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불안한 사람들
누군가와 대화하지 않으면 허전하고, 집에 혼자 있을 땐 TV나 영상을 켜둬야만 마음이 편안한가요? 어쩌면 우리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에 미숙한 걸지도 모릅니다.
조용한 적막을 견디지 못한다

가끔은 혼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아무 소리도 없는 적막함을 못견뎌 하는 이들이 많죠. 사실 이런 감정은 단순한 심심함이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일 수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아무 자극 없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상당한 스트레스로 인식했거든요(2014, Science). 심지어 일부 참가자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 보다, 가벼운 전기 자극을 받는 쪽을 선택했을 정도죠. 이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고요함’을 회복의 시간으로 느끼지 못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감정이 편치 못하니 우리 몸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결국 혼자 있어도 온전한 휴식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음악, 영상 등 미디어의 자극에 중독되었다

휴식 시간마다 휴대폰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면, 미디어의 자극에 중독된 걸지도 모릅니다. 나 자신과 보내는 오롯한 시간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의미와도 같죠. 휴대폰을 보는 게 곧 휴식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화면을 보며 쉬고 있다고 느낄지라도, 뇌는 정보를 처리하고 반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거든요. 분명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는데도 피로가 남는 이유는, 실제로 몸이 쉬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혼자 있으면 밀려오는 감정이 벅차다

혼자 있는 시간을 소모적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잊었던 사소한 감정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약속을 만들거나, 다른 자극을 찾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문제라기보다, 평소 감정을 정리할 여유가 부족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내 머릿속을 채운 생각을 인정하고, 직시하고, 정리하는 과정이죠. 실제 외부 자극을 줄이고 내적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은 자율신경계 안정과 회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Tang et al., 2009, PNAS). 처음엔 불편하고 어색해도,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는 경험 자체가 회복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 천천히 익숙해지세요

나와 마주한 시간을 잘 견디기 위해 갑자기 모든 자극을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방법은 실패하기 쉽거든요. 대신, 자극의 ‘강도’를 낮추는 것부터 시작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알림을 끈 채 음악만 틀어두거나, 화면 없는 소리를 선택하는 것처럼요. 그다음으로 5분, 10분씩, 아무 자극도 찾지 않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휴대폰도 영상도, 음악도 필요 없습니다. 눈을 감고 명상하거나, 노트를 펼쳐 생각을 적어보거나, 산책하고, 멍을 때리는 것도 모두 좋은 방법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견딘다는 것은, 잘 쉴 줄 안다는 것과 같습니다. 혼자서도 충분한 휴식의 시간을 누려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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