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름다우면 눈물이 날 법도, 26 SS 알라이아 컬렉션

명수진

ALAÏA 2026 WS 컬렉션

“알라이아는 단순함과 순수함, 친밀함, 그리고 급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브랜드입니다.” – 피터 뮐리에

알라이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뮐리에는 쇼 노트에서 브랜드를 다시 한번 정의하며, 파리 패션위크 정규 일정에 합류했다. 창립자 아제딘 알라이아가 시즌에 얽매이지 않고 옷이 완성될 준비가 되었을 때만 쇼를 열었던 것처럼, 피터 뮐리에 역시 정규 패션위크 스케줄과는 무관하게 쇼를 개최해 왔기 때문에 정규 스케줄에 합류한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었다. 단, 브랜드 고유의 페이스를 지킨다는 철학에 따라 이번 시즌은 여느 디자이너처럼 2026 SS가 아닌 2026 Winter-Spring으로 선보였다.

베뉴는 같은 리치몬드 그룹 산하의 까르띠에 재단(La Fondation Cartier)에 마련됐다.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한 투명한 유리 건물이 숲처럼 우거진 외부 조경을 드러내고, 런웨이 바닥에는 거대한 LED 스크린이 설치되었다. 여기에 피터 뮐리에가 직접 디렉팅한 모델 포트레이트 영상이 흘러나왔다. 영상은 다시 천장에 있는 거울로 반사되어 시각적 강렬함을 더했다. 피터 뮐리에의 완벽주의가 느껴지는 베뉴였다. 반면 컬렉션은 극도의 단순함을 지향했다. 모델들은 흐트러짐 없는 시뇽(Chignon) 헤어스타일로 정돈된 모습이었고, 엄격할 정도로 미니멀한 스탠드 칼라 튜닉과 카 코트로 오프닝을 열었다. 이는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가 1980년대에 제작해 본인도 평소 즐겨 입었던 유명한 스타일이다. 하의는 허벅지까지 오는 스타킹을 매치했는데, 허벅지 끝에 테슬을 촘촘히 달아 언뜻 보면 프린지 치마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이런 미니멀한 튜닉, 카코트와 테슬 스타킹의 매치는 레드, 블랙, 브라운, 블루, 그린 등의 컬러로 이어졌다. 이후 컬렉션은 엄격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비대칭 스커트, 이그조틱 소재 미니드레스, 가슴에 딱딱한 플레이트를 덧댄 칵테일 드레스 등으로 차분하게 변주되었다.

‘이 컬렉션은 지난 시즌의 진화이며, 이전 컬렉션을 기반으로 한다’는 쇼 노트의 설명처럼, 이전 시즌의 슬리브리스 코쿤이나 파자마형 바지 등 실험적인 코드는 이번 시즌 보다 정교하게 구체화되었다. 예컨대, 파자마처럼 풍성한 주름 바지는 펌프스 안에 넣어 신도록 스타일링되었고, 몸을 타이트하게 감싸는 누에고치 같은 원피스와 상하의 셋업은 소재의 유동성을 활용해 인체를 재해석하는 하우스의 DNA를 멋지게 드러냈다. 극단적인 사선 커팅을 넣은 풍성한 러플 바지도 눈에 띄었는데, 이는 발목 부분을 스트랩으로 묶어 고정하는 구조가 새로웠다. 알라이아의 시그니처인 핏앤플레어 니트 드레스는 밑단의 부드러운 러플 플레어 장식을 더 날카롭고 각진 형태로 마감한 새로운 버전으로 선보였다.

‘눈물 나는 옷(Clothes that Cry)’을 만들고 싶다는 피터 뮐리에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긴장감을 부여하는 ‘텐션(Tension)’과 드레이핑 디테일을 통한 ‘해방감(Release)’을 동시에 가진 옷은 보는 이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모델의 움직임에 따라 흩날리는 풍성한 프린지와 마크라메(Macramé) 기법으로 엮은 진주 비드 디테일은 실제로도 마치 눈물이 흐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내기도 했다. 피터 뮐리에가 피날레 인사를 나오자, 객석에서 보고 있던 그의 옛 사수이자 친구인 라프 시몬스가 걸어나와 눈물 어린 포옹을 한 것은 이 서사의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엔딩이었다.

영상
Courtesy of Ala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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