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의 손길로 다시 태어난 보테가 베네타 2026 여름 시즌 데뷔 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밀라노의 오후였다. 보테가 베네타 쇼는 보통 밀라노 남부 자그마한 정원이 딸린 개러지에서 진행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곳 공간이 주는 태평하고 무심한 분위기가 브랜드와 썩 어울린다 여겼다. <더블유>에는 RM의 팔로잉 촬영이 주어졌기 때문에 쇼장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하우스의 새로운 수장이 여는 데뷔 쇼여서인지 주변은 약간의 긴장된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RM은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에 대해 꽤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라코스테, 까르벵 같은 브랜드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디자이너로 박시하고 경직된 실루엣, 차분한 단색 색조,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 등이 떠오른다. 지난 12월,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루이스 트로터는 레이첼 스콧이 프로엔자 스쿨러의 수장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같은 시즌 데뷔 전을 치르는 15명의 디자이너 중 유일한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다. 그녀는 “제가 성공한 것은 단순히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제 일과 저 자신 덕분이라고 믿고 싶습니다”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쇼장에 속속 도착하는 셀러브리티들의 담백하고 쿨한 옷차림을 보니 그녀가 하우스에 담담하게 자신의 색을 입히기로 한 것처럼 보였다. 인트레치아토 장식이 강조된 옷들은 마치 쇼의 예고편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인트레치아토 기법은 루이스가 컬렉션 전체를 관통하도록 선택한 핵심 코드였다. 수공예에 헌신적인 브랜드의 가장 유명한 유산이자 브랜드 공동 창립자 렌초 젠자로가 확립한 이 공예 기법은 단단한 내구성과 유연한 형태감을 동시에 갖춰 디자이너에게 더할 나위없는 재료였을 것이다. 광택이 도는 가죽을 뱀의 비늘처럼 엮어 코트의 허리끈을 대체하고, 아주 얇은 가죽 끈으로 바닥에 끌리는 인트레치아토 망토를 연출하고, 외투의 버튼이나 칼라 같은 크고 작은 인트레치아토 장식까지 하우스의 공예 정신에 이보다 충실하고 충만할 수 없었다.
인상적인 것은 런웨이 위를 춤추듯 활개한 반짝이는 프린지 스웨터들이었다. 주홍색, 빨간색, 은색 등 털처럼 움직이고, 유리처럼 떠다닌 것은 재활용 유리섬유였다. 같은 소재의 스커트는 소용돌이치는 옴브레 색상이었고, 이것들이 워킹마다 춤을 추자 이를 포착하려는 게스트들의 손길이 빨라졌다. 하우스의 역사를 층층이 반영하는 액세서리 또한 눈에 띄었다.
보테가 베네타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공이 컸던 <아메리칸 지골로>에 나온 로렌 허튼의 로렌 백은 새로운 비율로 재탄생했고, 한층 유연해진 놋 백, 클러치로 변형된 까바 백의 변신은 더없이 신선했으며, 하우스의 아카이브 백을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 베네타(Veneta) 백은 쇼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이었다. 프런트로에 앉아 있는 로렌 허튼을 포함한 모든 것이 시대를 초월해 한자리에 모인 듯했다. 인트레치아토를 두껍게 연출한 샌들, 스니커즈 솔이 달린 새하얀 슈즈는 미니멀리즘 신도들이 광적으로 좋아할 만한 작품이었다.
쇼 사운드트랙에도 놀라운 비밀이 있었다. 영화감독이자 아티스트인 스티브 맥퀸이 제작한 아트워크 ‘66-‘76은 1966년과 1976년에 각각 녹음된 니나 시몬과 데이비드 보위의 ‘Wild the Wind’를 교차 편집해 완성,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청각적 인트레치아토(Aural Intrecciato)’를 구현했다. 두 명의 모호하고 아름다운 인물이 하나의 ‘듀엣’을 완성함으로써 쇼의 감정과 정서는 게스트들에게 더욱 강렬하게 전달됐다.

쇼장에는 ‘짜기 기법’으로 유명한 이광호 작가의 작품이 설치됐고, 게스트들을 위한 의자로 무라노 공방에서 제작된 유리 스툴이 놓였다. 컬렉션을 비롯한 베뉴, 음악 등 쇼의 모든 장치는 인트레치아토에 헌사하는 정교한 종합 예술과도 같았다. 하우스의 공예적 서사에 완벽하게 응수하는 루이스 트로터의 76개의 룩. 그녀의 새로운 시작은 무척 달콤해 보였다.
다음은 그녀가 새롭게 정의하는 하우스의 언어다. “보테가 베네타의 언어는 인트레치아토입니다. 이는 하나의 은유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두 조각이 함께 엮여 더 강해지고, 서로를 보완하며 하나의 강한 전체가 됩니다. 협업과 연결성은 창립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며, 하우스 역사 전반에 흐르는 핵심 가치입니다. 다양한 장소와 사람들, 남성과 여성, 개별적인 조각과 이야기가 서로 얽혀 더 강한 하나를 이루는 것. 그것이 바로 보테가 베네타입니다.”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해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베네타(Veneta) 백은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활용한 둥근 형태가 특징이며 숄더로 연출할 수 있다. 이번 2026 여름 컬렉션 쇼를 통해 공식적으로 처음 공개된 베네타 백은 11월부터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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