 케이트는 ‘너무 완벽해서 가짜 같은 것보다, 인간적인 불완전함이야말로 진짜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했다. 흥미로운 영감을 테마로 풀어놓으며 여성의 다층적 면모를 능수능란하게 다룬 캐서린 홀스타인의 자신감이 다시 한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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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KHAI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