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EAUTY: After the Hype
전 지구적 사랑을 받은 K-뷰티, 2026년은 어떤 한 해가 될까?

Beauty Note
K-여배우 룩으로 불리는 은은한 음영 메이크업. 샤넬 ‘레 꺄트르 옹브르(웜 메모리즈)’의 브라운 컬러로 눈매에 부드러운 음영을 살리고, 토니모리 ‘백젤 아이라이너(브라운)’를 브러시로 스머지하듯 발라 깊이감을 더했다. 볼에는 크림 타입 블러셔로 부드러운 혈색을 더한 다음, 나스 ‘라구나 브론징 파우더’로 얼굴 외곽을 터치해 입체감을 살렸다. 립은 맥 ‘립 펜슬(코르크)’로 안쪽에서부터 번진 듯한 블러 립을 연출했다.
시한폭탄 같은 재고
뷰티 꿈나무들을 낙담시키고 싶진 않지만 극심한 경쟁 속에서 매달 5,000개를 꾸준히 파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있는 제품이다. 아마존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면, 물류 창고에서 제품이 하루이틀 잠자는 동안 ‘시간이 돈’이라는 진리를 새삼 느끼게 된다. 차여진 대표는 유통의 본질은 채널이 아니라 자금과 재고의 회전이라고 말한다. “재고는 진짜 시한폭탄이죠. 저희는 ‘폭탄 돌리기’라고 표현해요. 생산되는 순간부터 똑딱똑딱 시간이 가기 시작하거든요. 수출은 생산된 지 6개월 이내 제품만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상 지나면 가격을 깎아줘야 해요. 항상 ‘생산되는 순간부터 6개월 안에 이 폭탄을 어떻게든 돌려야 한다’고 생각하죠.”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마케팅 투자가 요구된다. ‘입점’이라는 큰 벽을 넘으면 ‘유지’라는 숙제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많은 브랜드가 처음에 투자받고 단기간에 비용을 소진해요 그러면 잠깐 반짝했다가 금세 조용해지는 거예요. 입점만 했다가 2~3년만 되면 사라지고, 그러면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되죠.” 최근엔 엑싯을 목표로 초반 띄우기에만 집중하는 브랜드도 많아졌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창립자가 영혼을 갈아 넣은 브랜드가 대기업에 인수된 뒤 그 영혼을 잃고 매력이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해외 바이어들이 찾는 K-뷰티는 명확해요. 그들은 실제로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찾고 싶기에 올리브영 입점 제품을 디폴트로 잡아요. 그리고선 그중에서 ‘현지에서 마케팅 활동을 해줄 수 있는 브랜드’를 가져오라고 하죠. ‘한국에서 유명한 건 알겠는데, 우리 소비자는 여전히 몰라!’ 이러니 브랜드가 완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그 나라 문화에 맞게 마케팅이든 뭐든 다 해야 되요. 근데 많은 브랜드가 바이어한테 주면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울타 뷰티나 세포라 같은 리테일은 입점 후 매주 미팅을 하는데, 일주일마다 판매 데이터를 주면서 매출 성적을 체크하고, 재고가 쌓이면 바로 할인을 요구하죠. 여기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려면 결국 지사가 필요하게 되요.” 돌고 돌아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가 가능한 대기업이 다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랜 시간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기반을 다져온 덕을 보았다. “리테일 입점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스파나 플래그십 오픈 등을 시도하며 브랜드 경험을 현지화하는 전략을 펼쳐왔죠. 이러한 장기적 노력은 현지 리테일러들과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토대가 되었어요.” 라네즈 글로벌 마케팅 디비전장 최필경의 설명이다. 티르티르 브랜드 MC팀 김선미 팀장은 전 세계 공통적으로 제품력과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를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실제 판매 데이터와 소비자 반응에 기반해 각 나라별 시장에 맞는 방식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디서, 어떻게 팔 것인가
예전에는 제품만 잘 만들면 잘 팔린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는 언젠가 알아볼 거라고. 그러나 요즘엔 절대 그렇지 않다. 이건 마치 사막의 노란 모래알 중 하얀 모래알 하나를 찾아보라는 얘기다. 최대균 이사는 “웬만큼 다르게 만드는 건 다 제조사에서 해줄 뿐 아니라 제품력 자체가 다 상향 평준화되었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뭘 좀 다르게 만들까?’가 고민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마케팅으로 팔까?’, ‘어디에서 팔까?’ 를 더 고민해야 해요”라고 말한다. 마케팅과 유통의 능력이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최근 성공하는 K-뷰티 브랜드에 BM 출신보다 마케팅과 유통 분야 출신이 많은 이유죠. 조선미녀로 유명한 실리콘투, 메디큐브를 전개하고 있는 에이피알,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시작한 3CE나 티르티르도 그렇다고 볼 수 있고요.”
차여진 대표 역시 마케팅과 유통에 대한 비전 없이 뛰어들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소비자한테 닿을 수 없으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저한테 ‘브랜드 해보고 싶다’고 얘기하며 찾아오는 분이 많은데, 제일 먼저 저에게 ‘뭘 만들까요?’라고 물어요. 그럼 저는 반대로 물어요. ‘어디에 팔 건데요?’ 예를 들어 마켓컬리에서 팔고 싶으면, 마켓컬리 고객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해요. 유통사야말로 1차 소비자거든요. 그렇게 한 채널에서 레퍼런스를 만들면, 그다음 확장은 쉬워요. 문제는 다들 처음부터 한 번에 대단하고 크게 가려고 한다는 거예요.” 해외 유통 분야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차여진 대표가 만든 보디 브랜드, 어푸어푸는 유통 채널에 맞춰 브랜드를 역설계한 케이스다. “예전에 알던 월마트의 바이어가 2L짜리 샤워젤이 있냐고 묻더라구요. 한국에는 그런 대용량 제품은 없었죠.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뿐더러 무게 때문에 물류 비용도 크니까요. 근데 미국에선 그런 제품에 대한 니즈가 있었던 거죠. 그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제가 만들어서 공급했는데, 마진은 적지만 마케팅도 크게 필요 없고, 반품도 없으니 1인 기업인 제게 딱 좋았어요. 미국은 나라가 크니 내륙 운송도 쉽지 않은데, 이 경우 선적만 하면 되고 미국 내 약 5,000개 마트에 알아서 뿌려지니 주문 물량도 커졌죠. 이렇게 베이스가 깔리면 그 이후부터는 제가 해보고 싶었던 제품도 만들고 납품해볼 수 있어요. 어푸어푸는 이제 그들 입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니까요.”
아직 세상에 없는 그 제품
그러나 제품은 여전히 중요하다. 게다가 뾰족한 기획은 더욱 중요해졌다. J.O.D 랩 김민경 소장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채로 연구실을 찾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한다. “와서 ‘이 제품이랑 똑같이 해주세요’, ‘추천 좀 해주세요’라고 하세요. 화장품 성분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같이 쓰면 안 되는 성분을 같이 쓰자고 하는 경우도 있고요. 예를 들면 요즘 레티놀도 유행이고 각질 케어 성분인 AHA, BHA도 유행이잖아요. 자극 성분이라 원래 같이 쓰면 안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도, ‘내가 써보니 좋더라’ 하면서 해달라고 하시죠.” 제형이 아무리 좋아도 기획이 없으면 빛을 보기 어렵다. 타깃은 정확할수록 좋다. 작금의 세상은 곱슬머리를 매직으로 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의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세상이다. 세분화된 소비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최근 정말 재미있었던 작업이 ‘남자 장발용’, ‘곱슬머리용’ 헤어 케어 제품이었어요. 이렇게 명료한 기획이 있으면 제품 개발도 쉬워져요. 화장품 설명이라는 게 다 감각의 언어잖아요. ‘촉촉하다’고 해도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죠. 그래서 방향이 명확해야 해요. 똑같은 크림이라도 ‘누구나 다 쓰세요’라고 했을 때보다, ‘건성 피부는 이건 쳐다보지도 말고, 지성 피부만 쓰세요’처럼 타깃을 뾰족하게 잡아주면 그 안에서 만족도랑 재구매율이 훨씬 높아져요. 그런데도 대부분은 타깃을 좁히는 걸 두려워하죠.”
뷰티 시장이 과거나 지금이나 레드오션인 건 맞지만, 여전히 숨겨진 소비자가 있고,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이 있다. 심지어 K-뷰티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해내고, 그 제품이 필요한 것이라고 매력적으로 설득해내기도 한다. 최대균 이사는 K-뷰티가 글로벌 문화의 하나가 됐기 때문에, 기호를 따라가는 제품들은 자신감 있게 한국 컨셉 그대로 가도 좋은 시대가 됐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히트친 #GlassSkin은 사실 예전에 우리가 물광, 윤광에 열광할 때, 해외에서는 아무도 안 따라 했던 거죠. 유럽은 비주의 문화가 있어서 끈적임에 대한 거부감이 크거든요. 그러나 요즘엔 한국 스킨케어 덕에 그 촉촉함과 광채가 좋은 피부의 기준이 됐고, 그런 문화적 차이조차 극복해냈죠. 장기적인 기획력과 자본을 갖고 가는 브랜드라면 문화의 침투까지 생각해서 현지화된 제품 라인을 짜는 게 맞겠지만, 그렇지 않은 작은 브랜드라면 내가 갖고 있는 제품의 특성 그대로 고집스럽게 가도 좋을 것 같아요. 두 가지 방법이 다 맞는 시장이 됐으니까요. 그만큼 K-뷰티가 커졌어요.”

최원서, Pattern of Industry_PF60_Stool 02, 2019,
알루미늄 프로파일, 420 360 460mm.
K뷰티 입소문의 발원지, 틱톡
K-뷰티가 미국 시장에서 나아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된 데에는 아마존에서의 뷰티 제품 구매 확대와 함께 디지털 바이럴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거기서 틱톡의 혁혁한 공은 누구나 인정한다. 틱톡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틱톡에서 #Kbeauty 해시태그를 달고 생성된 콘텐츠는 약 200만건으로, 그중 50%에 해당하는 100만 건이 최근 1년 이내에 집중적으로 생성됐다. 이는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장기간 누적된 후 이제 전 세계 소비자들이 한국 뷰티 트렌드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콘텐츠로 재생산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Kskincare 해시태그와 함께 ‘한국형 스킨케어’에 대한 이해와 탐색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장악한 시장에서 아누아 등 K-인디 뷰티 브랜드들이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용자 리뷰 기반의 바이럴 영상과 커머스 기능의 틱톡 숍의 결합이 있다. 기존 광고와 같은 일방적 메시지가 아닌, 실제 사용 과정과 변화를 담은 숏폼 콘텐츠는 구매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브랜드는 틱톡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보다 정교한 타깃팅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한편 사용자는 콘텐츠를 소비하다 흥미를 느낀 순간 즉시 앱 내에서 클릭 몇 번으로 해당 제품을 구매한다. 틱톡 라이브 오퍼레이션 시니어 매니저 이희정은 ‘발견이 쉽다’는 것을 강조한다. “틱톡은 콘텐츠만 좋으면 팔로워가 적어도 금방 노출돼요. 숏폼이든 라이브든, 이전에 내 영상이나 해당 분야를 즐겨 본 사람, 나를 모르더라도 나의 콘텐츠를 좋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분석해 빠르게 도달하죠.”
여기서 ‘콘텐츠가 좋다’를 고퀄의 영상 말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곤란하다. 좋은 콘텐츠란 ‘사용자가 지금 원하는 콘텐츠’라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슬릭백 챌린지예요. 처음 올렸던 남학생은 팔로워가 얼마 안 됐어요. 쉽게 묻힐 수 있던 콘텐츠였지만, 틱톡에서는 사람들이 ‘요즘 이거 많이 보네’라고 느끼는 순간 J 커브로 조회수가 확 올라갔어요. 채널을 키우는 데 몇 년씩 투자하지 않아도 되고, 바이럴이 훨씬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죠. 물론 팔로워가 많으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틱톡에선 그게 항상 조회수와 정비례하지 않아요. 그래서 콘텐츠가 좋으면 확 올라가고, 아니면 바로 떨어지기도 해요.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죠.”
글로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특히 틱톡 라이브와 틱톡 숍의 연계는 K-뷰티를 전 세계 소비자에게 바로 닿게 해준다. 유저들은 마치 홈쇼핑처럼 크리에이터들의 라이브를 모바일에서 시청하고 거기서 바로 주문까지 이어서 한다. 보던 영상에서 숍이 바로 연결되니 구매 동선도 짧을뿐더러, 자체 풀필먼트까지 보유하고 있어 배송까지 원스톱이다. “틱톡 숍 유저 중 76%는 지난 1년 안에 틱톡 라이브를 통해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어요. 익숙한 크리에이터가 그 자리에서 직접 제품을 써보고 보여주니까 거부감이 없고, ‘광고를 본다’기보다 ‘내가 믿는 사람이 지금 써보고 있다’는 느낌으로 소통이 되죠.” 라이브는 물론 숏폼까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쌍방향 소통으로 설계된다. “실제 티르티르 같은 경우,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영상에서 ‘셰이드가 너무 한정적이지 않아요?’라고 한 말을 흘려듣지 않고, 한 달만에 그녀에게 맞는 컬러를 생산해서 보내줬어요. 그걸 본 커뮤니티에서는 ‘이 브랜드는 그냥 광고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는 말을 진짜 듣는구나’라고 느끼게 되죠. 이건 기존 광고랑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신뢰예요. 브랜드도 실시간으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니 빠른 대응이 가능하고요. 영상으로 보고, 바로 사고. 이 구조 자체가 구매 전환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팬덤과 이커머스의 시너지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틱톡 라이브의 톱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인 엘라는 틱톡만의 편집 툴과 필터도 강점이라고 평한다. “틱톡 필터는 진짜 최강이에요. 촬영할 때 쓰는 필터도 있고, 라이브할 때 쓰는 필터도 있는데 라이브 필터가 특히 정말 예쁘고 자연스러워요. 보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 순간 필터밖에 믿을 게 없거든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라이브를 시작하기 전 본인이 추구하는 페르소나랑 가장 잘 맞는 필터를 미리 고른다. 요즘엔 크리에이터의 소속사나 팀에서 이런 걸 추천해주기도 한다.
틱톡 내 끈끈한 커뮤니티는 로열티를 높이는 또 다른 구조 중 하나다. 인플루언서를 위한 위버스, 버블 같은 기능이랄까? 이희정 매니저는 이렇게 설명한다. “틱톡은 크리에이터마다 자기만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게 설계돼 있어요. 톱 크리에이터 분들은 팬들을 그냥 ‘팬’이라고 하지 않고 ‘마이 패밀리’라고 불러요. 그 정도로 관계가 깊어지거든요. 그게 결국 지속 가능성을 만들고, 진정성을 만들고, 커머스랑 연결됐을 때도 폭발력이 생겨요. 라이브에서는 슈퍼팬 기능도 있고, 구독 기능 등을 통해서 팬이 OTT 구독하듯 구독자 전용 콘텐츠도 즐길 수 있어요. 이는 모두 크리에이터의 수익으로 연결되죠. ‘우리 패밀리만 아는 신호’ 같은 문화가 생기면서 로열티가 엄청나게 높아지고요. 이건 단순한 조회수랑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관계예요.”
2년 넘게 뷰티 콘텐츠로 라이브를 운영해온 엘라는 빠짐없이 함께하는 팬들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해주었다고 말한다. “자동 번역 기능이 있으니 일본, 미국, 스페인 분들이 동시에 들어와도 대화가 가능해요. 저의 스페인 팬 한 분은 제일 오래된 모더레이터고, 일본 팬은 다른 일본인 시청자가 들어오면 일본어로 바로 설명해주기도 해요. 분위기 흐트러지는 댓글 있으면 바로 정리도 해주시죠. 나라별로 역할이 자연스럽게 생겼어요. 그래서 라이브가 점점 글로벌해지고, 진짜 커뮤니티가 돼요. 최근엔 멀티 게스트 기능으로 해외 크리에이터랑 같이 메이크업 라이브를 하거나 영상 콜라보도 했는데, 그렇게 작업한 영상이 반응도 좋았죠. 전 세계 사람들이 매일 같이 모이는 하나의 공간이라는 느낌이에요.” 다른 세상 이야기같지 않은가? 크리에이터 중엔 무려 9개 국어로 인사하는 이가 있을 정도다.
뭐 특이한 거 없어요?
해외에서 틱톡의 인기가 높다 보니,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브랜드들은 ‘틱톡에서 바이럴이 잘 되는 것’을 기준으로 제품을 기획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당신이 보는 많은 영상이 정교한 설계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숏폼 내 성분 마케팅, 제형 마케팅에 대해 김민경 소장은 소비자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쭉쭉 기분 좋게 늘어나는 제형은 시선을 사로잡죠. 하지만 그런 제품엔 불필요하게 점도를 올리는 성분인 점증제가 많이 들어가요. 보통 스킨케어에는 1% 미만으로 들어가는데 쫀득하게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일 정도가 되려면 10% 이상은 들어가야 되거든요. 자극이 된다, 안 된다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제형이 유행하면서 앞으로 어떤 성분을 얼마나 써서 어떤 사용감을 만들지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우려스럽죠. 애초에 ‘특이한 거 없어요?’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늘어나니까요.” 재미도 좋지만 소비자라면 화장품은 내 몸에 바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브랜드 역시 ‘제품력’에서 시작된 K-뷰티의 신뢰를 무너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좋은 소문은 빨리 나지만 나쁜 소문은 더 빨리 퍼지는 법이니까.

Beauty Note
파운데이션에 비디비치 ‘스킨 일루미네이션 생크림 톤업’을 섞어 발라 K-뷰티의 대명사, 유리알처럼 매끈한 광채가 흐르는 글라스 스킨을 연출했다. 눈매는 디올 ‘디올쇼 5꿀뢰르(앰버 펄)’의 베이지 섀도를 넓게 발라 깨끗한 톤으로 정리하고, 볼 중앙과 입술에 모두 나스 ‘더 멀티플(베드 해빗)’을 더해 생기 있는 안색을 연출했다. 마지막으로 보다 과장된 촉촉함을 연출하기 위해 메디큐브 ‘콜라겐 나이트 랩핑 마스크’를 더했다.

온바이소이, 반달의 합, 옥사, 춘포, 모시, 35 153cm.
춘포, 모시 두 가지 원단이 어우러진 세로형 조각보에, 최성미 작가의 손바느질로 둥근 반원 옥사를 매치했다. 두 점이 한 세트로, 나란히 걸면 원이 완성된다.
K-뷰티 롱런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시장이 어려워도 어떻게 잘 걸리면 운 좋게 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근데 2026년부터는 그런 건 없다고 봐요. 제품력은 이미 상향 평준화됐고, 마케팅 효율도 AI로 다 검증돼요. 인플루언서 광고비는 너무 올라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쉽지 않은 구조고요. 항간에는 K-뷰티가 몸값을 다 올려놨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죠. 트릭은 다 까발려졌고, 정면 승부할 수 있는 브랜드만 살아남는 시간이 온 거 같아요.” 최대균 이사는 올해가 K-뷰티의 지속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K-뷰티의 경쟁자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K-컬처를 앞세운 소니픽처스의 미국 애니메이션인 것처럼, K-뷰티의 DNA를 활용한 해외 브랜드의 K-뷰티 만들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조선미녀가 잘되는 건 기분 좋은 뉴스지만, 독일의 ‘예쁘다’, 핀란드의 ‘화랑품’과 같이 유럽에서 K-뷰티를 콘셉트로 한 브랜드가 현지 브랜드처럼 자리 잡는 걸 보면 무서워요. 우리가 ‘라네즈(Laneige)’라는 프랑스어로 브랜드를 시작했지만, 라네즈가 이제는 세포라에서 웬만한 프랑스 브랜드를 잡아먹고 있는 한국 브랜드가 되었잖아요. 이처럼 K-뷰티는 이제 우리의 것만이 아니죠.” 그러니까 올리브영에서 프랑스 발 K-뷰티 브랜드 제품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차여진 대표는 실제로 해외 브랜드에서 한국의 제조사와 자체 생산에 나서고 싶다는 의뢰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한다. “내가 물량도 되고, 유통도 되고, 현지 마케팅도 문제없는데, 굳이 수입할 필요 없이 직접 브랜드 만들고 한국에서 생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뭐 이런 상황인 거죠. 그러면 바로 ‘메이드 인 코리아’잖아요.” 이는 K-뷰티의 매력과 저변이 확대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나와 비슷한 체급의 강력한 경쟁자들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긴장할 필요가 있다.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K-뷰티는 스킨케어 위주에서 다른 카테고리로의 확대, 중저가 위주의 시장에서의 탈피 등 여러 과제도 안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K-뷰티의 헤리티지를 우리가 가지고 와야 해’라고들 해요. K-뷰티는 역사가 짧아 헤리티지가 없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100년, 200년 되어야 가질 수 있는 게 헤리티지일까요? 저는 헤리티지가 ‘우리가 확정하는 순간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이 관건인데, 그건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이제까지 아주 잘 해온 것이죠. 어려운 싸움이 될 거예요.”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의 진리. 한국은 한 번도 어렵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얘기는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원점과 본질로 돌아간다. 2026년 성공을 거두는 K-뷰티는 기획력, 마케팅력, 유통력 이 3박자가 맞는 브랜드일 것이다. “예전에 마케팅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너는 이제부터 주머니에 모래를 가득 넣고, 구멍을 하나 뚫은 다음, 360도로 원을 그리면서 모래를 뿌리는 거야. 그렇게 하면 빈 공간이 없어. 이 원이 모래로 고르게 가득 차겠지. 브랜드는 이렇게 하는 거야.’ 기획, 마케팅, 유통 어느 하나 빈틈 없이 예쁜 원을 만들어야하는 거예요. 우리에게 그 솔루션이 있느냐, 그게 전부죠.” 전 세계의 K 사랑이라는 운이 우리에게 왔고, 아직 다른 나라들은 세상에서 가장 까다롭고 요구 많고 적극적인 소비자만은 보유하지 못했다. K-뷰티가 언젠간 그 기준 또한 올려 놓겠지만 우리의 브랜드들이 이 부분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내 브랜드에 대한 상상은 그대로 방구석에 처박아두기로 했다. 이 향긋하게 피 터지는 전장에 들어서기엔, 한 명의 K-뷰티 소비자로서의 즐거움과 기대감을 포기하기엔 영 아까워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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