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백마처럼 자유롭게 질주하다, 26 SS 에르메스 컬렉션

명수진

HERMÈS 2026 SS 컬렉션

에르메스는 지중해 백사장에서 뛰노는 자유로운 백마처럼, 전통을 한 단계 뛰어넘어 자유와 해방의 서사를 보여줬다. 에르메스 컬렉션을 만나기 위해서는 우선 파리 4구로 가야한다. 에르메스 2026 SS 컬렉션은 여느 때처럼 프랑스 수도 기마경찰의 승마장인 가르드 리퍼블리칸(Garde Republicaine)에서 열렸다. 테마는 ‘자유로운 고삐(Free Rein)’. 아티스틱 디렉터 나데주 바니는 전통적인 승마 복식에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감성을 더했다. ‘승마복에는 엄격하고 이성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여기에 자유분방한 느낌과 즉흥성을 불어넣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승마장에는 모래가 깔리며 야생 백마의 서식지로 꾸며졌다. 이는 실제로 백마가 있다는 프랑스 남부 카마르그(Camargue) 지역에서 영감을 받은 설정이다. 승마의 상징들은 한결 가벼워졌다.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점핑 부츠의 측면에는 켈리 버클이 사라졌고, 마구의 하네스(harness)는 구속이 아닌 장식으로 재해석되었다. 가죽으로 만든 코르셋은 여성의 신체를 조이는 대신 부드럽게 감싸며 관능적인 여유를 더했다. 리넨, 퀼팅, 실크, 레더 등 각기 다른 질감이 장인의 손끝에서 유려하게 완성되었고, 완벽한 스티치와 버클, 절제된 햄라인이 에르메스 특유의 품격을 드러냈다. 한 땀 한 땀 스티치를 넣은 퀼팅 재킷, 조각처럼 구조적인 브라톱, 말 안장을 연상시키는 비대칭 랩 스커트, 실크 스카프를 변주한 탑이 이번 컬렉션의 중심을 이뤘다. 이들은 소매에 끈을 단 버튼다운 셔츠나 리벳 디테일의 워크 팬츠와 어우러져 실용성과 우아함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한편, 허리를 감싼 코르셋 미니드레스, 속바지가 드러날 만큼 짧은 가죽 반바지, 몸에 밀착되는 스포티한 바디 슈트 등 몇몇 스타일은 한층 대담하게 더 어린 세대에게 어필하고자 한 시도였다. 베이지, 브라운, 올리브, 샌드, 블루, 레드, 블랙 등 지중해와 대지를 닮은 팔레트가 야생의 따뜻함과 도시적 세련미를 동시에 전했다.

스카프는 이번 시즌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허리에 묶거나, 어깨에 걸치거나, 핸드백 손잡이에 매듭을 지어 다채롭게 스타일링되었고, 체인 링크 모티프 네크리스가 그 위에 얹어져 리듬감을 더했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가방 라인업이 눈을 즐겁게 했다. 말굽 형태를 적용한 호보백이 새로운 시그니처 백으로 등장했고, 2008년 FW 시즌 장 폴 고티에가 선보였던 소 켈리(So Kelly)도 부활했다. 허리에 두르는 켈리 댄스(Kelly Danse)는 생동감 넘치는 바이올렛으로 재탄생했다. 버킨은 보송보송한 스웨이드 소재 혹은 캔버스와 가죽을 결합한 버전으로 다양하게 해석됐다. 이 밖에도 부드러운 아치형 실루엣 타블리에 셀리에(Tablier Sellier), 켈리 멀티 포셰트 투 고(Kelly Multi-Pochette to Go)까지, 기수의 장비처럼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가방들이 런웨이를 자유롭게 질주했다.

영상
Courtesy of Her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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