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 분명 혼자 있고 싶었는데, 막상 외로워지는 이유

최수

알다가도 모를 내 마음

혼자 있고 싶다며 집근처 카페나 공원으로 나왔는데, 막상 조용해지면 왠지 허전하고 쓸쓸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감정은 실질적인 외로움이 아니라 일종의 정적 불안일 수 있습니다. 늘 주변이 시끄럽고 자극적이었다면, 고요한 순간이 우리에게 어색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니까요.

고요해질수록 마음이 불안해지는 이유

@inesisaias

혼자 있기 좋을 때가 분명 있지만, 막상 고요해지면 괜히 마음이 불안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외로움보다 ‘자극 결핍에 대한 불안’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었죠.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정보와 소리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정적이 찾아오면 뇌는 이를 비정상적인 상태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들고, 음악을 틀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그 침묵을 메우려 하죠. 결국, 정적을 견디는 힘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인 셈입니다. 주변이 조용해지는 순간, 미뤄두었던 생각과 감정이 떠오르면서 괜한 불편함도 느껴지고요. 고요함은 외로움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있던 감정을 드러내는 거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정적의 불안을 견디면 찾아오는 일

@evameloche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고요한 시간을 불편하지 않게 보낼 수 있을까요? 심리학에서는 ‘혼자 있는 기술(solitude skills)’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풀어쓰면 ‘자극이 없는 환경에서도 불안하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며,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능력’이죠. 한 연구에 따르면, 혼자 있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자기 조절 능력과 정서 안정감이 높았다고 합니다(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2021). 처음엔 낯설고 불편할 수 있지만, 그 시간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게 회복의 시작인 셈입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조용히 앉아 있는 몇 분 동안, 심심하고 초조한 마음을 견뎌내 보세요. 조금만 지나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가라앉는 경험이 찾아올테니까요.

외로움이 회복이 되는 순간

@sofiamcoelho

혼자 있는 시간을 무작정 길게 가지기보다, 짧고 의도적인 고요를 시도해 보세요.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옆에 두지 않고 커피 한 잔을 온전히 마시기, 이어폰을 빼고 출퇴근길의 소음을 그냥 느끼기처럼요. 처음엔 불편하지만, 이런 짧은 고요가 쌓이면 마음이 천천히 정돈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감각이 자리 잡을 때, 외로움은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거든요. 실제 연구에서도 하루 10분의 ‘무자극 시간’이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Frontiers in Psychology, 2022). 자극이 멈춘 공간에서 비로소 생각이 정리되고, 에너지가 채워지니까요.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혼자여도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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