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내다보는 하이 주얼리 브랜드, 펜 마네(Pen Mané)

진정아

프랑스에서 홍콩으로

올해 3월 론칭한 홍콩 기반의 하이 주얼리 브랜드 ‘펜 마네(Pen Mané)’. 패션업계에서 쌓은 단단한 커리어를 발판 삼아 기존의 하이 주얼리와는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는 공동 설립자 캘빈 왕과 빈센트 라핀이 서울을 찾았다. 그들이 들려주는 ‘주얼리 홈’ 펜 마네 이야기.

‘펜 마네 (Pen Mané)’라는 이름이 흥미롭다. 무슨 뜻인가?
빈센트 라핀 펜 마네는 프랑스에 있는 우리 가족의 별장 이름이다. 브르타뉴 현지 방언으로 ‘지평선을 내려다보는’이라는 뜻인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끝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이를 ‘현재에서 영감을 받아 미래를 내다보는’으로 재해석해 브랜드 이름으로 정했다. 또한 별장이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마치 비밀의 정원 같은데, 시간이 멈춘 듯 세상과 분리된, 온전히 자유로워지는 공간이다. 이런 익명성이야말로 오늘날의 진정한 럭셔리라고 생각하는데, 그곳의 좋은 기운을 고객과 공유하고 싶어 펜 마네라는 이름을 택했다.

프랑스 해안에서 유래한 이름이지만 펜 마네는 홍콩에 기반을 두고 있다. 둘은 어떻게 이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나?
캘빈 왕 나는 미국에서 태어난 대만인이다. 15년 전, 일 때문에 홍콩으로 오게 되었고 럭셔리 패션 리테일 분야, 잡지 등 미디어 업계에서 일했다. 빈센트는 파리 출신인데, 홍콩에 온 지는 20년이 되었고, 줄곧 주얼리 업계에서 일해 자연스럽게 접점이 생겼다.
빈센트 라핀 홍콩은 주얼리에 대단히 개방적인 도시다. 홍콩에는 여성들이 본인의 스타일에 맞춰 동네의 작은 주얼리 숍에서 자신만의 주얼리를 맞추는 문화가 있다. 이처럼 홍콩은 주얼리를 착용하는 데 남다른 애정과 깊은 관심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골드 파인 주얼리 컬렉션.

서울에 대한 인상은?
캘빈 왕 서울은 매우 활기차고, 뜨거운 에너지를 품은 도시 같다. 이곳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고, 언제나 친구들과 함께였다. 이방인을 따뜻하게 환대해주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빈센트 라핀 18년 전쯤부터 업무차 서울을 방문해왔는데, 그사이 도시가 정말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특히 한국의 젊은 세대는 단순히 여러 언어를 구하는 걸 넘어, 국제적 감각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펜 마네의 디자인 핵심은 무엇인가?
빈센트 라핀 우선 나는 디자인할 때 스스로를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케치에 앞서 스토리가 컬렉션의 가장 중요한 방향을 잡아준다. 그 외에 외적으로 보이는 상징적 포인트라면, 은이 산화하면서 생기는 파티나(Patina, 표면의 녹)와 크랙이다. 사실 파티나는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다. 한 고객이 주얼리가 자연스럽게 산화되도록 둬도 괜찮은지 물은 적이 있는데, 자체적으로 테스트해보면서 마치 지문처럼 생기는 파티나가 주얼리를 더욱 특별하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어 디자인 포인트로 발전시켰다. 때론 불완전함이 아름다운 법이지 않나? 크랙(Crack) 또한 우리 디자인의 시그너처 중 하나다. 사람들이 보기에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아름다운 모습을 갖출 때까지 정말 수천 가지의 디자인을 시도했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주얼리에는 ‘Whatever may come, I will shine (무엇이 오든, 나는 빛날 것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우리 할머니의 실제 손 글씨를 넣은 것이다.

옐로 골드 소재의 스피어 라인 스터드 목걸이.

펜 마네의 컬렉션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빈센트 라핀 18캐럿 골드와 천연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골드 파인 주얼리’와 좀 더 대담한 디자인의 ‘실버 하이 주얼리’ 라인이 있다. 실버 라인에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쉽게 만나기 힘든 가격대의 하이 주얼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얼리는 착용이 목적이라는 사실이다. 금고에 모셔두기 위한 것이 아니라. 20년간 하이 주얼리 업계에서 일해온 경험 때문에 가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매일 착용하는’ 실용적인 하이 주얼리를 만들고 싶었다.

펜 마네의 뮤즈를 꼽아본다면?
캘빈 왕 브랜딩할 때 이 부분에 대해 둘이 논의한 적이 있다. 우리의 정체성을 구현할 수 있는 인물로 케이트 블란쳇,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 틸다 스윈턴, 이렇게 세 명을 꼽았다. 케이트 블란쳇은 직접 만난 적이 있는데, 우아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주얼리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다. 크리스 마틴은 긍정적인 기운을 끌어내는데 탁월한 사람이어서 매력적이고, 틸다 스윈턴은 진정성,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가 멋지다.
빈센트 라핀 이 세 사람을 꼽은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내가 이 세 명을 조금씩 섞어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한다(웃음). 사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든 펜 마네의 뮤즈라 생각한다.

실버 하이 주얼리 컬렉션.

펜 마네의 시작을 알린 올해는 어떤 시간이었나?
캘빈 왕 우리 둘 다 비즈니스 스쿨을 나와서 사업 계획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안다. 하지만 3월에 브랜드를 론칭하고 막상 시작해보니 계획대로만 되지 않더라. 일단 시작했으니 그냥 계속 나아가야 했고, 달려온 시간 속에서 친구들이나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우리 브랜드의 본질인, ‘아주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다가오는 펜 마네 계획은?
캘빈 왕 독립적인 브랜드인 만큼 민첩하게 행동하려 노력하고, 기회가 닿는다면 세계 어디에서든 이벤트나 팝업스토어를 열고 싶다. 그리고 서울에도 자주 오고 싶다.
빈센트 라핀 우리가 ‘주얼리 하우스’가 아니라 ‘주얼리 홈’이라고 표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남들과 똑같은 방식이 아닌 우리만의 감각, 진정성 있는 우리의 방식을 지지해주는 커뮤니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호 작용이 우리에겐 매우 의미 있다. 장기적으로는 펜 마네가 이런 ‘주얼리 홈’의 모습을 잘 유지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 중 하나다.

사진
PEN MAN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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