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DA MEN 2026 FW 컬렉션
26 FW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프라다는 극도의 슬림핏을 선보였다. 다른 컬렉션들이 파워 드레싱이나 과장된 볼륨으로 맥시멀리즘을 강조할 때, 프라다는 어깨와 엉덩이의 볼륨을 과감히 지운 스트레이트 실루엣을 제시했다.
쇼가 열린 프라다 재단의 데포지토(Deposito of Fondazione Prada)는 네덜란드 건축 스튜디오 OMA의 손을 거쳐 어느 이탈리아 낡은 성의 폐허처럼 재구성됐다. 은은한 파스텔컬러로 채색된 벽면에는 문, 나무 몰딩, 대리석 벽난로의 흔적을 남겨 오랜 시간의 켜를 드러내는 무대가 되었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전과 후(BEFORE AND NEXT)’를 테마로, 과거의 잔해 위에 새로운 혁신을 쌓는 접근을 시도했다. 라프 시몬스는 이를 마치 ‘고고학자’와 같은 과정이었다고 표현했다.
아일랜드 포스트 펑크 밴드 버진 프룬스(Virgin Prunes)와 미국 일렉트로닉 펑크 듀오 수이사이드(Suicide)의 으르렁거리는 듯 거친 사운드의 BGM이 시작부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덤덤한 표정과 구부정한 자세로 런웨이에 등장한 모델들은 슬림한 스트레이트 라인의 튜뷸러 코트를 입고 있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코트의 소매 밖으로 무심히 접어 올린 커다란 셔츠 커프스가 단번에 시선을 끌었다. 클래식 자수와 커프스 버튼이 달린 커다란 소매에는 때가 탄 흔적과 커피 얼룩처럼 보이는 오염이 남아 있었고, 대담하게 칼라를 제거하고 여밈을 등 쪽으로 바꿔버린 셔츠에는 접힌 자국과 구김이 그대로 드러났다. 트렌치코트 위에 짧은 유틸리티 케이프를 겹쳐 입히고, 어깨 부분에 납작하게 눌린 버킷 햇을 붙이는 파격도 등장했다. 셔츠 커프스의 오염처럼 ‘낡음의 미학’은 컬렉션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뉴스보이 캡, 트렌치코트, 트레일 부츠 끈과 가방까지 거뭇한 흔적이 번져 있었다. 니트 풀오버는 네크라인이 늘어진 듯 깊게 파인 험블한 형태로 제시되었고, 브라운 톤의 점퍼와 코트에는 구겨진 텍스처가 강조됐다. 맥코트와 점퍼는 칼라와 햄 라인, 스티치 가장자리에 산화된 듯한 마감으로 안감의 트위드가 드러나도록 설계됐다. 프린트 역시 과거의 파편을 콜라주했다. 후반부에 나온 셔츠의 현란한 프린트는 16세기의 델프트(Delft) 타일, 풍경화, 이집트와 그리스 유물의 파편 이미지를 레이어드한 것. 프라다는 이처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것들에 미묘한 트위스트를 더하며 더블 버튼 코트 같은 전형적 아이템조차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컬러는 미니멀한 실루엣에 생기를 더하는 요소였다. 블랙, 그레이, 베이지, 네이비의 바탕 위에 올드 로즈, 딥 퍼플, 아니스 그린, 모브 같은 생생한 컬러가 스며들었다. 특히 레드와 그린은 ‘프라다식 컬러’라 부를 만한 독자적 농도를 유지했다. 오렌지, 블루, 옐로 등 컬러풀한 운동화 끈으로 포인트를 준 트레일 부츠는 유스 컬처를 하이패션에 접목했던 라프 시몬스의 90년대 컬렉션을 떠올리게 해 흥미를 더했다.
이처럼 프라다는 오랜 시간의 흔적을 품은 컬렉션을 통해 급변하는 유행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가치를 탐색했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관객 각자가 나름의 해석을 하기를 원했겠지만, 오염되고 낡고 구겨진 ‘의도된 불완전함’은 인공지능이나 기계적인 완벽함보다는 인간의 손길과 삶의 과정이 묻어나는 아름다움이 더 가치 있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보게 되는 명작처럼, 프라다의 컬렉션은 매 시즌 기대를 안고 마주해도 좀처럼 실망을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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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Pra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