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듯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음식을 매개로 설렘을 키워가는 일본 남자와 한국 여자의 이야기.
드라마 <첫입에 반하다>처럼 은근한 아카소 에이지를 서울에서 만났다.

서울에서 만난 아카소 에이지는 조용하고 다정한 인상이었다. 그는 일본의 유명한 장기 프랜차이즈물이자 젊은 배우들의 등용문이 된 <가면 라이더> 시리즈로 얼굴을 알렸고,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를 통해 청춘 스타로 떠올랐다. 같은 소속사의 오구리 슌이나 사카구치 켄타로도 그러하듯이, 아카소 에이지는 작품 이력만으로 성실함을 증명한다. 팬데믹 시기를 포함해 지난 10여 년간 매년 출연작이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2025년 한국에서 두 달 차이를 두고 개봉한 영화 <366일>과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그 이력의 상징적인 은유처럼 보인다. 순정 어린 부드러운 얼굴과 호러 장르물 속에서 이야기를 거드는 얼굴. 이 젊은 배우는 순애보의 이미지로 소진되지 않기 위해 작품의 성격을 적절히 오가며 성장해온 듯하다.
2026년, 아카소 에이지는 <첫입에 반하다>라는 작품 공개를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속재료도, 먹는 방식도 다른 김밥과 오니기리에 빗대 일본 남자와 한국 여자의 서사를 풀어가는 이야기. 아카소 에이지와 강혜원이 출연하는 이 드라마는 1월 12일부터 매주 월요일, TV도쿄 방영과 동시에 넷플릭스로도 전 세계 스트리밍된다. 하필 한파에 서울을 찾은 아카소 에이지는 <더블유>가 마련한 따뜻하고 어두운 세트 속에서 침잠하듯 차분히 존재했다. 그가 입을 열지 않는 한, 요즘 그의 머릿속을 차지하는 큰 주제가 ‘어떻게 하면 설렐 수 있을지’라는 점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카소 에이지와 <첫입에 반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카소 에이지라고 합니다. 기자님 말씀대로, 데뷔 10주년인데 ‘자기 소개’를 하려니 확실히 신선하네요(웃음). 저는 1994년 3월 1일생, 서른 한 살이고 일본인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낫토입니다. 한국 음식 중에서는 삼겹살을 좋아하고요. 드라이브와 골프가 취미예요. 2026년에는 골프로 스코어 100을 깨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온천도 좋아합니다. 쉬는 날에는 차를 타고 조금 먼 온천에 가곤 해요.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 옷을 조금씩 껴입는 재미도 있고, 지내기가 편하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골프 치기 가장 좋은 시기거든요.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입니다. 어쨌든 열심히 하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데뷔 후 처음으로 세 개 작품을 연달아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다섯 개 도시에서 팬미팅 투어를 했어요. 이 두 가지 일 모두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팬미팅이라면 2023년 가을, 한국에서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팬들이 이벤트 마지막에 서프라이즈로 슬로건을 들어 보여주신 광경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에요. 지난 연말 연시에는 끙끙 앓은 채 보냈네요. 12월 31일부터 감기에 걸려서 4일 정도까지 계속 누워 있었어요. 앓는 동안 <해리포터> 전 시리즈를 다 봤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저의 꿈은 <해리포터>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나는 거예요.
드라마 <첫입에 반하다>의 일본 제목은 <김밥과 오니기리>입니다. 일본에서는 금발을 ‘킨파’라고 발음하거든요. 그래서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금발과 오니기리’라고 하는 줄 알고 ‘양아치가 주먹밥을 먹는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웃음). 그만큼 웃음이 나오는 제목이었어요. 누구든 그 제목을 들으면 ‘이게 뭐지?’라는 반응을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바로 이 작품의 매력이기도 해요. 제목만 들어서는 어떤 이야기인지 예상할 수가 없잖아요? 저희 드라마는 큰 좌절을 겪고 꿈을 잃은 일본의 프리터족, ‘타이가’가 꿈을 좇아 일본으로 공부하러 온 ‘린’을 만나 인간적으로 성장해가는 러브 스토리입니다. 작가진으로 이나원이라는 한국 분이 참여해 멋진 필력을 더해주셨는데, 보다 보면 중독될 듯한 설레는 장면들이 있어요. 그 설렘을 여러분도 꼭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타이가는 학창 시절에 좌절을 겪고 꿈도 잃은 인물이에요. 자기 인생은 거의 끝났다고 느낄 정도의 마음이랄까, 모든 일에 체념이라는 감정이 먼저 앞서는 캐릭터입니다. 안쓰럽다고요? 그렇네요. 화내거나, 분해하거나, 슬퍼해야 할 순간에도 그저 웃으면서 포기해버리는 타이가의 이면을 헤아리면 저도 상당히 애잔하다고 생각해요. 저와 타이가의 닮은 점은 거의 없어요. 저는 큰 좌절을 겪은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오랫동안 연기에 푹 빠진 채 몰두해왔거든요. 굳이 닮은 점을 찾자면, 다정하다는 점일까요(웃음). 저도 물론 아르바이트를 해봤어요. 케이크 가게 아르바이트 때는 케이크를 정말 자주 먹었습니다. 배우 일을 시작한 후에는 밤부터 아침까지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했고요. 오디션이 잡혀도 서로 시간이 겹치지 않아 좋았죠. 야간 근무가 시급도 더 세고요!

린 역할을 맡은 한국 배우 강혜원 씨는 일본어를 정말 잘합니다. 물론 열심히 공부했을 거예요. 그 덕분에 작업하는 동안 의사소통이 수월했습니다. 현장에서 연기할 때 외에는 거의 장난을 치며 보냈어요. 저희 사이가 좋아야 화면을 통해서도 그 점이 전해지지 않을까 해서, 최대한 즐겁게 지내자고 마음 먹은 거죠. 혜원 씨에겐 쿨한 인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굉장히 재밌고 엉뚱한 친구더라고요. 뭐,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제가 더 엉뚱하게 굴면서 장난을 많이 쳤기 때문에 혹시나 민폐를 끼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웃음).
이 드라마를 여름 동안 촬영했어요. 일본의 여름은 말도 안 되게 덥거든요. 혜원씨와 한국팀도 일본 더위에 놀라더라고요. 여름에 겨울 장면을 찍는 건 정말 지옥이었습니다. 니트에 코트나 다운 패딩을 입고, 땀을 흘리면 안 된다는 주문까지 받기도 했으니까요. 몸 곳곳에 얼음을 껴보기도 하면서, 최대한 시원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참고로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에어컨도 꺼야 했어요! 소음이 섞이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사랑에서 ‘설렘’이라는 감정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렘 외에 중요한 것은 서로의 이상을 강요하지 않고, 절도를 지키며 지내는 것이겠죠. 서로 타협점을 찾아가며 시간을 보내고, 서로에 대한 리스펙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네, 저희 드라마 1화에서 타이가가 린에게 ‘신메뉴를 한국식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며 조언을 구하는 장면이 있죠. 저는 타이가처럼 무리하게 만날 이유를 만들어내기보다는 그냥 ‘만나고 싶다’고 말해버리는 사람입니다. 스트레이트한 타입이에요. 제 골격도 스트레이트형이 아닐까 싶네요(웃음).
작년에 개봉한 영화 <366일>에서 ‘미나토’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후 사랑하는 여자에게 이별을 고하죠. 제가 실제 그런 상황이라면 상대에게 도와달라고 말할 거예요. 홀로 병과 싸우는 건 힘든 일이고, 저는 미나토처럼 강한 인간이 아니거든요. 러브 스토리란, 무엇보다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영상도, 대사도, 조명도, 어느 하나를 잘라내어 보아도 아름다운 것이 러브 스토리의 매력 아닐까 해요. <첫입에 반하다>에 대해서도 스포일러 없이 말씀드리자면,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였다는 인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김밥과 오니기리, 그리고 이에케 라멘
제가 1월 7일 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때 ‘김밥은 재료와 밥의 비율이 7 대 3 정도인데, 오니기리는 1 대 9 정도’라고 했죠. 그 대목에서 웃음이 나오셨다니 다행입니다. 좋아하는 맛의 오니기리라면… 매실이 속재료로 든 거요. 제가 매실절임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아, 김밥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어보라고요? 그렇게 먹는 방법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을 것 같아요. 저는 요리하는 걸 싫어하진 않아요. 다만 설거지를 싫어할 뿐입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매일 열심히 요리 교실에 다녔어요. 칼질에는 자신 있습니다. 요리 교실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드라마 크랭크인 전까지 일주일에 서너 번은 김밥을 만들어 먹었어요. 그러니 참 많이 먹기도 했고, 이제 저의 가장 자신 있는 요리 메뉴가 김밥이에요. 언젠가는 직접 만든 김밥 사진을 SNS에 올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꼭 팔로우해주세요(웃음).
저의 소울 푸드는 ‘이에케 라멘’입니다. 아주 진한 라멘인데요. 거기에 마늘을 듬뿍 넣어 먹으면 맛도 좋고, 기운도 납니다. 한국에서는 먹어본 분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일본에 가신다면 꼭 이에케 라멘을 드셔보세요. 가게 간판 이름 끝에 ‘家(이에)’자가 붙어있다면 그 라멘이 있는 곳입니다. 잘못하면 너무 짜서 다 못 드실 수도 있으니, 맛의 진하기는 ‘보통’으로 고르시는 게 좋겠어요.

설레는 인생을 위해
제 출연작 중에 몇 편을 골라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선 <가면 라이더 빌드>가 있습니다. 1년에 걸쳐 촬영한 작품으로, 저의 첫 번째 대표작이기도 합니다.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 사가 될 수 있대>는 제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된 소중한 작품입니다. <이쪽을 봐줘 무카이 군>은 현대 연애에 관한 고민을 코믹하게 그린 드라마로, 한국 분들도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첫입에 반하다> 전, 저의 가장 최근작은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라는 공포 영화입니다. 지난 여름에 한국에서도 개봉했어요! 제가 타이가의 나이였던 20대 후반을 떠올리면,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로 주목받게 된 시기였네요.
돌이켜 보면 저는 그 작품을 계기로 배우로서 좀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 작품을 하면서 비로소 저를 칭찬해줄 수 있었거든요. 드라마의 극장판인 〈체리마호: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도 찍었죠. 거기에 넷플릭스 영화 <좀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히루> 등을 촬영하면서 몰아치는 듯한 속도감의 날들을 보냈습니다. 아주 힘들기도 했지만, 그 스물 일고여덟 시절에 얻은 것들은 이루말할 수 없이 큽니다. 수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어요. 데뷔 초와 비교하면 이제 제가 맡는 역할의 무게도 다르고, 단순하게는 대사 양도 달라졌죠. 그래서 배우로서 고민하는 지점도 신인 때와는 전혀 달라요. 제가 맡은 어떤 역할을 살아간다는 감각은 예전에 더 강했어요. 지금은 표현한다는 의식이 더 강합니다. 힘든 점이라면 역시, 대사 암기죠. 대사를 외울 때면 학창 시절처럼 공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 사라지질 않네요(웃음).

배우라는 직업의 재미는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지 서로 이야기하고, 연기하면서 상상을 뛰어넘는 순간과 마주했을 때 ‘배우 하길 잘했다’고 느낍니다. 배우 생활을 하며 얻은 교훈은 ‘즐겁게 지내는 것의 중요함’입니다. 감정을 다루는 일이니 물론 지치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일하는 현장인 만큼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 없이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즐겁게 지내는 일이었습니다. 마음속 불씨가 꺼져 있는 상태에서는 뭘 해도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저는 마음의 불이 다시 붙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합니다. 즉, 잠을 잔다는 거죠. 혹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아무리 힘든 나날을 보내는 중이어도, 수면 시간이 부족해도, 꼭 욕조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요즘의 화두라면 스스로에게 질리지 않도록 신경쓰고 싶다는 거예요. 저는 곧잘 싫증을 내는 편이라서요. 조금이라도 설레지 않으면 모든 게 버거워지기 시작하죠. 일을 할 때나 사적인 자리에서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설레요. 사소한 무엇이어도 괜찮아요. 늘 다니던 길 대신 또 다른 길을 이용해보는 식으로요. 연애요? 연애라는 게 설레는 건가요?(웃음) 저는 솔직히 그 감각을 잘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희 드라마를 만들면서 지구본 모양의 놀이기구를 끌어당겨 키스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는 설렜습니다. 어떻게 하면 또 설렐 수 있을까, 그 방법을 계속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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