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립우가 말하는 꿈에는 조급함이 없다

최진우

<보이즈 2 플래닛>이라는 경쟁의 무대에서 내려온 뒤, 최립우는 다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데뷔는 또 다른 시작이고, 빛은 도착지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믿는다. 그가 말하는 꿈에는 조급함이 없다.

톱은 렉토, 겹쳐 입은 터틀넥은 세퍼, 팬츠는 나타샤 진코, 모자는 마린 세르, 부츠는 발렌시아가 제품.

첫 싱글 앨범 <Sweet Dream>을 12월 3일 발매했죠. 인터뷰 날짜를 기준으로 딱 5일 지났어요. 데뷔 후 지난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갔나요?
최립우 계속 음악 방송을 돌았어요. 방송 준비하면서 안무 레슨도 병행하고, 팬 미팅도 했고요. 정말 정신없이 흘러간 한 주였어요.

아직은 모든 게 막연할 시기 같아요. 앨범이 나왔다는 게 실감이 나요?
무대에 오르면서 점점 실감해요. 방송국에 가면 TV로만 보던 분들을 실제로 만나잖아요. 그게 아직도 신기해요. 한번은 사전 녹화를 마치고 이동하는데 제 앞에 익숙한 얼굴이 있는 거예요. 알고 보니까 엔믹스 릴리 선배님이더라고요. 진짜 연예인을 본 느낌이었어요.

연예인이 된 뒤에 연예인을 보면 어떤 기분이에요?
아직은 좀 부끄러워요. 데뷔한 지 이제 5일 차니까요. 선배님들을 만날 때마다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연습생 같은 기분이 더 커요.

시퀸 소재의 점퍼는 아쉬시, 턱시도 칼라 디테일의 셔츠는 메종 마르지엘라, 타이와 벨트는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데님 팬츠는 디올 제품.
시퀸 소재의 점퍼는 아쉬시, 턱시도 칼라 디테일의 셔츠는 메종 마르지엘라, 타이와 벨트는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데님 팬츠는 디올 제품.

다섯 남매 중 넷째, 누나가 셋인 집에서 자랐다고 들었어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맡은 역할이 있었나요?
제가 I 성향이고, 누나들도 다 I라서 생각보다 집안이 조용했어요. 다만 넷째다 보니 심부름을 자주 했어요. 어머니가 밥을 준비하시면 저는 집 옆 편의점에 가서 음료를 사 오는 역할이었죠. 편의점에 도착하면 누나들한테 전화해서 뭐 마실 건지 하나씩 물어보고, 그대로 골라 담아 오곤 했어요.

그런 환경에서 자라며 생긴 장점도 있을 것 같아요.
양보하는 습관요. 위로는 누나들이 있고, 아래로는 동생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양보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딱히 욕심을 내는 성격도 아닌 것 같아요. 둘째 누나가 옷을 크게 입었거든요. 그 옷을 제가 많이 물려받기도 했어요. 남매가 다섯이다 보니 집에서는 다같이 아끼는 게 기본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조용하지만 사람으로 북적이던 집에서 자랐는데, 지금은 혼자있는 시간이 훨씬 많겠어요.
오히려 혼자가 좋아요. 가족이랑 보낼 때와 달리 이제는 주변에 낯선 사람들이 더 많잖아요. 그런 환경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하게 느껴져요.

숙소에서 뭘 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껴요?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폰 보기 딱 좋은 자세가 있어요. 요즘처럼 추울 때는 방 보일러를 따뜻하게 틀어놓고, 편한 옷 입고 뒹굴거리면서 폰을 만지작거려요. 친구들이나 가족이랑 연락도 하고, 가끔은 쇼츠도 보고요. 이런 시간이 생각보다 정말 귀해요.

안에 입은 터틀넥은 MM6 메종 마르지엘라, 줄무늬 셔츠와 골드 컬러의 스퀘어 벨트, 벨벳 팬츠는 타일레, 가죽 아우터는 렉토 제품. 실크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케줄이 끝나고 숙소에 들어오면 보통 몇 시쯤 되나요?
날마다 달라요. 새벽까지 레슨을 받을 때도 있고요. 음악 방송이 있는 날이면 전날 밤 늦게 녹화를 끝내고 들어왔다가 다시 새벽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새벽 2시 넘어 들어와도 다음날 스케줄이 늦은 시간에 잡혀 있으면 그나마 숨을 돌려요.

새벽 2시에 들어와 씻고 정리하면 3시잖아요. 그럼 여유가 거의 없을 텐데요.
저는 그때 배달 음식을 시켜요(웃음). 아침부터 계속 움직이다 보면 제대로 밥을 못 먹을 때가 많거든요. 활동 중에는 이상하게 잘 안 먹게 돼요.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긴장한 상태면 밥이 잘 안 넘어가요. 숙소에 돌아오면 그제야 긴장이 풀리면서 배가 고프더라고요.

주로 어떤 걸 시켜 먹어요?
파스타나 볶음밥 같은 거요. 며칠 전엔 방송 마치고 숙소에 와서 급히 배달을 시켜놓고 그대로 잠들었어요. 다음 날 아침에 문을 열었는데 새우볶음밥 두 개가 놓여 있더라고요. ‘이게 뭐지?’ 싶었는데, 제가 새벽에 시킨 거였어요. 시켰다는 기억조차 없었던 거죠. 결국 그대로 냉장고에 넣었어요. 지금도 그대로 있어요. 웃기죠?(웃음)

Mnet <보이즈 2 플래닛>에서 최종 10위를 기록했죠. 데뷔조에 들지 못했을 때는 마음이 복잡했을 것 같아요.
사실 방송 초반부터 쉽지 않았어요. 저는 낯을 가리는 편인데, 수많은 연습생이 합숙해야 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도 생기고, 점점 적응해갔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재미를 느끼기도 했고요. 그런데 10위로 떨어지고 나니까… 공허하더라고요. 허전했고, ‘이제 나는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기엔 나이도 애매하잖아요. 한국에서 대학교에 갈 생각까지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데뷔하게 된 게 아직도 신기해요.

한국에서 대학교 진학을 생각했었다고요? 어떤 전공을 생각했어요?
중앙대학교 사진과요.

입학하기 쉽지 않은 곳이네요.
맞아요. 저도 나중에 들었는데, 외국인은 언어 테스트도 따로 통과해야 한다더라고요. 제가 학창 시절에 사진 찍는 걸 좋아했어요. 예전에 한국어 선생님께 “한국에 사진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있나요?”라고 여쭤봤는데, 중앙대 사진과가 유명하다고 알려주셨어요. 그때부터 제 목표이자 로망이 됐죠.

톱은 렉토, 겹쳐 입은 터틀넥은 세퍼, 모자는 마린 세르 제품.

<보이즈 2 플래닛> 1화를 보면 각 소속사에서 온 80명이 한 공간에 모여 있잖아요. 그 풍경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아, 첫 무대만 하고 집에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그만큼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연습할 때도 제 부족한 점만 계속 보였고요. 그런데 저는 이런 시선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부족한 걸 알아야 고칠 수 있으니까요.

<보이즈 2 플래닛>이 끝나자마자 바로 유튜브 ‘동네스타K’ 출연, 매거진 촬영 등 스케줄이 이어졌죠. ‘이제 연습생이 아니구나’ 실감했나요?
이렇게까지 바쁠 줄은 몰랐어요. 방송이 끝나면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보이즈 2 플래닛> 종영하고 불과 사흘 뒤에 바로 ‘동네스타K’ 촬영을 했고, 그다음엔 화보 촬영을 했죠. 그러다 어느 날 회사에서 ‘앨범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아, 이제 연습생이 아니구나.’

‘나, 연예인이 된 건가?’ 하고 생각이 들었던 순간도 있을까요?
제 앨범에 들어갈 첫 데모를 받았을 때요. ‘이 노래를 내 목소리로 부르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와닿기 시작했어요. 시기로 따지면 아마 9월이나 10월쯤이었을 거예요.

프로그램이 끝난 뒤, 비공개였던 인스타그램 계정을 다시 열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죠. 그때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나요?
방송이 끝나고 팬들이 ‘이제 어떡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 아니야?’ 하고 많이 걱정했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이라도 빨리 열어서 다시 얼굴을 비춰야겠다고 생각했죠. 회사와 상의해서 계정을 다시 열었어요. 그때는 팔로워가 300명 정도였는데, 점점 늘더니 이제는 37만 명이 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 내린 판단은 잘한 것 같아요.

톱은 렉토, 겹쳐 입은 터틀넥은 세퍼, 팬츠는 나타샤 진코, 모자는 마린 세르, 부츠는 발렌시아가 제품.

이제는 ‘연습생’이 아니라, ‘솔로 가수’ 최립우의 첫 싱글 앨범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스위트’와 ‘드림’ 두 감정을 담은 앨범인데, 둘 중 어느 쪽이 요즘 립우 씨와 더 가까워요?
‘드림’에 가까워요. 이제 막 시작했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으니까요. 지금은 출발선에 서 있는 기분이에요.

녹음실에서 타이틀곡 ‘유유유(UxYOUxU)’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른 날은 어땠어요?
공식 녹음이 처음이라 긴장해서 평소보다 목소리가 잘 안 나왔어요. 다행히 보컬 선생님이 옆에서 “괜찮아, 다시 한번 가보자”고 계속 이끌어주셨어요. 그렇게 조금씩 감을 찾았죠. 녹음이 끝나고 제가 부른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을 때는 신기했어요. 처음 받았던 데모랑은 또 다른 느낌이라 ‘괜찮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이 노래가 12월 3일에 공개된다는 사실도 얼떨떨했고요. 설렘과 걱정이 반반 섞인 복잡한 마음이었어요.

이번 앨범에 숨겨진 깨알 디테일이 있을까요?
이번 앨범 자체가 팬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에요. 가사도 팬들께 하고 싶은 말을 중심으로 썼고요. 하나 꼽자면, 뮤직비디오 촬영 때 일부러 카메라를 바라보며 노래하는 장면을 많이 담았어요. 팬들을 실제로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녹음할 때도 평소보다 톤을 조금 높이고, 미소를 지으며 불렀어요. 최대한 달콤하게 들렸으면 했어요.

<보이즈 2 플래닛> 무대와 이번 타이틀곡 ‘UxYOUxU’ 무대를 비교하자면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요?
무대를 대하는 제 마음이요. <보이즈 2 플래닛>때는 아무래도 경쟁하는 환경이다 보니 즐긴다기보다는 부담을 안고 무대에 서는 느낌이 컸어요. 지금은 온전히 제 무대라서 그런지 마음이 훨씬 편해요. 팬들의 눈을 보면서 노래할 수 있을 만큼요.

니트 톱은 언유즈드, 안에 입은 민소매 티셔츠는 코스, 아이보리 니트 모자는 CA4RA, 옷핀 디테일의 브로치는 아크네 스튜디오 제품.

12월 국내 팬 미팅 4회 차, 그리고 2026년 1월 타이베이 팬 미팅까지 전석 매진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떤 감정이 들던가요?
압박감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어요. 활동 기간이 겹쳐서 데뷔 무대와 팬 미팅 준비를 동시에 해야 했거든요. 솔직히 부담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음악 방송에서는 타이틀곡 한 곡만 보여주지만, 팬 미팅에서는 훨씬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제 앨범 수록곡뿐 아니라 커버곡도 준비했어요. 로제 선배님의 ‘Toxic Till The End’랑 영화 〈상견니〉 OST도 부르기로 했는데, 모두 제가 먼저 제안한 곡들이에요.

이번 활동이 마무리됐을 때, 스스로에게 “이건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은 지점이 있다면요. 차트나 숫자 말고, 립우 씨만의 기준이 궁금해요.
<보이즈 2 플래닛> 때부터 열심히 달려왔어요. 외부 평가가 혹독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무대에 대한 부담도 컸어요. 그 시간을 끝까지 버텨온 나에게 “수고했다, 잘 해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순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앨범도 낼 수 있으니까요. 한국에서 이 악물고 버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앞으로도 한동안은 ‘<보이즈 2 플래닛>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겠죠. 최립우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꼭 다른 수식어가 필요할까요? <보이즈 2 플래닛>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고, 그만큼 큰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계속 따라다녀도 저는 괜찮아요. 굳이 하나를 말하자면… ‘계속 빛나려고 노력하는 최립우’ 정도면 충분해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지금 이 순간에도 이미 빛이 나는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최립우의 아주 사소한 TMI 세 가지만 알려주세요.
팬들도 그렇고, 저도 I 성향이에요. 커피를 못 마셔서 말차라테를 마셔요. 그리고 아직 제 혈액형을 몰라요(웃음). 그래서 나무위키나 프로필에도 혈액형 칸이 비어 있어요.

포토그래퍼
장정우
박한빛누리
스타일리스트
박성배
헤어&메이크업
장해인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