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MES MEN 2026 FW 컬렉션
26 FW 에르메스 남성복은 1988년부터 37년 동안 남성복 부문을 이끌어온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니안(Véronique Nichanian)의 마지막 컬렉션이었다. 쇼는 파리 패션위크 기간인 1월 24일, 과거 파리 증권거래소로 사용되던 역사적인 장소인 팔레 브롱니아르(Palais Brongniart)에서 열렸다.
쇼의 오프닝은 레더 코트, 셔츠, 넥타이, 앵클부츠 조합으로 차분하게 시작됐다. 정갈한 아우터와 실키한 감촉의 이너 등 각각의 아이템이 고유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셔킷과 보머를 하이브리드한 듯한 형태의 이너 재킷은 카디건처럼 편안하게 스타일링해 단정한 분위기를 냈고, 단추 대신 지퍼로 여미는 미묘한 변화를 준 스탠드 칼라 셔츠는 클래식한 룩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었다. 양털, 니트, 가죽을 한데 엮은 풀오버 역시 눈에 띄는 아이템이었다. 네크라인에서 어깨를 따라 사선으로 넣은 지퍼가 인상적이었다. 클래식한 핀스트라이프와 체크 패턴은 가죽이나 니트 셋업에 더해졌다. 양털과 스웨이드 소재의 아우터가 컬렉션의 기본값을 이뤘다면, 악어가죽 재킷, 팬츠, 코트는 오직 에르메스가 제안할 수 있는 럭셔리의 끝판왕처럼 보였다. 한편, 액세서리에는 좀 더 유연한 아이디어가 가미된 모습이다. 스웨이드 및 가죽 소재의 대형 트래블 백이 스타일링에 힘을 실었고, 플룸 푸르투(Plume Fourre-Tout) 백과 같은 클래식 아이템에 80년대 붐박스 형태를 적용해 위트를 더했다. 토스칸 카프스킨과 광택 나는 악어 가죽으로 만든 부츠는 남성적인 매력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베로니크 니샤니안은 자신이 추구해온 조용하고 세련된 럭셔리로 마지막 장을 매듭지었다. 실제로 컬렉션의 많은 요소는 그녀가 에르메스에서 쌓아 올린 아카이브를 재해석한 결과였다. 이를테면, 바이커 스타일의 카프스킨 점프슈트는 1991년, 사슴 가죽 아노락 재킷은 2001년, 핀스트라이프 스티치를 넣은 네이비 레더 슈트는 2003년, 양털 안감을 넣은 송아지 가죽 블라우스는 2004년 컬렉션에서 가져온 것으로, ‘평생의 동반자’ 같은 에르메스의 헤리티지와 지속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타임리스한 룩은 에르메스가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어떻게 변치 않으며, 세련된 모습으로 유지되어 왔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블랙 실크 팬츠와 터틀넥에 광택이 나는 블랙 악어가죽 롱코트를 매치한 모델이 무대를 매듭짓고 백스테이지로 들어가자 런웨이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지난 37년 동안 베로니크 니샤니안의 피날레 장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재생됐다.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무려 37년 동안 에르메스 남성복을 지켜온 그녀에게 존경과 애정의 박수를 보냈다.
1년 뒤인 2027년 1월, 에르메스의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인 영국의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Grace Wales Bonner)가 첫 컬렉션이 공개된다. 베로니크 니샤니안은 런웨이 무대에서는 내려왔지만, 에르메스의 핵심 영역인 남성 액세서리와 실크 등 일부 영역에서는 컨설턴트로서 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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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Herm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