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NY
분주한 도심 속 소음, 온갖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 예상치 못한 일이 수시로 발생하는 메트로폴리탄 뉴욕의 면면을 사랑에 빠지게 만든 샤넬의 2026 공방 컬렉션.

지난 10월, 뉴욕 맨해튼의 지하철역 앞에서 목격된 마거릿 퀄리(Margaret Qualley)와 에이셉 라키(A$AP Rocky)의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티저 촬영 현장. 현장에서 찍힌 몇 장의 사진만으로 올해 공방 컬렉션을 향한 기대가 전 세계로 순식간에 번져 나갔다. 이번 쇼는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선보이는 첫 번째 공방 컬렉션이기에, 그 관심은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것. 현재 가장 각광받는 디자이너인 그는, 올해 공방 컬렉션의 무대로 뉴욕 지하철을 선택했다. 끝없이 움직이고, 서로 다른 존재가 스치며, 결코 머무르지 않는 공간. 뉴욕의 지하철은 도시의 축소판이자 패션의 은유기도 하다. 그는 이 공간에 대해 “뉴욕 지하철은 모두의 것입니다. 학생부터 혁신가, 예술가, 정치인까지 누구나 이용하죠. 신비롭고도 멋진 만남이 가득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충돌하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차려입은 사람들이 각자의 갈 길로 향하는 곳이에요. 영화 속 이야기처럼, 그들은 각자의 이야기 속 주인공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뉴욕의 지하철은 샤넬의 새로운 ‘서브웨이 컬처’가 펼쳐질 무대로 변모했다. 마티유 블라지가 뉴욕을 쇼 장소로 선정한 데에는 가브리엘 샤넬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1931년, 그녀가 할리우드를 오가는 길에 머문 뉴욕에서 느낀 감정을 이번 컬렉션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 그 시기 샤넬은 자신의 스타일을 자유롭고 생기 넘치게 드러내는 뉴요커들을 보며 이 도시 속 패션 브랜드들이 어떠한 매력을 가져야 하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당시의 경험은 그녀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고, 이번 컬렉션은 그 기억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번 쇼는 지금은 폐쇄된 바워리(Bowery)역에서 열렸다. 공간의 제한성을 우려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프닝 모델이 걸어 나왔고, 그와 동시에 실제 MTA 열차가 빠른 속도로 플랫폼에 들어섰다. 지하철 문이 열리며, 마치 플랫폼이 폐쇄되기 전의 활기를 되찾은 듯 모델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쇼는 선형의 시간 흐름을 따르지 않고, 1920년대 아르데코의 화려한 룩부터 2020년대 실크 라운지 룩까지 유영하듯 넘나들며 시대와 인물, 현실과 상상을 교차하는 서사를 쌓아갔다. 사교계 인사와 슈퍼히어로, 10대 아이부터 노인, 비즈니스 여성과 쇼걸, 마지막으로 코코 샤넬 그녀까지. 플랫폼 위에서 다양한 캐릭터의 개성이 담긴 이야기가 풍성하게 펼쳐졌다.
룩을 구성하는 피스들은 하우스를 대표하는 Le19M 공방 장인들의 손끝에서 제작되었다. 자수, 트위드 공방 르사주(Lesage)에서 특별 제작한 슬럽 텍스처의 레오퍼드 트위드 셋업은 도심 속 권위 있는 여성을 연상시키며, 아르데코 스타일의 자수 기법으로 완성된 빌딩 모티프를 겹겹이 쌓아 제작한 스커트는 화려한 뉴욕의 빌딩 숲을 떠올리게 했다. 깃털과 플라워 공방인 르마리에(Lemarié)는 아르데코풍 드레스에 깃털 프린지 디테일을 추가해 유려한 형태 속에서 공방의 기술력을 드러냈고, 꽃잎 하나하나를 핸드 페인팅 기법으로 완성한 레오퍼드 튤립 스커트는 단연 이번 쇼에서 가장 인상적인 피스로 남을 만큼 공방의 집요한 정성과 미감이 도드라졌다. 각 공방들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뉴욕이라는 도시를 구성하는 인물과 풍경을 시각화하는 경이로운 솜씨를 펼쳤다. 자수 공방 몽텍스(Montex)가 구현한 1930년대 바이어스 컷 슬립 드레스 위에 새긴 물고기 자수는 반짝이는 비늘이 겹겹이 쌓여 독특한 긴장감을 야기했고, 자수로 만든 무당벌레 디테일의 화이트 셋업은 장난기 가득한 포인트로 보는 즐거움을 전했다. 룩 못지않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액세서리 역시 관전 포인트다. 헤어피스와 모자, 백, 슈즈까지 독특하고 유쾌한 재미를 담은 아이템들이 눈에 띄었는데, 모자 공방인 메종 미셸(Maison Michel)이 만든 레오퍼드 패턴 헤드피스와 치타 모티프의 모자는 도심 속 정글 같은 뉴욕의 이미지와 절묘하게 어우러졌고, 레트로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발 형상의 헤드피스 또한 눈에 띄었다. 금세공 공방 구센 (Goossens)도 빠질 수 없다. 생기를 머금은 아르데코풍 벌새 장식과 정교한 강아지 브로치, 사과와 너츠 모양의 미노디에르를 선보였는데, 흔한 오브제를 장난스럽고도 고급스러운 방식으로 재해석해 도시의 팝한 감성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슈즈 공방 마사로(Massaro)의 수작업으로 완성된 슬링백은 컬렉션 룩을 더할 나위 없이 단단하게 받쳐주었다. Le19M 공방 장인들의 탁월한 노하우와 뉴욕의 에너지가 맞물리는 순간, 유쾌하면서도 실용적인, 엉뚱하면서도 합리적인 새로운 샤넬의 하이 스타일이 탄생했다. 도심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 거칠고 화려한 현실, 매 모퉁이마다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모르는 상황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영화 같은 컬렉션의 막을 내렸다.
“이 컬렉션은 다층적이지만 쉽게 이해되고 즐거움을 줍니다. 쇼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며, 그 인물들을 매우 뚜렷하고, 대중적으로 표현하려 했어요. Le19M 공방들의 뛰어난 장인 정신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죠. 그들의 경이로운 기술력 덕에 개성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마티유 블라지가 그려낸 지하철 속 샤넬에는 모든 인간사가 담겨 있다. 그곳에서 패션은 다시금 이야기 서사의 중심이 되고, 공방의 정교한 기술력은 상상을 물리적 실체로 구현한다. 그의 첫 공방 컬렉션은 생기가 넘쳤고, 가브리엘 샤넬이 보았던 뉴욕의 자유로움과 에너지를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려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한 찬사로 이어졌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던 2026 공방 컬렉션을 보고 나니, 그의 다음 행선지가 더욱 궁금해졌다.

“이 컬렉션은 다층적이지만 쉽게 이해되고 즐거움을 줍니다. 쇼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 인물들을 매우 뚜렷하고, 대중으로 표현하려 했어요. Le19M 공방들의 뛰어난 장인 정신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죠. 그들의 경이로운 기술력 덕에 개성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